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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도입 논란…대주주 악용 가능성 높아
“보통주 의결권 희석 야기할 수 있어”
2019-02-15 00:00:00 2019-02-15 00: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기업의 혁신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로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이 득보다 실이 많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의결권 1표가 중요한 주식시장에서는 제도가 도입될 경우 투자자 권익 약화는 물론 주당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14일 국회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혁신벤처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차등의결권이란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현재 상법상 주식 1주당 의결권은 1표만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창업주가 자금 조달을 위해 주식을 발행할 경우 투자자가 더 많은 지분을 가질 수도 있어 경영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지난해 8월 차등의결권 도입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주당 최대 10표의 의결권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최 의원 개정안을 토대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검토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차등의결권 도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도가 한번 도입되고 나면 경영진을 제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태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이즌필(Poison pill)이나 시차이사회제도(Staggered board)는 이사회 안건으로 없앨 수 있지만 차등의결권 제도는 방법이 없다”며 “벤처기업에 대해서만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향후 중소기업이나 대기업까지 적용된다면 보통주의 의결권 희석을 야기해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차등의결권 도입 논란으로)시장 참여자나 개인 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벤처기업의 활발한 창업활동을 위해 추진되는 방향성은 맞으나, 모든 상장기업을 전제로 할 경우 경영권 악용 소지가 있어 도입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등의결권 관련 법안을 추진할 경우 투자자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상속 시에는 의결권을 다시 1표로 전환되거나 일몰규정(일정기간 후 의결권 1표로 전환) 도입,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기업공개(IPO) 전 1회만 허용 등이 예상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벤처기업이 상장한 후에 일몰되는 규정을 논의할 수 있는 시행령을 뒀다”며 “양도나 상속하는 경우엔 차등의결권이 없어지도록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작년에 홍콩증권거래소와 싱가포르증권거래소는 혁신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결정했다”며 “다만 해외 사례를 보면 상장기업 중에서도 예외사례를 두고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방식이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도입 이전부터 투자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 논란에 주식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신송희기자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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