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본 적이 있니?
입력 : 2019-03-14 07:00:00 수정 : 2019-03-14 07: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진짜 별을 본 적이 있니?". "아니요"
"파란 하늘을 본 적은 있니?". "파란색이 있는 하늘을 본 적은 있어요"
"하얀 구름을 본 적은 있니?". "아니요"

차이징(柴菁) 전 CCTV 아나운서가 2014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서'에 나온 6살 소녀의 말이다. 산시성(山西省)의 소녀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밤하늘의 별을 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기오염과 스모그, 미세먼지 때문이다. 당시 차이징은 중국 석탄산업의 메카인 산시성에 가서 매캐한 매연과 대기오염을 취재한 바 있었다.

중국 속담에 '산시로 통하는 길이 막히면 고귀한 베이징 사람들이 모두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산시성에서 생산되는 석탄이 베이징에 제때 운송되지 못하면 황제를 비롯한 베이징 사람들이 난방을 하지 못해 겨울에 큰 곤란을 겪게 된다는 뜻이다. 요즘도 베이징에선 겨울에는 과도한 석탄소비 파란 하늘을 볼 수가 없다. 이웃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파란 하늘 대신 초미세먼지로 가득 찬 회색 하늘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산업혁명의 시대 석탄은 경제발전과 부의 상징이었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 런던도 18세기에는 석탄가루를 뒤집어쓴 회색 도시였고 개혁개방 이후 빛의 속도로 경제발전을 이뤄낸 중국의 주요 대도시들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중국은 세계 석탄 매장량의 13.9%를 보유했지만, 석탄 생산량과 소비량은 세계 50%를 차지할 정도로 석탄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에너지원의 76%가 석탄이다. 과도한 석탄소비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온갖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차이징 조사에 따르면 2014년 베이징은 175일, 톈진은 174일, 청두는 125일, 란저우는 112일, 시좌장은 264일간 스모그가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과실은 달콤했지만 대가는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혹독했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직후인 2012년부터 '푸른하늘 프로젝트'에 나선 걸 눈여겨봐야 한다. 사실 한국에선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미세먼지 공습이 이어졌지만 중국에선 이를 전혀 체감하지 못했다. 베이징에 사는 딸에게 매일 그곳 하늘의 미세먼지나 대기오염 상태를 물었다. 베이징 역시 미세먼지가 있었지만 서울보다는 훨씬 공기가 좋았다. 시 주석과 중국 정부가 지난 6년간 시행해 온 푸른하늘 프로젝트가 효과를 본 덕이다. 중국은 오염원 공장을 폐쇄하는 한편 외곽으로 이전시키고 공공차량 외에 민간차량까지 강제 2부제를 시행하는 등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철저하게 임했다. 

미세먼지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게 된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오염원을 온통 '중국발'로 지목하고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정말 이번 미세먼지가 대부분 중국에서 온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가 고농도를 보일 때 한국과 중국이 비상저감조치를 공동으로 시행하고 서해 상공에서 중국과 공동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는 방안도 추진하라"는 미세먼지 대책을 지시했다. 다분히 우리나라의 미세먼지가 중국발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발언이었다.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도 졸속이었다. 한중 인공강우 실험과 도로 살수차 가동, 마스크 공급 및 초대형 공기정화기 설치 등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대책뿐이다. 그나마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를 조기에 폐쇄한다는 방침 정도가 귀에 들어왔다.

당장 정부가 할 일은 미세먼지 오염원에 대한 정확한 조사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인지, 국내에서 발생하는 오염원은 과연 무엇인지 정확한 조사와 통계가 있어야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저 인공위성에서 찍은 그래픽 사진 몇 장으로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몰려온다며 공포를 부추겨선 곤란하다. 중국처럼 일사불란한 고강도 대책을 즉시 시행할 수 없더라도 미세먼지 발생원이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라는 게 확인된다면 석탄화력 발전소를 대거 폐쇄하거나 축소하고 친환경적 에너지원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다. 노후 경유차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개선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이들을 대신해서 미세먼지를 다 마시고 싶은 심정"이라던 대선후보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미세먼지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는 나 몰라라하고 있다. 법이 있어도 세부지침과 조례가 제정되지 않으면 미세먼지 특별법은 무용지물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 되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건강보험 재정만 축날 수밖에 없다.

그저 봄철 한때 앓게 되는 계절병처럼 미세먼지 대책을 대하다가는 자칫 삼천리 금수강산을 자랑하던 우리나라의 아이들도 산시성 소녀처럼 하늘색을 '회색'으로 알게 될 날이 머지않게 된다.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발생한 것인지도 밝히지도 못한 채 서민들을 미세먼지 자욱한 지옥 같은 도로로 내모는 정부는 무능한 정부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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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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