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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찰, 음주 뺑소니 벌점 중복 부과 정당"
"음주운전 후 안전거리 주의의무 위반, 각각 별개 벌점 부과 대상"
2019-03-24 09:00:00 2019-03-24 09: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음주 뺑소니 운전자에 대해 벌점을 중복 부과한 경찰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도로교통법 취지상 가장 중한 법규 위반만 벌점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개별 항목별로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 판결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모씨가 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동차운전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9%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당한 거리를 운전함으로써 이미 교통법규를 위반했고, 그와 같은 상태에서 다시 안전거리 확보 주의의무를 위반해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음주운전을 해 교통법규를 위반한 행위와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는 별개의 벌점 부과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찰이 이씨에게 음주운전으로 교통법규를 위반한 행위에 대한 벌점 100점을 부과하고,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위에 대해 안전거리 미확보로 인한 벌점과 손괴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벌점의 합계 25점을 부과한 것은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지난 2013년 1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안전거리 미확보로 다른 자동차를 들이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에서 떠났다. 이에 경찰은 이씨에 대해 음주운전 벌금 100점, 안전거리 미확보 10점, 사고후 미조치 15점을 부과했다. 면허가 취소된 이씨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과거 5년 이내에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3회 이상 인적피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으면 위반행위에 대한 처분벌점을 110점으로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경찰이 운전면허 취소·정지 처분기준에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처리지침에 불과한 것으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을 뿐 아니라,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의한 처분의 감경은 필요적인 것이 아니라 임의적인 것에 불과해, 위 규정에서 정한 처분기준의 감경사유가 존재하더라도 행정청이 반드시 그에 따라 처분을 감경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에 이씨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법규위반이 둘 이상인 경우에는 그 중 가장 중한 것 하나만 적용한다'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라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법규위반은 음주운전과 안전거리 미확보로서 둘 이상인 경우이므로 그 중 가장 중한 벌점인 음주운전 100점만을 적용해 합산 벌점은 음주운전과 손괴사고 후 미조치를 합쳐 115점이 돼야 하는데 경기도북부지방경찰청은 합산 벌점이 125점임을 전제로 처분을 내렸다"고 항소했다. 
 
항소심은 "이번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행위는 안전거리 미확보이고 음주운전은 이와 동일성이 없는 행위로서 그 간접적인 원인에 불과한 경우에는 해당 벌점을 합산하더라도 부당하게 과중한 벌점이 부과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며 "시행규칙에서 밝힌 '교통사고의 원인이 된 법규위반이 둘 이상인 경우'라 함은 '교통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되는 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둘 이상의 법규위반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해 해석함이 타당하다. 또 시행규칙은 행정기관 내부의 처리지침에 불과해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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