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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책임)정부는 당당한 경제주체로 서야한다
2019-01-21 08:00:00 2019-01-21 08:00:00
교육부 공식블로그 ‘경제활동의 주체’를 설명하는 화면 아래 ‘상식사전’ 코너에는 “인간생활은 모두 경제다!”라고 적혀있다. 대담한 표현이 놀랍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경제로 통하는 세상에서 그리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언제부터인가 경제는 우리 삶의 전부인 것처럼 됐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적폐청산으로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는 데 진력하던 촛불정부도 작년 경제지표에 놀라 새해벽두부터 경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경제가 무엇인지 딱 떨어지게 정의하기는 참 어렵다. 경제학은 어렵고 복잡하게 설명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를 ‘돈’으로 이해한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돈으로 계산되는 경제성장률을 이야기하고, 금융가에서는 주식시세판으로 경제를 이야기하고, 동네 식당과 호프집에서는 매출로 경제를 이야기한다. 표현을 조금 비약해서 바꿔보면 인간생활은 모두 돈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그래서 돈의 흐름은 중요하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7년 전체 영업이익의 61%를 0.3%의 대기업이 싹쓸이해 경제력 쏠림이 심화됐다고 한다. 2016년에는 55.7%였다니 1년 사이에 5.3%p나 늘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단체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볼멘소리를 하던 시기였는데 오히려 대기업은 엄청난 호황이었던 셈이다. 자산총액 10조원이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된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118조6300억원으로 전년보다 54.8%나 늘었다. 경제성장률의 20배 가까운 놀라운 증가율이다. 반면 대기업 고용 증가는 미미하다. 돈과 경제의 블랙홀 같다. 인간생활이 대기업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경제학은 종종 ‘가진 자들의 학문이다’라고 조롱받는다. 경제학자는 외계인이라고 비아냥대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그러나 ‘인간생활의 모든 것’과 돈을 연구하는 학문이 된 경제학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일부는 불평등과 양극화도 성장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을 말한다. 모든 이가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한다. 그것이 모여 시장이 가장 효율적으로 최적화된다고 한다. 마치 시장은 절대자인 신의 섭리인 것처럼 말한다.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이론이라는 비판에 대해 경제학자와 그들의 세례를 받은 정치인, 언론인, 학자들은 말한다. 신성모독이라고.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제학은 현실에, 사람에, 인간생활에 집중해야 한다.  
 
경제학원론은 토지, 노동, 자본을 경제의 3요소라 하고 가계, 기업, 정부를 경제의 3주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현실경제와 시장을 이야기할 때 갑자기 토지와 노동, 가계와 정부는 사라지고 자본과 기업만이 주인공이 된다. 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저임금도 안 되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를 위한 정부의 규제도 안 된다고 한다. 오로지 자유로운 자본, 자유로운 기업만이 선이라고 한다.
 
사람 중심 경제를 내세운 춧불정부, 포용정부는 자본과 기업 중심의 경제 프레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시장에서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시장실패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경제의 3주체로서 정부의 의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정부의 권한은 소수의 자본소유자와 기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써야한다. 자본주의 이후 선진국의 경제체제는 전통경제, 통제경제, 시장경제를 넘어 정부의 기능이 강화된 혼합경제로 이행한지 오래다. 
 
나무위키의 고등학교 사회탐구(경제) ‘경제주체의 역할과 의사 결정’ 항목에서 재정 활동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경제적 역할은 효율적 자원 배분, 소득 재분배, 경제 성장 및 안정 등을 추구한다고 서술한다. 가계도, 기업도 할 수 없다. 오롯이 정부의 몫이다. 보이지 않는 검은 손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를 위해 정부는 당당한 경제주체로 서야 한다. 새로운 경제팀의 분투를 기대한다.
 
박영범 지역농업네트워크협동조합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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