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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묘한 가족’ 정재영 “이 결말, 할리우드 수출도 가능”
자타공인 ‘좀비 마니아’ 정재영…“독특한 설정에 매료”
기상천외한 영화 속 결말…“기존 좀비 장르에는 없다”
2019-02-18 00:00:00 2019-02-1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그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특징적인 작품들을 손꼽아 보면 딱 그랬다. 이 배우, 언제나 화가 나 있었다. 언제나 벌게진 얼굴로 스크린을 노려보고 침이 튈 정도로 화를 냈다. 당연히 화가 나서 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연기일 뿐이다. 정말 놀라운 건, 이 배우 타고난 개그맨이다. 그와 함께 작업을 해본 동료들이라면 하나 같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의 유머 감각을 극찬한다. 위트와 센스가 넘치는 이 배우의 매력이 도대체 왜 작품 속에서 드러나지 않았을까. 앞서 언급한 화만 내던작품 속 모습에서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유머의 실마리를 조금은 느낄 수 있다. 바로 정재영이다. 알만한 사람들만 알고 있다는 정재영의 유머스러움은 충무로 코미디 시나리오가 왜 그를 이토록 외면하고 있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코미디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묘한 가족이 담고 있는 기괴하고 괴팍스런 코미디의 색채는 정재영도 충무로에서도 전무후무했다. 정재영은 이제야 자신의 맞춤형 스타일이 왔다고 맞장구다.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가 정재영이 말하는 기묘한 가족의 자신감 원천이었다.
 
배우 정재영.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기묘한 가족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에서 정재영과 만났다. 그는 엄청나게 흥분해 있었다. 자타공인 좀비 마니아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국내외 좀비 영화는 모두 섭렵했단다. 최근 오픈돼 화제를 모았던 넷플릭스의 킹덤까지 모두 시청했다고. 워낙 강렬하고 쎈 역할만 도 맡아 왔던 그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하면서 기묘한 가족을 선택한 이유가 납득이 되는 지점이었다.
 
정말 좀비 장르를 너무 좋아해요. 국내에서도 개봉한 ‘28일후가 좀비 영화 대중화의 시작이죠(웃음). 바이러스가 퍼져 좀비가 된다는 여러 좀비 영화의 설정도 그 영화에서 시작됐어요. 하하하. 나름 좀비 마니아들에게 좀비와 뱀파이어 혼합물은 절대 안쳐주는 철칙이 있죠. ‘기묘한 가족은 내가 좋아하는 좀비가 나오고, 또 우리 농촌이 배경이에요. 거기에 물리면 회춘을 해요. 이런 설정은 할리우드에도 없었어요. 이걸 안 할 이유가 없더라고요(웃음).”
 
앞서 언급한 쎈 캐릭터 전문 배우로서 이번 코미디 장르 출연은 뜻밖이기도 했다. 물론 정재영은 좀비란 아이템에 매료돼 출연을 결정했단다. 거기에 코미디도 한 몫했다. 그렇다고 그는 이 영화를 코미디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모든 장르의 영화를 장르 자체로 접근하기 보단 이야기 즉 드라마로 접근해 캐릭터를 만들어 간다는 원칙을 오래 전부터 지켜왔다고.
 
배우 정재영.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로서 늘 새로운 걸 하고 싶죠. 물론 그 가운데서 쎈 캐릭터들이 많이 왔었고. 글쎄요. 개인적으로 장르를 규정하지는 않아요. 이건 액션 이건 코미디. 난 모든 이야기가 다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접근해요. 어떤 이야기라도 현실이 있고 그 안에 장르적인 특색이 섞여 있다고 봐요. 장례식장을 가도 다들 눈물 흘리며 울기만 하나요. 웃기도 하잖아요. ‘이끼같은 영화가 유머가 없었나요. 그저 캐릭터에 맞게 연기를 하다 보면 그 장르의 색채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연기하고 만들어 낸 기묘한 가족속 준걸의 시선으로 영화가 만들어 낸 좀비 세상은 어땠을까. 개인적으론 당연히 약간의 아쉬움은 분명히 남아 있단다. 하지만 주변의 뜨거운 반응에 점점 더 몸이 달궈진다고. 이미 촬영한지 1년 정도가 지났지만 촬영 당시의 즐거움이 아직도 남아 있는 작품이다. 언론 시사회 이후 쏟아지는 특별한 코멘트에 기분도 좋다.
 
배우라면 당연히 자신의 출연작이 100% 만족스러울 수는 없어요. 저도 완성작을 보고 약간의 아쉬움은 있죠. ‘저걸 좀 이렇게 했었다면’ ‘저기서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뭐 이 정도죠. 내 연기에 대한 불만 정도(웃음). 근데 고무적인 게 젊은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일반 시사회에서 10대부터 20대 초반 관객들이 빵빵 터지는 데. 와 기분 좋았죠. 제작진이 관객들 웃음만 녹음해서 들려줬는데 하하하. 전 개인적으로 할리우드의 좀비 장르보다 우리 영화가 더 신선하다고 봐요.”
 
배우 정재영.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좀비 마니아이기에 고려했을 수도 있는 지점이다. 정재영이 자신 있게 언급한 신선함이었다. 장르적으로 국내 영화에서 좀비는 낯선 소재다. 최근 트랜드로 자리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낯익은 아이템은 아니다. 더욱이 기묘한 가족은 더욱 생소하다. 장르를 규정하기 힘든 생경하고 기괴한 장면도 포인트가 너무도 많다. 정재영은 이런 점에 대해 잠시 생각을 했다.
 
신선한 건 다른 말로는 낯설다는 말도 맞죠. 한 발 더 나아가면 신선하단 말은 위험하단 뜻이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걸 택하는 게 제 취향 같아요. 하하하. 우선 신선한 얘기 그리고 신선한 구성, 신선한 콘셉트. 그러면 우선 눈길이 가요. 뭐 또 한 편의 실패작이 나올 수도 있겠죠. 반대로 엄청난 흥행작이 될 수도 있고. 그건 누구도 몰라요. 언제나 반반이잖아요. 매번 느끼고 고민하는 지점 같아요.”
 
정재영이 기묘한 가족의 신선함을 장점으로 꼽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놀랍게도 이 영화의 12세 이상 관람가다. 좀비 장르는 태생적으로 피와 살이 튀는 하드코어 스타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기묘한 가족은 그런 포인트를 영리하게 피해 나갔다. 그렇다고 좀비 장르의 이런 장점을 모두 정제시킨 결과물은 아니었다.
 
배우 정재영.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그래서 신선하다니까요. 하하하. ‘웜바디스도 좀비 멜로 장르로서 15세 이상 관람가에요. 이제는 좀비 장르가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가족 무비가 되야 한다니까요. 하하하. 이제 진짜로 좀비가 현실에서 나타날 수도 있어요. 우리 영화에서도 민걸(김남길)이가 좀비 가이드를 만들잖아요(웃음). 그거 봤는데 아주 디테일 해요. 그거 잘 만들어서 좀비 습격에 온 국민이 대비를 해야 되요. 하하하.”
 
좀비 마니아라면 기묘한 가족의 결말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예상 밖의 스토리를 만들어 냈단 평가다. 어느 누구도 이 영화가 이런 결말로 끌어 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정재영 역시 자타공인 좀비 마니아로서 이 영화의 결말에 가장 큰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당연히 특유의 유머도 잃지 않았다. 그는 결말의 매력으로 돈을 꼽았다. 역시 예상 밖이다.
 
우리 영화에서 가장 돈을 많이 들인 장면이에요. 하하하. 그러니 진짜 매력을 느낄 수 밖에요. 또 우리 영화에서 유일하게 서울에서 찍은 장면이기도 해요. 좀비 마니아로서 우리 영화의 그 결말은 좀비 장르에선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좀비물의 결말은 딱 두 가지 정도에요. 백신 개발이나 면역 체계 발견. 우리 영화는 이 두 가지 선택이 아닌 완벽하게 새로운 결말이잖아요. 이 상상력이라면 할리우드에 수출해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니깐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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