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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특성화고 살리려면 현장실습 요건 완화해야”
특성화고 출신 공업고등학교 교장…학생 직업교육홍보·국가주도 취업보장제 시급
2018-11-20 06:00:00 2018-11-20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국가산업을 유지·발전하는데 기여해온 특성화 고등학교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질적인 인지도·인식 부족과 저출산이 겹쳐 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 침체 여파와 현장실습 폐지 등으로 취업률이 급감했다. 난국을 돌파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성화고를 나와 학생 직업교육에 평생 종사하고, 관련 단체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조용 경기기계 공업고등학교(서울 노원구 소재) 교장을 만났다. 조 교장은 특성화고 인식 제고와 함께 국가 주도의 취업 정책을 촉구했다(편집자주).
 
특성화고를 나와서 특성화고 교장이 된 특이한 케이스다.
 
국가 혜택을 많이 받았다. 1973년 중화학 육성정책에 발맞춰 충남기계공고를 들어갔고, 현대양행 군포공장에서 현장실습하며 취업에 뛰어들려 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자 월급이 고교 졸업자의 3배나 되는 현실을 보면서 대학 진학으로 진로를 틀었다. 마침 고교 3학년 무렵, 실업계 특별전형이 생겨 충남대 공업교육과에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교직 초기인 1988년부터 11년반 동안 경기기계공고에 있었다. 이후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경기기계고 교감, 교육부 등을 거치다가 2010년 경기기계고 교장으로 돌아왔다. 교장이 된 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취업생을 2배 늘리고, 평균 급여를 37%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중등직업교육협의회 회장 등 주요직책을 맡고 있다. 어떤 철학을 갖고 있나.
 
한국중등직업교육협의회장에 나선 이유는 역대 회장의 중등직업교육계 역할이 미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육부가 현장 목소리를 덜 듣고 자기 생각만 관철해왔다. 회장을 맡은 이후 교육부 과장에게 “우리는 교육부가 이야기하는 것을 충실히 수행하는 단체가 아니다. 현장 목소리를 가지고 정책 입안 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대학 단체처럼 조직을 사단법인화하고 전용 법률도 입안할 계획이다. 서울미래융합교육협의회장이 된 이유는 선취업 후학습을 알리기 위해서다. 전국적으로 5500명 뽑는데 절반이 미달된다. 서울과학기술대, 서울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들이 뭉쳐 협의회를 만들어 중학교에 서울과기대의 신입생 선발 방식 등을 홍보하고 있다. 나중엔 학생, 학부모, 교사도 협의회에 참가 시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조용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 교장이 지난 18일 학교에서 열린 '중학생 드론경진대회'에서 시상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최근 특성화고의 취업률이 급감해 큰 문제다.
 
원래대로라면 경기기계공고에서 300명이 실습해야 하지만 현재 150명이다. 경제 문제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교사 부담이 가중된다. 공무원이나 공사 시험을 제외한 95% 학생의 실습은 선생이 책임진다. 회사를 5개 뚫어야 1명 실습이 될까말까한다. 서울만 아니라 남양주, 안산, 평택, 천안까지 가고 면접까지 인솔한다. 이후에는 학부모가 직장 근처에 집을 얻는 문제나 기숙사 등을 알아본다. 실습 보낸 후에도 1달에 1번은 가보고, 수업까지 해야 한다. 취업지원관 1명으로는 (경기기계공 고의) 420명을 감당할 수 없다. 국가 주도형 취업 보장제가 필요하다. 정부가 기업 채용 정보와 학생의 직업기초능력 점수, 자격증, 생활기록부를 매칭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학교는 단순 기술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문제해결능력과 의사소통 및 직업윤리 등 작업기초능력을 충실히 가르쳐야 한다.
 
최근 현장실습 사망사건으로 실습 체제가 바뀌었는데.
 
안타까운 사망사건이 있었지만 그 해결 방안은 정말 엉뚱하게 나아가고 있다. 학생들이 산업현장에 접근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많이 봉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가 잘못해서 아이들이 회사를 많이 못 가게 됐다. 작년에는 8월20일에 거의 취업을 전제로 해 현장실습을 나갔지만, 이제는 12월24일에나 나갈 수 있다. 선도기업으로 인정받으면 10월초부터 가능하지만, 구직자가 넘치는 좋은 기업은 선도기업을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성화고 학생 대신 전문대 학생 등을 채용한다. 아쉬운 기업은 상시직원 10명 이상이라는 기준에서 막힌다. 결국 학생들은 전문대를 택하는데, 동일계열로 진학하면 등 록금에다 2년의 시간을 복습하는 꼴이다. 공고 학부모 대부분은 눈물나게 가난한데 말이다. 현장실습 복귀가 안된다면 선도 기업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회사 규모, 재해율을 매칭 자료로 사용하고, 경계선에 있는 회사를 심사하면 된다. 물론 근로 시간 준수 감독 강화와 작업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안전뿐 아니라 위생과 작업 자세를 개선하고, 실습생이 홀로 작업하게 두지 않아야 한다.
 
학생들의 해외취업이 새 돌파구로 부상했다.
 
과거에는 수백만원 들여서 해외 기업을 직접 알아봤는데, 이제는 교육청이 씨앗자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와 협약하고 학교 숙소 구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다. 컨설팅을 교육청에서 해줘야 한다.
 
해외취업 학생들이 오래 버티질 못한다는데. 
 
원래 글로벌 인턴십은 견문을 넓히는 체험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취업으로 가더라. 10명 보내서 취업률에 얼마나 보탬이 되겠는가. 평생 외국에 사는 게 오히려 별로다. 5~7년 있다가 돌아오면, 한국이 외국과 무역할 때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본인에게도 좋을 것이다.
 
특성화고의 새 문제는 지원자 미달이다.
 
저출산이 미달 이유다. 특성화고 입학생은 학령인구가 급감한 2년 전부터 25% 이상 감소했지만, 국가 산업발전을 위해 노동 공급이 일정량 필요해 정원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게다가 국민들이 특성화고를 너무 모른다. 지난 7월에 서울의 한 자치구 14개 중학교 전부를 설문조사했는데, 특성화고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와 ‘잘 알고 있다’가 학생 27%, 학부모 34%, 교원 55%였다. 들어오면 3년 수업료·입학금 안내고, 취업 6개월 하면 취업장려금을 300만원 받으며,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이행하고, 3년 취업한 후에는 수능 없이 거의 무시험으로 대학을 가며, 대학 가면 등록금을 준다. 이보다 좋은 제도가 있을까. 특성화고·중소기업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시급하다
 
고졸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은 평등하다고 보는가
 
대기업·공무원·공기업만 성공으로 여기고 대졸 나와 중소기업을 가거나, 고졸로 사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87%가 실패라고 보는 게 정상인가. 공고 안 나왔으면 오늘날 제가 있을 수 있었겠나. 그 때 배운 실기가 교사직을 잘 수행하게 했고, 장학사로 일하면서 학교 문제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전체 파이를 키우는 문제는 교육청·교육부 등 외부에서 해줘야 한 다. 개별 학교는 자기 학과의 미달 여부와 진로만 신경쓰기에 도 벅차다.
 
조용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 교장이 지난 18일 교장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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