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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성년’ 염정아 “딱 하루 만에 출연 결정했어요”
김윤석 감독, 연기 잘하는 배우 연출도 잘 할 것이란 믿음
최근 갑작스런 인기, 어색하고 놀랍지만 기분 좋게 즐긴다
2019-04-21 00:00:00 2019-04-21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배우 김윤석은 2007년 개봉한 영화 오래된 정원을 기억하며 자신의 첫 연출작에서 꼭 함께 했으면 하는 배우로 염정아를 점 찍어 놨었단다. 누군가에게 선택된다는 것은 배우란 직업을 택한 그 순간부터 숙명이며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염정아는 이미 충무로에서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정평이 나 있는 중견 연기자다. 그에게 미스코리아란 과거의 영광은 이미 퇴색한지 오래다. 장르불문, 영화-방송 불문이다. 염정아는 여배우가운데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된 몇 안 되는 위치를 차지한 파워 네임이다. 더욱이 충무로 최강 연기파 배우 김윤석이 연기로 극찬을 한 배우라면 무조건 믿고 봐도 될 만한 이름값은 보장됐다고 봐도 된다. 영화 미성년이 염정아를 선택했고, 염정아가 그런 미성년에 화답했다. 그는 김윤석의 다음 연출작에도 이유 불문하고 출연을 약속했다.
 
배우 염정아. 사진/쇼박스
 
배우 출신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이었던 염정아다. 그 역시 궁금했고 신기한 마음도 들었단다. 12년 전 개봉했던 자신의 출연작을 기억하고 자신을 선택한 선배 연기자의 시선이 고마웠단다. 사실 선배 김윤석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아주 잠시(?) 망설여졌던 순간도 있었다고. 김윤석의 출연작을 살펴만 봐도 충분히 납득되는 망설임이었다.
 
워낙 카리스마가 쎈 분이잖아요. 무섭다고 착각했었죠(웃음). 저랑은 예전에 범죄의 재구성에서 함께 하셨는데. 그땐 감독님(김윤석을 감독이라고 호칭함)이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배역이었기에 저랑 마주칠 장면이 거의 없었어요(웃음). 근데 함께 해보니 너무 친절하시고 배려심이 많으세요. 그리고 연기를 워낙 잘하시는 분이셨기에 연기의 디테일이 쏙쏙 들어왔어요. 내가 뭐가 부족한지는 이미 다 알고 계셨어요. 제가 순간순간 저도 모르게 놓친 걸 다 잡아내 주셨죠. 너무 믿음직 스러웠죠.”
 
김윤석은 현장에서 감독이자 배우였다. 염정아의 남편인 대원으로 출연했다. 극중에선 바람을 핀 지질한 남자로 등장한다. 그동안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만 도 맡아 해온 김윤석의 영화 속 모습과는 딴 판이다. 카메라 앞에선 그런 모습이었지만 카메라 뒤 감독으로선 또 다른 김윤석이었다. 카리스마가 넘쳤지만 배우 김윤석의 카리스마가 아니었다고.
 
배우 염정아. 사진/쇼박스
 
감독 김윤석과 배우 김윤석은 현장에서 너무 달랐어요. 그냥 두 사람의 김윤석이 현장이 있는 느낌이었죠. 같이 연기를 할 때는 사실 굉장히 많이 쫄렸어요. 웃기고 지질한 연기를 하는 데도 진짜 가슴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연출을 할 때는 너무 부드럽고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거에요. 연출에선 오히려 다른 카리스마가 나오는 데 반대로 편안하고. 진짜 되게 달랐어요.”
 
사실 좀 의외였던 부분은 있었다. 데뷔 28년 차의 중견 배우인 염정아가 검증이 안된 배우 출신의 데뷔작에 선뜻 출연을 결정한 이유다. 연기를 잘하는 선배 배우의 연출 데뷔작이기에 후배로서 품앗이를 한단 개념이었을까. 아니면 연기 잘하는 배우가 자신을 선택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출연을 결정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납득은 되지만 또 어느 쪽이라도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하하하. 겨우 그런 이유도 출연 결정을 했겠어요(웃음). 저도 웬만한 감독님들과 다 작업을 해봤고. 데뷔 감독님의 작품이 어떨지 중견 감독님의 작품이 어떨지는 좀 감이 오기는 해요. 그런데 김윤석 감독님은그냥 이 말이 정확할 거 같은데. 막연하게 정말 잘 하실 것 같았어요. 연기를 저렇게 잘하는 데 연출도 정말 잘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시나리오 받고 하루 만에 결정했으니. 제가 그렇게 빨리 결정하는 타입이 아닌데 이번에는 그랬어요. 집에서 시나리오 읽고 바로 회사에 전화해서 할게요라고 했으니.”
 
배우 염정아. 사진/쇼박스
 
워낙 베테랑 연기자이기에 연기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나 고민거리가 있지는 않았을 듯싶다. 하지만 미성년에서 염정아는 가장 힘든 순간을 당하는 인물임에도 감정을 밖으로 분출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안에서 삭히는 인물이다. 그런 감정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힘든 순간을 이해시켜야 한다.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이지만 그걸 의연하게 받아내야 하는 인물이었다.
 
“’미성년속 제가 연기한 인물의 감정을 기혼자라면 경험하기가 쉽지는 않죠. 어떤 배역이 다 경험에서 오겠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바람 핀 남편을 둔 여자잖아요. 실제라면 복장 터지죠(웃음). 입시를 앞둔 딸이 흔들리지 않게 굉장히 많은 것을 참고 밖으로 드러내지도 않고. 그냥 다 어려웠어요. 영화 마지막에 남편과 바람을 핀 여자인 미희’(김소진)에게 찾아가는 장면도 정말 어려웠죠.”
 
사실 미성년은 성인 연기자 세 명(김윤석 염정아 김소진)보다는 영화 속 미성년 캐릭터 두 명을 연기한 김혜준 박세진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구조다. 어린 후배들과의 작업에서 워낙 유연하게 대처하는 선배 연기자로서 후배들의 이런 성장이 반갑고 고마울 듯 싶었다. 자신의 딸로 출연한 김혜준의 모습도, 극중 자신을 오히려 걱정하는 남편과 바람을 핀 여자의 딸 박세진 모두가 염정아에겐 예쁜 후배들이었다.
 
배우 염정아.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너무 잘하죠. 그냥 후배라서 칭찬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잘해요. 그냥 현장에선 혜준이가 주리였고, 세진이가 윤아였어요. 내가 선배였고 그 친구들이 후배란 생각 자체를 못했어요. 나와 비슷한 나이에서 데뷔를 한 친구들인데 난 저 나이 때 절대 저렇게 못했어요. 같이 영화를 한 편 작업해 보니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많은 것을 갖고 있고 또 정말 많은 것을 잘하는 친구들 같아요.”
 
염정아를 얘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드라마 스카이캐슬이다.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고, 현재도 그 인기는 유효하다. 이른바 쓰앵님열풍이다. 아이돌 스타의 전유물이란 공항 직캠까지 온라인에 올라올 정도다. 중견 연기자로서 이런 인기가 너무 오랜만이고 적응하기도 어색할 듯싶었다. 염정아 역시 쑥스러운 듯 웃으면서도 기분 좋은 인기를 즐기고 있는 듯 싶었다.
 
배우 염정아. 사진/아티스트 컴퍼니
 
뭐 이 나이에 부담이나 어색한 게 있겠어요(웃음). 아주 기분 좋고 즐기고 있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인기에 좀 얼떨떨하기는 해요. ‘스카이 캐슬도 그렇고 영화 완벽한 타인도 그렇고. 너무 뜻하지 않게 인기를 끌었잖아요.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공항에서 제 이름이 적힌 플랜카드를 보고는 저도 좀 놀랐어요. 매번 아이돌 후배들의 이름이나 저와 함께 영화를 찍은 남자 배우들의 전유물 같았는데. 하하하. 이 인기, 좀 오래 갔으면 저야 좋죠(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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