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질' 더 나빠졌다…소득 웃도는 가계빚 경고음
주담대 옥죄자 기타대출로 수요 이동…소득 증가 속도와 격차 확대
입력 : 2018-11-21 15:59:20 수정 : 2018-11-21 15:59:2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첫 1500조원을 돌파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옥죄기에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는 둔화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신용대출 등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여전히 소득증가율을 웃돌면서 상환 부담은 물론,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 3분기 가계신용 규모는 1514조5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첫 1500조원대에 진입했다. 국내 가계신용 규모는 2015년 말까지만 해도 1200조원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저금리와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서 부동산 투자 바람을 타고 2016년 1300조원을 훌쩍 넘더니 2017년 1400조원, 2018년 1500조원을 넘어섰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3분기 가계신용 증가 규모는 22조원으로, 전분기(24조1000억원) 및 전년 동기(31조4000억원) 대비 모두 증가폭이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6.7%로, 2014년 4분기(6.5%) 이후 가장 낮았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 규모가 2016년 4분기 이후 7분기째 둔화세를 이어갔다"며 "가계대출 급등기 이전인 2005~2014년 평균 증가율인 8.2%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이전 정부의 정책과 함께 급증하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주춤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 효과가 컸다. 3분기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18조5000억원 늘었는데, 전분기(22조원)와 전년 동기(28조3000억원) 대비 모두 증가폭이 축소됐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고삐를 죄기 위해 지난해 10월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올 들어 도입된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이 본격 적용되면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질'이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옥죄기에 주택담보대출이 막힌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로 몰리면서 가계부채의 질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9·13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길이 막힌데다, 지난달 말 DSR 시행을 앞두고 선수요가 몰리면서 기타대출이 급증했다. 정부의 규제 칼날을 피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대출로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10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2016년 11월 15조2000억원이 늘어난 이후 1년11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은행권에서 7조7000원, 제2금융권에서 2조7000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은행권에서의 기타대출 증가액이다. 신용대출 등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액은 4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주택담보대출(3조5000억원)을 앞질렀다. 기타대출 중에서는 신용대출이 2조9000억원, 마이너스통장 등 그 밖의 대출이 1조3000억원 증가했다. 통상 10월이 가을철 이사와 추석 연휴 등으로 가계의 필요자금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고금리 기타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금리 인상 등 리스크에 더 취약한 대출이라 위험 부담이 크다. 특히 금리 인상 시에는 채무 상환 부담이 더 커지면서 신용도와 소득이 낮은 취약자주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이 더 높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도 지난 19일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에서 "기타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증가세, 취약차주 상환 부담 증대 등이 가계부채 주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여전히 소득증가율보다 빠른 것도 문제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6.7%인데, 지난 2분기 국민총소득(GNI) 증가율(명목·원계열)은 3.5%다. 6%대인 가계부채 증가율과 비교하면 소득 증가율은 절반에 그친다. 금융 불안 리스크로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계속 상회하면 우리 경제의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고 금융시스템의 잠재 리스크를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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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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