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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라이벌 한진·금호 주총 앞두고 총수 경영권 방어 '난기류'
조양호·박삼구 회장 29일 주총 '분수령'
금호석유화학, 27일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요구" 입장 정리
2019-03-27 00:00:00 2019-03-27 00: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항공업계 라이벌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나란히 난기류에 빠졌다. 지난해 총수일가 '갑질' 파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 이사 연임을 둘러싸고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 
 
금호산업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을 추진 중인 박삼구 회장 역시 재선임 반대론이 만만치 않아 진땀을 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016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형제갈등'이 7년만에 일단락된 상황에서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로서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지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조양호 회장은 27일 대한항공에 이어 29일 한진칼 주총에서 경영권을 놓고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과 치열한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국민연금,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들이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 의사를 밝혀 조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 주총에서는 외국인 주주의 표심이 조 회장의 연임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여 이들이 어느 편에 서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진칼 역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의 주주제안은 법원이 기각했지만, 감사위원회 설치 관련 정관 변경 안건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등 한진칼 측이 제안한 안건을 둘러싼 표 대결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민연금도 한진칼의 지분을 6.7%를 보유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김포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박삼구 회장은 29일 금호산업 주총에서 재선임 여부가 판가름 난다. 주총 개최 직전 금호산업의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회계 처리 과정에서 문제를 겪은터라 박 회장의 재선임 반대론이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2일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 의견을 받아 모회사인 금호산업도 한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받았고, 두 회사는 25일 나란히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나흘 만인 26일 아시아나항공이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받게 되자 금호산업도 적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회계 쇼크'에서 벗어나며 신용등급 강등과 채권 상환 압박 우려는 덜어냈지만, 박삼구 회장과 금호아시아나 계열사를 보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삼구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CGCG)는 지난 22일 금호산업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박삼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CGCG는 "금호산업이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박삼구 후보와 그 친족이 회사를 다시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익재단과 학교법인의 재산을 오용했다는 비판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제공이 원활하지 않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으며 이때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신고돼 당국의 조사가 진행됐다"며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을 중요하게 판단해 개별회사 간의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하지 못한 의사결정을 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11.9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의견을 낼지 검토하고 오는 27일 최종 입장을 정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금호석유화학그룹 관계자는 "감사의견 수정은 단순히 회계상 문제이기보다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에 외부감사인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물의를 일으킨 사안인 만큼 내부에서 시장편에 서야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과 동생 박찬구 회장은 과거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겪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4년에는 박삼구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등 대립각을 세웠으나 박삼구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것으로 결론 났다. 지난 2016년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도 금호석유화학은 대리인을 통해 경영정상화가 미진하다고 비판하며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다가 지난 2016년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을 상대로 한 소송과 고소건을 모두 취하하는 것을 계기로 양측은 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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