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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주도 인터넷은행 흥행 불발 위기
예비인가 신청 D-2, 금융사 줄이탈…업계 "불안한 동거, 예고된 수순"
2019-03-25 08:00:00 2019-03-25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장을 내민 대형 금융사들이 줄줄이 발을 빼면서 인터넷은행 흥행에 먹구름이 끼었다. 표면적으로는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을 구성한 기업간의 사업모델이 달랐다는 이유지만, 경영주도권을 가지려는 정보통신기술(ICT)업체와 자본력을 갖춘 금융사간의 '불안한 동거'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금융사 주도의 인터넷은행 모델이 주주 구성이나 수익성 모델에서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3·4 인터넷은행 출범을 위한 예비인가 접수 신청(26일)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이 토스뱅크(가칭) 컨소시엄을 이탈하면서 금융당국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빠지면 자본 안정성에서 다소 불안할 수 있지만 자격요건에 미달되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인터넷은행 주주구성이 확정되고 예비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평가해 인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시중은행의 참여 여부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ICT기업은 대출 등 은행업무와 건전성 관리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기존 인터넷은행과 키움증권-하나금융-SKT로 구성된 '키움뱅크(가칭)' 컨소시엄도 모두 은행 사업자를 끼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지주의 토스뱅크 이탈이 금융지주사가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사업 모델의 한계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와 정부 방향에 맞으려면 ICT기업이 경영권이나 사업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하지만, 금융사에서는 단순한 지분투자가 아닌 지분율에 따른 경영권까지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나 인터파크 등 대형 기업이 바진 자리에 대형 금융사가 참여하면서 흥행 몰이를 했지만, 인터넷은행을 금융권의 '메기'로 만들겠다는 당국의 취지와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대주주는 핀테크 기업이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금융지주의 입김이 셀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처럼 카카오나 KT과 등 대형 ICT기업이 강력한 플랫폼을 갖고 있으면 경영권이나 사업모델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반면,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뱅크의 대주주인데 자본력에서 주도권을 갖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은행업계 선두인 신한지주를 보고 인터넷은행에 뛰어든 만큼 추가이탈자도 나오고 있다. 현대해상과 한국신용데이터도 잇따라 불참의사를 밝혔다. 흥행의 김이 확 샌 것은 물론 토스뱅크의 자본력 문제로 신규 인가 절차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ICT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이 근본적으로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례법에 따라 인터넷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여신은 국내 금융이고, 대주주와의 모든 거래가 금지되며 동일차주 신용공여도 축소 운용해야 한다. 법인영업은 할 수 없고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 대출만 가능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금리 대출이나 중소기업대출에 집중하도록 하려면 자본조달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추가 규제 완화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당국이 자본력을 갖춘 대형 ICT기업이나 금융사 참여를 근거없이 확신한 상태에서 추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금융위는 예비인가 신청을 받으면 오는 5월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앞서 최대 2곳에 신규 인가를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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