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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라이프)말귀 알아듣는 내비…운전중에도 말로 통하는 세상
2019-03-28 06:00:00 2019-03-28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초보운전자라면 운전 중 스마트폰이 울리는데 양손을 핸들에서 떼지 못해 초조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전화야 핸즈프리 방식으로 받을 수 있겠지만 몸이 경직된 탓에 문자 등 메시지가 오면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말귀를 알아듣는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면, 불편이 조금은 감소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품고 SK텔레콤 T맵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봤다. 
 
지난 주말 아이와 단둘이 롯데월드로 향하는 모험을 택했다. T맵으로 목적지를 설정해놓고, 주행을 시작했다. '오른쪽 첫 번째 차선을 이용해주세요', '속도를 낮춰주세요'라는 안내 멘트로 정신이 혼잡한 가운데 카시트에 앉아있는 아이가 아빠에게 할 말이 있다며 전화를 걸어달라고 요구했다. "아리아"라고 부르자 휴대폰 배경이 파랗게 변했다. "남편에게 전화해줘"라고 말하니 5초간의 시간 텀을 두고 전화가 연결됐다. 차가 막힌다·나는 지금 롯데월드를 가고 있다·날씨가 흐린데 미세먼지 탓인 거 같다는 등 하고 싶은 말을 한 후 전화를 끊었는데, 아리아는 못다한 말이 있다며 전화를 다시 걸어달란다. 아이와 이구동성으로 전화해달라고 외치자 "잘 알아듣지 못 했어요"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기사 작성일 기준 T맵 누구 앱 캡쳐 화면. 목적지를 음성으로 검색하자 나온 리스트(오른쪽)와 T맵 이동 경로(왼쪽). 전화걸기를 요청하면 '전화를 연결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온 후 앱 상에서 바로 연결된다(가운데). 사진/앱 캡쳐 
 
성인 화자가 명령을 내리면 음성 인식률은 대체로 높은 편이었다. 특히 전화해줘·문자보내줘 등 기본적으로 학습이 가능한 기능들에 대해서는 바로 반응을 했다. 하지만 화자가 여러명인 경우, 가령 아이와 대화를 하던 중 아리아를 부르거나 라디오가 나오는 중 요청을 하는 경우 화자 인식을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화자가 아이인 경우 음성 인식률도 낮은 편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 삼촌이라고 저장된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티라노사우루스 삼촌한테 전화해줘 아리아"라고 아이가 요청하니 엉뚱하게 "원하시는 답변을 찾지 못했어요"라며 작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기존 스마트폰에도 음성비서가 탑재돼있다. 가령 애플은 '시리', 삼성은 '빅스비'를 부르면 된다. '누구'는 T맵에 탑재돼있다. 운전 중 앱의 이동 없이 켜놓은 내비게이션을 통해 바로 음성인식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했다. 환경 메뉴 설정에서 인공지능 누구 메뉴를 클릭하고 활성화를 해놓으면 바로 실행할 수 있다. 한정적이긴 하지만 다른 앱과 연동도 늘어나고 있다. 스타벅스앱과 연동을 해놨다면 차량 안에서 커피 종류와 사이즈를 골라 스타벅스 모바일 주문 및 결제 시스템인 사이렌오더를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홈 기기와 미리 연동해놨다면 조명을 켜고 끄거나, 공기청정기를 작동할 수 있다.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카카오톡이 서비스 되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사실 내비게이션의 인공지능화는 업계 대세 트렌드다.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한국시장에 들어왔고, 경쟁자인 카카오도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아이를 카카오내비에 적용했다. 카카오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고, 카카오 메신저를 보낼 수도 있다. T맵은 방금 온 문자를 읽어주거나 보내주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상당수의 메시지를 카카오톡으로 보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건 이용자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음성인식률을 높이고, 다양한 앱과 연동하는 것도 과제다. 대부분의 내비게이션 앱이 제공하는 전화 걸기나 음악 듣기를 넘어서는 새로운 효용성이 창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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