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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이미 시작된 불길한 북극곰의 미래…인간의 미래는 달라질까?
“지구온난화가 북극 생태계 위협”
2019-02-25 08:00:10 2019-02-25 08:00:10
북극곰(Polar Bear)은 알래스카(미국), 캐나다, 그린란드(덴마크), 러시아, 스발바르 제도(노르웨이) 등 북극 지방에 퍼져 사는 포유류다. 섬 또는 툰드라, 대륙의 해안에 서식한다. 42만년 전, 간빙기 시기 북극으로 이동한 불곰(Brown Bear) 무리가 빙하기 때 고립되면서 북극곰으로 종이 분화했다. 북극곰은 다른 불곰 종류인 코디액곰(Kodiak Bear)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곰이다. 몸무게는 수컷 300~800kg 암컷 150~500kg이고, 25~30년을 산다.
 
가장 험한 환경에 적응한 가장 큰 포유류
 
북극곰은 영하 40℃의 추위와 시속 120km의 바람을 견디며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추운 기운을 차단하는 북극곰의 털은 이중구조인데, 바깥의 겉털은 약 12cm에 달한다. 털은 하얀색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색깔은 갈색에 가깝다. 물에 젖은 북극곰은 갈색으로 보이지만 물을 털어내 빛을 산란시키면 인간 눈에 하얀색으로 보이게 된다. 털 아래 피부는 검은 색이어서 열을 흡수할 수 있다. 피부 아래에는 두께가 10cm가 넘는 지방층이 있어서 강력한 단열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4~5월에 짝짓기를 해서 12월 하순~1월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암컷은 출산 전 원래 몸무게의 두 배까지 지방을 저장해 눈 속에 깊게 판 구멍에다 새끼를 낳는다. 수컷의 도움 없이 암컷이 새끼를 키운다. 
 
북극곰의 학명 '우르수스 마리티무스(Ursus maritimus, 바다의 곰)'는 북극곰의 운명을 시사한다. 태어난 후에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에서 보내는 북극곰은 대표적인 해양 포유류로, 수영에 능숙해 100km까지도 헤엄칠 수 있다. 이는 역으로 100km 안에 쉬어갈 부빙이 없으면 익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잡식성이지만 곰 중에서 유일하게 육식 위주의 식성을 가졌다. 이빨구조를 비롯해 신체 구조가 사냥에 특화됐다. 북극해의 해빙 위에서 주식인 바다표범을 사냥하고, 물고기 바닷새 순록도 잡아먹는다. 먹이가 없을 때는 포도, 머루, 다래 등 나무열매와 해초를 먹는다.
 
북극곰. 사진/Pixabay
 
금세기 안에 북극곰 멸종할까
 
2008년 5월 북극곰은 미국 멸종위기종보호법(ESA)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한 최초의 동물로 지정됐다. 북극곰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분류한 멸종위기 취약 등급에 속한다. 북극곰의 현재 개체 수는 2만~3만마리이며 미 지질조사국(USGS)과 캐나다 환경부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북극곰의 개체 수는 급감했다. 미국 어류야생동식물 보호국(USFWS)은 2050년이면 북극곰 개체가 30% 이상 감소해 1만5000마리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추세면 금세기 안에 북극곰이 멸종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북극곰이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다. 현재 지구의 평균 기온은 19세기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 상승했고 최근에는 10년마다 0.17℃씩 올라가고 있다. 21세기 지구온도 상승폭을 1.5℃ 아래로 낮추자는 파리협약의 구상이 좌초되고 지금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100년쯤 기온이 4℃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생명종에 비해 북극곰이 삶이 더 힘들어지는 이유는 북극 지역이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두 배 이상의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기 때문인데, 흔히 '북극 증폭'이라고 표현한다. 햇빛을 반사하던 빙하가 녹으면 바다가 열기를 그대로 흡수하면서 온난화에 가속도가 붙는 구조다. 해빙과 바다 사이의 이러한 태양열 흡수율 차이는 서로 되먹임하며 지구온난화와 연결되어 북극 해빙의 양을 40년간 약 70% 감소시켰다. 전 세계 해수면도 연평균 4mm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최근 50년 사이에 북극의 얼음 면적이 4분의1로 줄었고 2050년에는 10분의1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구온난화와 북극곰
 
북극곰은 해빙 위에서 사냥하고 휴식하고 새끼를 양육한다. 해빙에 의존해 살아가는 북극곰은 기후 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해빙이 감소하면서 북극곰이 사냥할 수 있는 여건은 악화한다. 얼음 위를 걷지 못하고 녹은 빙하가 만들어낸 얼음 덩어리 사이의 바다를 뛰어넘거나 헤엄치는 일이 많아지면서 이동하는 데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북극곰이 0.5t가량의  몸을 유지하려면 사냥감에서 최대한 많은 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북극곰 몸무게의 절반은 지방인데, 생존을 위해 많은 양의 지방이 북극곰에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극곰의 주요 먹이는 바다표범이다. 그러나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곰이 사냥에 성공하는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사냥에 실패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건강 상태가 악화한다. 건강하지 않은 북극곰은 새끼를 낳기 어려우므로 개체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북극곰은 극단적인 기후에 적응한 동물이라 인위적으로 번식하기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렵다. 동물원에서 번식시키기가 특별히 까다로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의 다른 생물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여년 전 500만마리에 달했던 북극권의 순록이 210만마리로 줄었다. 북극곰의 먹이이기도 한 순록은 툰드라 지대 지표면에 붙어 있는 이끼와 지의류를 먹고 산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툰드라 지역에서 이끼류, 지의류가 사라지면서 순록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만이 북극곰과 북극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WWF는 지구온난화와 함께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와 무분별한 개발이 북극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석유 유출은 곰의 체온을 지켜주는 털의 보온 효과를 떨어뜨린다. 독성 물질도 위협이다. 북극의 먹이사슬에서 유해 화학물질의 농도는 매우 높게 측정되고 있다.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은 대기와 해류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해서 극지방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미 배출된 독성 물질은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아 성장, 번식, 면역 같은 생물학적 기능을 저해한다.
 
교배종 탄생, 민가 침입...시작된 북극곰의 불길한 미래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왜곡되면서 수천 년에 걸쳐 진행돼야 할 생태계의 변화가 불과 수십 년 만에 일어나고 있다. 그롤라 곰(Grolar bear)은 북극곰(Polar bear)과 회색곰<Grizzly bear, 불곰의 아종(亞種)>의 교배종이다. 바다의 얼음이 녹아 북극곰이 해안으로 이동하고, 기온 상승으로 회색곰이 북극의 추위를 견딜 수 있게 되면서 자연적 경계가 무너지고 서식지를 공유하게 되면서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희귀종이었지만 개체 수가 자연 증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극곰이 멸종하고 그롤라 곰 같은 신종 혼혈종의 개체 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북극곰 나름의 생존투쟁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 러시아 노바야제믈랴 섬의 민가에는 굶주린 북극곰 52마리가 난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북극곰들이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민가로 내려온 것이다. 북극곰이 주민을 공격하고 주거지 및 공공건물 일대에 침입하자 당국은 주민 안전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북극곰의 집단 행동은 USGS와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학교 팀의 연구결과에서 자연스럽게 유추된다. 연구팀은 2014~2016년 알래스카 앞바다 보퍼트해에 서식하는 암컷 북극곰 9마리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하고 카메라를 달아 행동을 관찰한 결과, 체중 유지에 필요한 먹잇감을 제대로 구하지 못한 것을 확인했다. 이 북극곰들은 생존을 위해 10일마다 성숙한 얼룩큰점박이 바다표범 1마리 혹은 어린 바다표범 3마리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9마리의 북극곰 가운데 5마리는 먹잇감을 찾지 못하면서 10일 사이 몸무게가 20kg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기후환경변화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이가 부족해지면서 일부 북극곰들은 먹잇감을 찾아 민간 마을의 쓰레기 더미까지 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곰과 인근 지역 주민의 충돌은 더 잦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잠수함 속의 토끼처럼 기후변화 시대의 상징물로 떠오른 북극곰의 미래는 인류의 미래와 긴밀하게 연결된다"며 "북극곰에게 불행한 미래가 예고돼 있다면 인간에게 같은 미래가 예비되어 있지 않다고 장담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박대형 KSRN 기자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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