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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아쿠아맨’, 화려하고 뚜렷하고 강력하다
2018-12-14 00:00:00 2018-12-14 09:50:0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히어로 장르 양대 산맥인 마블과 DC는 언제나 비교 대상이다. 비교라기 보단 마블이 상업적 완성도 극대화를 넘어 장르의 무게감까지 더하는 시도를 하는 지금이다. ‘어벤져스시리즈가 선보이는 마블의 무게감은 단순한 유쾌함을 넘어 메시지를 더한 톤 앤 매너의 균형점을 이미 찾은 것을 증명하고 있다. 반면 DC는 이미 창립 초반부터 어둡고 마이너적인 감성으로 마니아 층을 형성해 나갔다. 물론 스크린으로 옮긴 이후에도 이런 색깔을 유지해 나가며 마블과의 대결에서 연패를 거듭했다.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3부작 정도가 DC의 세계관을 증명해 냈을 뿐이다. 영화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마블과 달리 DC는 언제나 현실과의 접점이 눈길을 끌었다. 결과적으로 히어로 장르에서 상상력의 한계가 역설적으로 발휘되면서 언제나 DC는 마블을 쫓는 모양새였다.
 
 
 
이런 전제를 제임스 완 감독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던 듯싶다. 우선 DC 마니아들은 제임스 완 감독의 히어로물 연출에 반색을 하면서도 우려를 표한 바 있었다. ‘쏘우시리즈를 만들어 낸 그는 이미 전 세계 공포 마니아들의 우상이다. 그런 그가 히어로 장르에 손을 댔다. 그것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스크린으로 옮겨진 바 없는 아쿠아맨을 말이다. 결과적으로 제임스 완은 마블의 장점을 받아 들이고 DC의 장점을 끌어 올린 또 다른 히어로 유니버스 세계관을 완성해 냈다. 마블의 어벤져스’, DC저스티스 리그가 있다지만 제임스 완의 아쿠아맨은 그 자체로 완벽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증명한다. 경쾌하다. 유머도 넘친다. DC의 환골탈태다.
 
아쿠아맨은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한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캐릭터다. 국내에선 생소한 히어로다. 바다를 지배하는 능력자다. 등대지기 인간 아버지와 고대 아틀란티스 왕국 공주였던 아틀라나(니콜 키드먼)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본명은 아서 커리(제이슨 모모아). 태생은 여러 신화에서 자주 등장한 혼혈 스토리를 담았다. 정략 결혼을 피해 인간 세계로 넘어온 아틀라나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그는 이방인이다. 바다 세계에서도 인간 세계에서도 소속될 수 없는 이방인.
 
아틀라나는 아서를 낳고 인간인 남편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지만 결국 바다 속 7개 왕국 통치자이자 왕인 아버지가 보낸 추격대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된다. 아들과 남편을 위해 그는 스스로 바다로 돌아가고 결국 아틀란티스의 법에 의해 7개 왕국 중 버려진 왕국 트랜치의 제물이 된다.
 
영화 '아쿠아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그렇게 어머니의 존재를 뒤로 한 채 성장한 아서는 아버지의 보호와 아틀란티스 왕국 재상 벌코’(윌렘 대포)의 가르침 속에 점차 자신의 힘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운다. 그는 벌코를 통해 고대 아틀란 왕의 삼지창에 얽힌 신화를 듣게 된다. 심해의 수호자이자 7개 왕국 통치자로서 자격을 상징하는 삼지창은 바다를 다스리는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미 바다 속 아틀란티스에는 아서의 이부동생이자 아틀란티스의 왕 옴(패트릭 윌슨)이 있다. 그는 인간 세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죽어가는 바다를 살리기 위한 결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 7개 왕국 중 네레우스(돌프 룬드그렌)가 다스리는 제벨의 공주 메라(엠버 허드)는 아서를 찾아나서 설득한다. 그는 벌코와 함께 아틀란티스를 통일하고 새로운 왕좌에 앉을 인물로 아서가 선택된 인물이라고 일깨운다.
 
아쿠아맨극중에서도 등장한 바와 같이 고대 아틀란티스 왕국의 번성과 바다 밑으로 가라 앉은 신화 그리고 바다 밑에서 진화한 심해 인간들에 대한 상상력이 더해져 전무후무할 심해 유니버스가 완성됐다. 제임스 완 감독은 심해를 중심으로 한 히어로 영화 장르의 특성을 위해 각기 다른 7개 왕국 특징을 뚜렷하게 설정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장기인 공포작법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아서와 메라가 삼지창을 찾아 나서며 통과하는 트렌치 왕국 시퀀스의 섬뜩함은 제임스 완의 색채와 연출 기법이 고스란히 담긴 뚜렷한 인장이다.
 
영화 '아쿠아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실 제임스 완 감독이 공포 장르에만 특화된 연출자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는 앞서 분노의 질주7’을 연출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호흡을 따라 잡아낸 바 있다. 공포 장르와 액션의 호흡이 기묘하게 합일되는 지점을 그는 본능적으로 연결하며 전혀 다른 두 장르의 교집합을 이뤄낸 전적을 갖고 있다. ‘아쿠아맨에서도 그는 이탈리아 한 섬에서 벌어지는 아서-메라 vs 블랙만타-아틀란티스 추격대결투를 분노의 질주7’에서 선보인 카체이싱 이상의 빠른 호흡으로 그려냈다.
 
무엇보다 아쿠아맨의 가장 확고한 볼거리와 DC 유니버스 탈피를 증명한 장면은 후반부에 등장한 대규모 수중 전투 장면이다. 이미 마블 어벤져스를 통해 관객들은 히어로 영화 속 대규모 전투 장면의 흐름과 작법을 경험한 바 있다. ‘아쿠아맨에선 한 단계 더 진화한 모습을 선보인다. 수중이란 공간적 제약이 만들어 낸 움직임의 표현과 이를 활용한 심해 크리쳐 등장 그리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수중 도시 배경은 현란함을 넘어 경탄스러울 정도의 연출과 촬영 결과물이란 단어 외엔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DC가 프로덕션 디자인과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안일했는지가 오히려 아쿠아맨을 통해 역설적으로 증명이 된다.
 
영화 '아쿠아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볼거리와 화려함도 넘치지만 주제의식 면에서도 히어로 장르 정공법을 충실히 이행한다. 순혈 주의와 혼혈 주의의 충돌이 만들어 낸 파열음을 통해 어떤 것이 정통성이고 또 어떤 것이 정의이며 선인지를 묻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히어로 장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빌런의 무게도 모자라지 않는다. 아틀란티스 7개 왕국을 통합하고 지상 세계와의 전쟁을 선포한 옴 왕의 목적성 그리고 의문의 빌런 블랙 만타의 공격성은 이 영화를 더욱 뜨겁게 만드는 필요충분 요건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여기에 메라와 아틀라나의 역할과 매력 지수 역시 주인공 아쿠아맨 못지 않게 주목된다.
 
영화 '아쿠아맨'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마블의 복잡하고 광범위한 세계관에 매력을 느낀다면 DC의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채가 당연히 거부감을 느낄만한 요소다. 그런 지점에서 아쿠아맨은 확연하게 다른 색채를 갖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뚜렷하고 뚜렷하면서도 강력하다. 이건 단순함이 극대화된 경우다. 오랜만에 DC의 반전이 제대로 증명될 듯하다. ‘아쿠아맨만큼은 분명하다. 올 겨울 흥행 쓰나미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진 듯하다..
 
P.S 제임스 완은 상당히 개구진 면이 강한 듯 하다. 히어로 영화 속에 자신의 전작 속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캐릭터를 양념처럼 등장시킨다. 이것 또한 제임스 완만이 줄 수 있는 재미이다. 오는 19일 개봉.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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