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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톡)"ESG 고려한 펀드 장기수익률 더 높다"
설정이래 수익률 509%, 비결은 "ESG등급과 주가 연관성 고려해 투자"
박소영 매니저 "일관된 투자철학 운용사 찾아 장기투자로 윈윈해라"
2018-11-23 06:00:00 2018-11-23 18:45:02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지속성장펀드'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전신인 PCA자산운용 때부터 17년째 운용된 장기펀드다. 2012년에 한 차례 운용철학이 변경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로 바꿨다. ESG는 기업의 윤리경영과 환경보호, 지배구조,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모두 고려해 운용하는 일명 '착한펀드'로 불린다.
 
설정이래 펀드수익률(이스트스프링운용, 11월16일 기준)은 509%를 기록 중이다. 벤치마크(BM)가 300%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성과가 좋다. 5년은 13%로 BM(4%)을 앞선다. 하지만 올 들어 폭락장 연출로 수익률은 고꾸라진 상태나, 견조한 편이다.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 하락이다. 이 펀드는 국민연금과 스위스 투자은행인 롬바르드 오디에르(Lombard Odier)에서 장기성장투자 펀드를 경험한 박소영 주식운용3팀장(이사)이 맡고 있다. 에널리스트로 시작, 10여년의 펀드 운용 경력을 갖고 있다. 
 
박소영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주식운용3팀 팀장. 사진/이정하 기자
 
-펀드에 대해 소개해 달라. 
 
리테일에서 몇 안 되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다. 운용스타일은 복합적이지만, 투자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매크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테크놀로지의 변화도 굉장히 빨라져 대응이 어려졌지만, 기업의 고유리스크는 사전에 대응할 수 있다. 유해화학물질 유출이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뉴스가 발생하면 주가는 상당히 민감하게 반영하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재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ESG 등급과 주가의 연관성을 보면 해외는 18개월, 국내는 2년 반에서 3년 반의 시차를 두고 반영됐다. 이 펀드는 장기투자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점을 반영해 사전에 투자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ESG는 투자의 제약이 아니라 장기적 리스크 관리를 가능하게 하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게 할 수 있게 한다.  
 
-국내에서는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관심이 낮다. 
 
2016년 기준 유럽 펀드의 53%가 SRI 펀드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26%에 이른다. 일본도 4%며 2014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완료했다. 우리가 다소 뒤쳐져 있다. 아직 사회책임 관련 투자는 기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월드SRI'지수가 'MSCI 월드 인덱스' 수익률을 앞지를 만큼 좋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점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특히 개인이나 기관 모두 펀드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 펀드는 적어도 5년은 보고 투자해야 하는 성격이다. 일반 주식형 펀드와의 단순 1년 비교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실제 홍콩에서 일했을 당시 장기펀드의 운용 성과를 1년(10%), 3년(10%), 5년(80%)으로 차등 평가했다. 
 
-내년 시장 전망이 어둡다.
 
대외적으로 중국 경기둔화와 미국 고점 우려가 있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배수(PBR)는 0.8배다. 역사상 저점 근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의 실질금리가 1.15%까지 올라왔다. 실질금리가 오르면 임금상승과 소비증가분보다 금리상승이 더 크다는 얘기다. 금융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중국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비율이 200%를 넘었다. 지금까지는 디레버리징(부채감소)을 통해 조절했는데, 이 효과가 감소하면 금융리스크로 갈 수 있다. 국내도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경쟁력을 상실했다. 여기에 노령화에 따른 불리한 인구구조 등으로 산업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져 있다. 가계 부채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다만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에 치중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중국정부가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는다면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관심 갖고 있는 산업이 있다면. 
 
산업의 환경 변화를 포착하려 노력한다. 중국 중산층은 어디에 돈을 쓸까를 고민한다. 그 중 하나가 화장품이었다. 여행, 면세점, 인바운드, 항공 등도 같은 맥락에서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산업들이다. 전 세계 소비의 30%는 밀레니얼(1982~2000년에 태어난 세대)이 차지한다. 이들은 특정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는다. 예컨대 화장품이라는 산업에서 본다면,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화장품주보다는 화장품제조업체(OEM)에 관심을 갖는다.  
 
-투자 유망종목을 제시한다면. 
 
통신주의 경우 5G로, B2C(개인간)에서 B2B(기업간)로 헤게모니가 변하고 있다. 5G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이 가능하게 되면서 기업도 필수적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석유화학 기업도 중동향 수주 증가로 수혜가 예상된다. 2000년대 중후반에 저가수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중동에서 투자를 2배 이상 늘리면서 손실 관리 능력이 있는 기업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드라마 제작업체 등 미디어기업이나 엔터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외에도 애플, 아마존이 플랫폼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플랫폼에 얹을 드라마 등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투자철학이 있다면. 
 
회사 철학도 있지만 개인 철학이 있다면 '두잉 웰, 바이 두잉 굿(doing well by doing good)'이다.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좋은 회사에 잘 투자하자는 것이다. 지속성장가능기업은 시장의 경제원칙을 지키고 합법적인 책임을 다하면서 이익을 추구할 때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펀드 투자자에게 당부하자면, 운용사의 고유철학과 펀드매니저의 철학을 잘 살펴보고, 일관성 있게 철학을 지켜가는 곳에 장기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모두가 윈윈하는 길이다. 
 
 
이정하 기자 ljh@etoam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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