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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제1야당 존재감, 보이콧이 해답인가
2019-01-31 06:00:00 2019-01-31 06:00:00
박주용 정치부 기자
자유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릴레이 농성을 진행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을 강행한 데 따른 반발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당이 이를 빌미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건 과했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서 여러 민생·개혁법안 처리가 줄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유치원 3법, 체육계 성폭력 근절 법안, 탄력근로제 법안, 임세원법 등 처리해야 할 각종 민생법안들이 수두룩하다. 선거제 개편과 공수처 설치 등 개혁 법안도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과제다. 이에 더해 택시·카풀 갈등, 미세먼지 대책,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위협비행,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한반도 문제 등 그야말로 국회 차원에서 점검해야 할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이 국회를 멈춰 세우는 건 어떤 이유로든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과 함께 최근 여권에 제기된 현안을 논의하자며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해놓은 상태였다. 이후 국회 일정 전면 거부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은 중단했지만 5시간30분짜리 릴레이 단식 농성은  '웰빙 단식' '릴레이 식사'라는 말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물론 정부 성향의 인사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원에 임명한 것은 제1야당으로서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 선관위원 자격을 세밀하게 규정하지 못한 제도적 미비점을 탓해야지 임명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한국당은 자당이 집권했던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도 이와 비슷한 전례가 있었던 사실을 잊었는가. 박근혜정부 때 임명된 한나라당(현 한국당) 부설 여의도연구소 이사 출신 선관위원은 지금까지 선관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국회 일정 거부에 돌입하는 게 맞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둔 상황에서 국회 일정 거부가 장기화 될 경우 민생입법 방치 등의 비난 여론에 내몰릴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새해 첫 연찬회에서 "제1야당으로서 존재감과 신뢰감을 회복하는 데 의원들의 역할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존재감은 국회 일정 거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가 아니다. 대안을 제시하고 결과를 이끌어냈을 때 존재감은 저절로 드러날 것이다. 아무쪼록 제1야당의 존재감을 스스로 떨어트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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