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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택시와 신용카드
2018-12-07 06:00:00 2018-12-07 06:00:00
고급 운송수단의 대명사인 택시가 가는 길은 늘 탄탄대로였다. 대도시의 삶은 늘 촉박하게 흘러가기에, 돈만 조금 더 내면 막히는 길도 지름길을 찾아 빠르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택시는 분명 매력이 있다.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을 ‘부의 상징’으로 여기고, 귀갓길에 택시를 잡으려면 “따따불”을 외치던 시절도 그리 오래 전 일은 아니다.
 
삶의 질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의 서비스 요구 수준은 높아졌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30년 경력의 기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빠른 길 찾기’ 정도는 할 수 있고, 심지어 예상요금까지 알려준다. 그래도 택시는 여전히 단거리 승객을 가려받고, 약한 승객에게 반말하며,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자정노력도, 단속도 약발이 안 먹힐 정도였다.

옛말에 화무십일홍이라 했다. 4차산업혁명의 거센 물결과 함께 차량공유서비스가 택시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우버부터 카카오카풀, 풀러스, 타다까지 하나를 막으면, 하나가 또 나오고, 이래서 안되면 저렇게라도 출시한다. 아직 법규와 제도는 택시 편이지만, 이전처럼 택시업계의 일방적인 승리로만 끝나진 않을 모양새다.
 
신용카드는 40년째 영광을 누리고 있다. 1978년 등장한 신용카드는 1987년 신용카드업법이 만들어지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대기업 계열 회사들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세원 확보와 소비 활성화를 이유로 정부는 의무수납제라는 지원사격했다. 덕분에 IMF 위기와 2000년대 초반 카드 사태 등을 무사히 넘기며 가장 많이 쓰이는 결제수단이 됐다.
 
문제는 안에서 시작된다고 했던가. 카드업계는 내한공연 같은 화려한 마케팅과 부가서비스, 공짜나 다름없는 연회비로 소비자에게 카드 사용을 유도했다. 그 사이 경직된 수수료 체계로 인해 협상력을 상실한 소상공인들은 과도한 수수료를 온전히 부담해야만 했다. ‘소상공인 3대 부담’으로 임대료, 인건비와 함께 카드 수수료가 뽑힌 것도 괜한 이유가 아니다.
 
4차산업혁명 가족 중 하나인 모바일 간편결제가 신용카드 자리를 노리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했고, 서울에서 이달 말부터 시작하는 제로페이는 아예 수수료 0%를 내세우고 있다. 아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지만, 신용카드도 의무수납제와 소득공제로 컸듯이 간편결제라고 못할 일은 아니다.

택시업계와 카드업계 모두 기득권을 수십년 동안 누렸던만큼 가만히 앉아있을리가 없다. 택시업계는 파업을 불사하며 수만명 집회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더 매섭다. 정부의 수수료 인하와 제로페이에 대해 관제페이, 소비자 부담 전가, 포퓰리즘, 사실상 보조금, 폭탄 돌리기 등 사용하는 워딩 수위가 상당하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운송수단을 이용하고 결제할 사람이다. 택시와 신용카드가 자력만으로 지금 자리에 오른 것은 아닐테다. 시장의 필요와 제도적 뒷받침, 특히 사람들의 호응이 없이는 언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마찬가지로 이미 소비자의 욕구와 시장의 기술이 일정 지점에서 만난 만큼 지나친 규제로 막아봐야 제3, 제4의 대안만 만들 뿐이다.
 
세상에 숫자가 1과 0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택시가 죽어야 차량공유서비스가 살고, 신용카드가 살려면 간편결제가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시장 피해를 최소화하고, 대안 서비스를 시장에 연착륙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흐르는 강물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

 
박용준 사회부 기자(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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