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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손혜원의 마포, 박종철의 예천
2019-01-24 06:00:00 2019-01-24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연초부터 정치권이 떠들썩하다.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는다. 신년 벽두부터 들려온 정치권 소식은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 끔찍한 수준이다. 현실이라고 믿기조차 어렵다. 동료 의원들과 함께 떠난 공무국외여행에서 경상북도 예천군의회 소속인 박종철 의원이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단순 갑질을 뛰어 넘는 물리적 폭력이다. 백 번 사죄해야 마땅하지만 수사 초기 박 의원은 자신이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발뺌까지 했다고 한다. 적지 않은 군 예산을 지출하며 견문을 넓히기 위한 여행이지만 동료 의원 중 한 사람은 연수 중인 국가에서 노래방 도우미까지 찾는 일탈까지 있었다. 사전의 전말은 검찰 수사가 모두 마무리 되고 난 다음 구체적으로 알겠지만 군민들은 군의원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지만 국제적으로 수치스런 일이다. 신년의 정치 악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의 서영교 의원은 지인의 범죄에 대해 최대한 배려해 줄 것을 판사에게 청탁했다고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 신분으로 공공의 이익과 정의 구현에 앞장서야할 국회의원의 행동으로 매우 부적절한 처사다. 가장 큰 뉴스는 같은 당 소속이었던 손혜원 의원이다. 손 의원은 근대문화지역으로 지정받은 목포시에 대규모 부동산 매입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여전히 정치권 공방이 계속되는 중이고 수사를 통해 사건 진위가 밝혀질 것이므로 어떤 결과가 있을지 섣부른 단정은 금물이다. 그렇다면 마포에 지역구를 둔 손 의원과 경북 예천군의회 박종철 의원은 최소한 어떤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지역구가 있는 국회의원과 기초자치단체 의원의 활동에서 무엇이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 되는가. 바로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를 대표하는 일이다. 손 의원은 당의 전략적 기준에 따라 발탁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아니다. 마포구 두 명의 국회의원 중 한 사람이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 공천 과정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여곡절 끝에 기회를 잡았던 손 의원이었다. 지역구내 유권자들은 현직 국회의원의 공천 탈락에 충격을 받았겠지만 전문성이 탁월한 인물의 등장을 내심 반겼을지 모르겠다. 손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브랜드 전문가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마포구는 그동안 서울 개발 과정에서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인근에 위치와 영등포구와 서대문구 그리고 용산구에 밀리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당대 최고의 브랜드 전문성을 가진 이가 지역구 국회의원이 된다면 마포의 브랜드와 가치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을 터이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은 달라 보인다. 빅데이터분석도구인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 ‘손혜원’을 검색어(23일 기준)로 입력했다. 자동적으로 따라 나오는 ‘의원’이란 단어를 제외하고 밀접한 연관어는 ‘목포’, ‘투기’, ‘민주당’ 순으로 나타났다. 투기인지 투자인지 여부는 추후 사실 규명이 이루어질 사안이다. 하지만 손 의원의 활동 연관어로 마포가 아닌 목포가 나오는 건 유감이다. 박종철 예천군의원의 경우도 이에 못지않다. 예천군의원들의 해외연수 논란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면서 이를 보는 군민들과 출향민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 애써 만들어왔던 예천군 브랜드 가치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셈이나 다름없다. 군의원들을 성토하는 군내 현수막에는 군의원들이 부끄러워 주변사람들에게 예천출신이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까지 있다고 한다. 국민들은 당장 모든 지방의회 연수를 폐지하라며 아우성이다.
 
손 의원의 투기 의혹과 박종철 군의원의 폭행 사건은 수사를 통해 상응하는 조치가 내려지면 될 일이다. 과장된 의혹이라면 소명되어야 하고 의혹이 사실이라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담당할 몫이다. 그러나 개인으로부터 자초된 의혹과 논란으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놀란 마포 지역민들과 기껏 쌓아올린 지역의 명예가 속절없이 무너진 예천군민들의 심정은 누가 위로해 주어야 하는가. 선출직 지도자는 임기를 시작하는 첫 순간부터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뽑아준 유권자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역구인 마포의 발전을 위해 논란이 되었다면 차라리 이해 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차라리 국내 연수 중 폭행이나 술집 도우미를 찾는 파행을 저질렀다면 온갖 비난을 쏟아낼지언정 나라 망신만큼은 피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것이 과연 밝혀진 몇몇 정치인들에게만 국한된 문제일까. 어떤 경위로 정치인들의 일탈이 벌어졌건 최종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것은 유권자들이고 국민의 세금이다. 다음 총선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우리 지역이 죽고 또는 우리 지역이 살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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