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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딜 브렉시트'로 기우나…증권가 회의론 확산
브렉시트 재협상에 EU 반발…미국 은행들은 이미 대비
2019-02-07 00:00:00 2019-02-07 00: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브렉시트를 놓고 영국과 유럽연합(EU) 사이의 갈등이 커지면서 아무런 협상 없이 탈퇴하는 나가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협상을 낙관적으로 봤던 증권업계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3일 EU에 브렉시트 수정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지난 1월29일 영국의회는 메이 총리가 제시한 ‘플랜B’와 다른, 의원들이 제시한 수정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다. 그 결과 7개의 안 가운데 2개 안이 가결됐다. 가결된 안은 백스톱(안전장치)을 수정한다는 내용과, 노딜 브렉시트를 영국이 거부할 수 있다는 안이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는 다시 EU와 백스톱을 대체하는 안을 갖고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다만 EU 수뇌부와 주요 인사들은 영국의 재협상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합의한 브렉시트 안을 휴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열린 브렉시트 관련 대책 회의에서도 비판적 발언이 쏟아졌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대체 영국의회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확실한 건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마어 브로크 독일 의원 역시 “백스톱은 영국이 제시해놓고 갑자기 이를 근거로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친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노딜 브렉시트의 최대 피해자는 영국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까지는 노딜 브렉시트가 EU와 영국 모두에게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합의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했다. 특히 주요 외신들은 기한이 연장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 투표에서 영국이 연장안을 부결시켰고, 가결된 노딜 브렉시트 거부안은 영국 의회에서 거부할 수 있는 효력이 없다.
 
영국 시민들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은행들 역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대비해 준비에 나섰다. 유럽의 금융허브인 영국 런던 인력들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포착됐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런던 직원 400여명을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전출시킨다. JP모건 역시 런던에서 근무 중이던 수백명을 유럽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웠고 일부 인력은 이미 작년말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파리에서 노랑조끼 시위가 연일 이뤄지고 있는데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골드만삭스도 독일과 프랑스 인력을 증원하며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고 있으며, 영국 바클레이스는 노딜 브렉시트를 우려해 1900억유로의 금융 자산을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전한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기 시작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사실 브렉시트에 대한 긍정적 전망 대부분이 별다른 근거가 없었다”면서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눈에 띄는 방안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영국 내에서도 의견이 안 모이고, EU와의 의견도 좁혀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40%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노딜 브렉시트 또는 극적으로 기한을 연장하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나이스하게 해결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최 센터장은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유럽의 교역량과 성장성이 하락해 국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유럽 증시가 흔들리고 글로벌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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