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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잃은 정책금융)①좀비기업 생명연장보다 '옥석' 가려야
조선 1.7조·자동차 2조 수혈…지원→부실→지원 악순환 우려
2018-12-14 08:00:00 2018-12-14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내놓은 중소조선사, 자동차 부품업체 등 취약산업 활력 제고 대책에 대해 '금융지원' 일색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퇴출당해야 할 이른바 '좀비기업'의 생명 연장만 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는 경쟁력 있는 기업을 선별해 자체 생존을 유도하는 구조조정 기능 실종과도 같은 맥락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주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 경쟁력 활력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방안에서 취약업종 내 한계기업의 자금지원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자동차산업 활력 제고 대책'에 금융지원을 2배로 늘리는 내용을 담을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중소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1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2조원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선업 대책과 마찬가지로 금융지원 규모를 당초 집행액보다 늘릴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업계에서 요구한 3조원 규모에 맞출 방법이 있는지 부처간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발표된 조선업 활력 제고 방안 역시 금융지원 증액이 핵심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과 올해 4월 공공 발주와 경쟁력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내놓고 수조원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경영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다시 지원책을 내놨다. 중소조선사, 기자재업계가 당면한 금융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7000억원 규모의 신규 금융지원과 1조원 규모의 만기연장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산업별 경쟁력 활성화 대책이 나오긴 하는데 부실기업을 제대로 골라내는 옥석가리기 작업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지원책과 동시에 좀비기업을 솎아내는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매년 추세적으로 늘면서 조선 산업에 이어 철강과 자동차 산업의 재편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기업 신용위험 평가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C·D등급 기업은 올해 190개로 2011년의 약 2배다. 이 기간 대기업은 32개에서 15개로 줄었지만, 중소기업은 77개에서 180개로 두 배 넘게 늘었다. 사실상 퇴출 대상인 D등급의 중소기업은 132개로 조선과 철강, 자동차, 전자 등 특정 산업에 몰려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강도높은 산업구조조정 역할에 사실상 손놓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 현 상황에서는 한계기업의 자금공급이 막히지 않도록 금융의 역할을 주력할 때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물 들어올 때 노저어야 한다"며 금융지원을 지시한 사항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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