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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미디어가 만든 ‘선악’ 혼동법
2019-01-30 20:00:00 2019-01-31 10:15:25
선의와 악의 그리고 선함과 악함은 각각 어떻게 다른 것 인가.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 인간 세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 선과 악, 정상과 비정상이 딱 떨어지는 수학 문제처럼 구분되는가에 대해선 모두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례로 최근동물권존중에 앞장선 줄 알았지만 그 반대에 서 있었단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인물만 보더라도 선의와 악의는 인간 안에 공존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미디어, 특히 영화가 유난히 선의와 악의를 이분법적 대립 구도로 즐긴다. 이런 이분법적 구조를 특정 대상에 드러내놓고 대입시키는 건 영 마뜩잖다. 마치 동물권을 지키려는 자는 무조건 선하고 반대는 무조건 악하다고 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게 느껴진다.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을선함의 한 축에 놓고, 비장애인을악함의 반대 축에 놓는다면 이런 구도는 이제 불편하기까지 하다. 이건 장애인의 선함을 부각시켜 장애인을 위하는 게 아닌 그들에 대한 잘못된 장애인식만 확산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자폐성 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증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동안 착한 영화를 만들어낸 착한 감독의 착한 영화가 또 하나 탄생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을까. 높은 평점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현실에서 발달장애아를 키우고 있는 내겐착한 발달장애인이 주인공인 이 영화가 너무도 껄끄럽다. 영화는 주인공인 발달장애인 입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선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착한 사람입니까? 나쁜 사람입니까?”
 
이 질문은발달장애인은 선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선인과 악인, 정상과 비정상의 구도를 넘어 이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대립 구도에 놓고 장애인은 선하고 비장애인은 악하단 전제를 영화적 도구로 사용했다. ‘선의를 얘기하기 위해장애를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에 놀랍고 경악스럽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접근이고 위험한 인식이며 일반화의 오류이다. 장애인은 선한 사람도 아니고 악한 사람도 아니며 그냥 장애를 가진 사람일 뿐이다. 장애는 선의로 구분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런데도 ‘증인’은 줄기차게 선의에 대해 질문하면서 장애 코드를 앞세운다. 영화적 명제대로라면 장애인은 비정상이지만 선한 존재다.
 
이는 장애인을 이해하고 위하는 것으로 대중들을 착각하게 만든다. 사실은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킨다. 영화는 장애인을 장애란 틀 안에 가둬버린다. 장애인이기에 앞서 사람이라는 점, 사람이기에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선악을 모두 똑같이 갖고 있는욕망이 있는 존재란 점을 부정해 버린다. 장애인은 사람이 아닌 장애인이 된다.
 
선의, 사람인 이상 완벽한 선의로 무장한 이는 없다. 완전한 선의를 말하기 위해 발달장애인을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 그들 역시 사람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것을 잊고 장애인을 도구로만 사용하려 들면 그것이야말로 악의가 될 것이다. 이건 무지로부터 발생한 완벽한 악의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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