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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석의 블록체인 생태계 읽기)왜 블록체인 상용화 서비스는 늦어지는가?
2019-03-26 06:00:00 2019-03-26 06:00:00
블록체인이 세상에 등장한지는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중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된 건 최근 1~2년입니다. 2017년에만 가격이 20배 상승한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상승은 이더리움의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한 ICO라는 새로운 자금 모집 방법을 세상에 소개하면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거품처럼 올라갔던 가격은 다시 내려가면서 투기로만 기술에 접근했던 세력은 빠져나가는 추세입니다. 물론 아직도 그런 세력이 시장을 일부 흐리고 있긴 하지만 이 또한 빠져나가는 과정이라 봅니다. 그러면 이렇게 뜨거운 감자와 같던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왜 아직 대중화된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2018년 뜨거운 감자였던 블록체인을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그런데 아직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사용해서 기존의 사업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킨 경우는 아직 많이 나타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AI, 머신러닝과 같이 새로운 기술들이 기존 사업에 적용돼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신규 사업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가고 있는데 왜 블록체인은 아직도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혹시 이 블록체인, 암호화폐가 모두 허상이 아니냐고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아마도 지나치게 급변하는 가격이 연결돼 있는 특이한 기술이기에 이러한 비판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암호화폐의 존재와 가격이 과연 적정 가격인지, 아니면 아직도 거품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실생활에 녹아들기까지 오래 걸리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러면 비트코인의 시작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 혹은 단체가 만들어낸 A4 9장에 담담히 적힌 짤막한 논문으로 2008년 10월에 세상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 2008년은 전세계 경제에 큰 사건이 있는 해이기도 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시작된 부실 금융은 1850년에 세워진 리먼브라더스라는 세계 4위 규모의 투자은행의 몰락을 불러왔습니다. 결국 2008년은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된 충격의 해로 기록됐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믿을 수 있는 국가기관이 발행하는 화폐의 역할에 의문을 가지게 됐습니다. 중앙집권적인 통제 기관이 불러온 금융위기는 경제의 불평등을 가속화 시키기만 했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불만을 가진 일명 '사이버 펑크'라 불리우는 사람들에게 소개된 것이 블록체인이고 비트코인입니다.
 
"순수한 개인 대 개인 버전 전자 화폐는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직접 전달되는 온라인 결제(payments)를 실현한다. 전자 서명은 부분적인 솔루션을 제공하지만, 만일 이중지불(double-spending)을 막기 위해 여전히 신뢰받는 제 3자를 필요로 한다면 그 주된 이점을 잃게 된다."
 
위 비트코인 논문 시작에서 언급하듯 중앙화된 금융기관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시작합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블록체인은 기존의 시스템을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생겨난 기술이 아닙니다. 기존의 방법으로는 절대 줄 수 없던 가치를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제공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저는 이 가치의 핵심을 'Trust(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믿을 수 있는 중앙화된 기관이 권력을 가지고 통제했다면, 블록체인은 이를 탈중앙화돼 특정 기관이 조정하지 못하게 하는 Trust를 기술로서 증명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Trust를 얻기 위해서 속도나 효율성 등의 일부 기존 시스템의 중요한 기능들은 잠깐 양보를 하게 됐습니다. 물론 이렇게 잠깐 양보한 기술은 언제가 다시 원상복귀 될 거라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필자는 지금 기업들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해서 기존 서비스나 제품들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기존에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잘 돌아가던 서비스에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Trust가 아주 높은 수준으로 필요하지 않는 서비스에 굳이 블록체인을 적용해 Trust를 높인다면 기존의 장점을 포기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블록체인은 전혀 새로운 곳에서 우리 삶에 들어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합니다. 기존 서비스를 더 좋게 만들지는 못하지만, 예전에는 높은 신뢰를 가질 수 없기에 하지 못했던 서비스나 사업들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블록체인에 기반한 singularity(특이점)가 발생한 이후의 적용은 아마 우리가 지금 예측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스마트폰 이전에 그 이후를 예측하기 힘들었듯이 말입니다.
 
2019년은 그러한 서비스들이 꿈틀거리며 나오는 첫해가 될 것입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준비 중이고, 정부와 대기업에서도 다양한 접근을 시작했다고 봅니다.  2019년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보면, 앞으로 10년의 먹거리 사업들을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훨씬 많은 기업들이 실패를 하겠지만, 그 중에 10년을 이끌 사업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 방법과 영역은 기존과 전혀 다른 차원에서 그려질 수 있기에 더 열린 마음으로 도전을 응원하고 더 많은 실패를 위로하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오현석 디블락 대표(oh@debloc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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