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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2050)⑦기후변화, 지속가능성의 위험과 해결방안
2018-10-29 07:00:00 2018-10-29 09:16:22
"에코 엔지니어링(Eco-engineering)을 아시나요?".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 온난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문제로 인류에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겪는 폭염과 이상기후는 온난화를 실감하게 한다. 겨울의 추위도 과거의 겨울 추위와는 전혀 다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온난화로 제트기류의 흐름이 변하고 북쪽의 추위가 중간여과 장치 없이 한반도에 휘몰아치면서 앞으로는 맹추위가 해마다 반복될 것이라고 한다. 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게 바로 에코 엔지니어링이다.
 
'너무 늦어버린' 지구 온난화 대책…'에코 엔지니어링' 부상
 
지구 온난화 대책은 대기 중에 0.4% 정도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게 관건이다. 대기는 질소 80%와 산소 20%로 이루어졌고 기타 기체와 물질들도 포함됐다. 온난화의 원인은 화석연료인 석유와 석탄의 불완전 연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들어가면서 기존 0.4% 이상으로 증가해서 지구 온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지구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마다 알프스산맥의 만년설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다. 온난화는 사람과 지구에 재앙을 가져오리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목격된다. 인류는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온난화 문제에 대한 해법은 크게 세 가지다. 그중 두 가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산업분야를 늘리고 현재 산업군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북극의 얼음을 관찰하고 연구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피터 와담스(Peter Wadhams) 교수는 이런 방법으로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 늦었다(Too late)'라는 비관적 결과를 내놨다. 그래서 제기된 해법이 에코 엔지니어링이다.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지구 온난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에코 엔지니어링은 '자연기반형 해법(Nature-based Solutions)이라고도 하는데, 생태계의 기능을 활용한 환경관리법이라는 뜻이다. 이것도 세 가지 방향이 있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유도하는 방법, 바닷물에 이산화탄소를 용해시키는 방법, 지하수에 이산화탄소를 용해시키는 방법 등이다. 현재는 비용 문제 때문에 식물을 이용한 첫째 방법만 실제 적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도심에 녹지를 확대하거나 건물 옥상에 식물을 심는 것이다.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 방법은 바닷물이나 지하수에 이산화탄소를 용해시키는 것이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책 분야에서 거시사적 서사와 우주적 문제에 가장 가까이 근접한 게 생태와 환경이다. 인류는 예정된 위험 속에 스스로 몰락할 것이냐, 새로운 비전을 통해 생각을 바꾸고 새 문명으로 나아갈 것이냐의 기로에 섰다. 지구의 생명체는 공룡의 멸종 등 여러번의 대멸종을 겪었고 이제 '6번째 대멸종'이라는 위험에 다다랐다. 이번 대멸종은 지구와 혜성의 충돌 같은 외적 요인이 아니라 인류가 자초하는 멸종이 될 수 있다는 불길한 전망들이 나온다.
 
2015년 3월23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어린이들이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3차원 지구모형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배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인류가 부른 '6번째 대멸종'…인류세와 지구법, 세계정부 등장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미래 전문연구기관인 마틴스쿨은 2030년에는 물과 식량, 에너지 문제 등 3중고가 기후변화와 함께 인류의 치명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른바 '완전한 폭풍(Perfect Storm)'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도 2030년에는 인류에게 지금보다 50%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1㎏의 밀을 생산하려면 물 1500리터와 10메가줄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데, 세계 총인구와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자원의 확보가 제한되면서 위기가 증폭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늘날 인류의 총에너지 소비량은 1950년대와 비교해 6배나 늘었고 2030년에는 현재보다 50%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2025년에는 글로벌 국가 중 3분의 2가 물 부족을 겪지만, 식량난을 해결하려면 수자원이 현재보다 50% 이상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구의 인구가 2025년에는 80억명, 2050년에 90억명으로 급증할 것이므로 미래에는 현재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고 그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완전한 폭풍'이라는 인류의 위기는 더 가속화될 게 자명하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별 국가 수준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또 이 문제는 전방예측이 아니라 2050년에서부터 현재로 거슬러 내려오는 후방예측의 거시사적 담론이 필요하다. 우선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의 관점으로 지구를 보자.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의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지구연대기 측면에서 현대를 인류세로 진단했다. 신생대 홍적세와 충적세와 달리 인류가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지질시대라는 의미다. 지구가 생겨난 이래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의 진화과정과 자연에 순응하며 산 종속적 존재였다. 하지만 인류는 그 반대다. 인류세의 출발을 산업혁명 이후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대게 핵실험이 있었던 1945년을 시작점으로 본다. 인류세의 유산은 방사성 물질과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이다.
 
10월8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48차 총회에서 채택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지구법(Earth Jurisprudence)과 세계정부의 필요성도 요청된다. 지구법은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를 개별 국가의 고민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고 인류 전체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법 규정에 대해 인류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이어진다. 지구법은 인류가 지구공동체의 한 부분이며 인간의 안녕은 지구 전체의 안녕과 같다는 가치를 제시한다. 근대 문명의 법과 가치는 인류가 자신의 터전을 파괴하는 오만을 제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인류는 지구법을 통해 인간 중심적 거버넌스를 극복하고 지구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세계관과 아이디어의 전환…기술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

세계정부는 그간 패권국가들의 존재로 출범이 요원했다. 하지만 인류에 재앙이 될 수 있는 기후변화가 대두되자 역설적으로 세계정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역사상 제국들은 패권국가의 권력에 기초했다. 로마제국은 지중해의 패권국가였고 몽골제국은 유라시아대륙의 패자였다. 스페인제국은 지리상의 발견 이후 라틴 아메리카와 유럽을 지배했으며 영국과 미국도 글로벌 패권을 행사했다. 현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패권을 두고 경쟁한다. 하지만 세계정부는 패권이 아닌 지구공동체를 추구하는 세계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기초해서 만들어질 전망이다. 지구 온난화 등 글로벌 문제를 해결하려면 2030년 정도에는 현재의 국제연합(UN) 체제를 훨씬 넘어서는 글로벌 거버넌스가 등장해야 한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진짜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세상을 바꾸는 근본은 거창하게 말하면 세계관이고 소박하게 말하면 아이디어다. 생태신학자인 토마스 베리(Thomas Berry)는 "꿈이 행동을 끌어낸다(Dream Drives Action)"고 했다. 세상을 바꾸는 시작은 사람들이 다른 꿈을 꾸는 것이며, 기후변화의 해법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는 데서 출발한다. 1500년대부터 인류는 근대의 기계론적 과학기술 사고로 살아왔다. 근대의 힘은 인류를 빈곤과 질병에서 해방시켰다. 인류는 기술 문명을 통해 인류사의 난제들을 해결했다. 그러나 인류세에서 기술 문명 방식으로는 인류의 지속가능을 담보할 수 없다.

다른 생각과 다른 접근이 요청된다. 기술 문명이 아닌 지속가능한 생태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토마스 베리는 인류 문명을 생태대(Ecozoic Era)와 기술대(Technozic Era)로 나눴다. 생태대는 고생대와 중생대, 신생대를 잇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다. 19세기에 창안된 이 개념적 표현들은 주관적이며 신화적이다. 관찰가능한 세계에서는 발견되지 않지만 관찰가능한 세계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조직화된 표현이다. 여기에 대비되는 기술대는 약탈적 산업사회에서 만물의 질서에 대한 더 큰 통제를 형성함으로써 신생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반면 생태대가 존재하려면 상업적·산업적 신화에 대항하는 신화가 일깨워져야 한다. 미래는 이 두 세력 사이의 긴장으로 묘사될 수 있다. 20세기의 지배적인 정치·사회적 주체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있었다면 가까운 미래의 지배적인 문제는 기업가와 생태주의자 사이의 긴장이 될 것이다. 이것은 약탈을 계속하려는 자와 진정으로 자연세계를 보전하려는 자, 기계론과 유기체론, 객체들의 집합으로서의 세계와 주체들의 친교로서의 세계, 실재와 가치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와 생명중심주의 기준 사이에 있다.

생태문명을 현실정치에서 실현할 수 있어야

문제는 생태 문명을 현실정치에서 실현할 가능성이다. 소수의 세계관에 머문 생태 문명이 근대 복지국가처럼 현실에서 작동할 정치로 전환될 수 있느냐는 고민이다. 서구 복지국가의 역사는 여기에 시사점을 준다. 현대 복지국가가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불과 100년 전에는 페이비언 그룹에 의해 사회적 탄압을 받으며 시작됐다. 하지만 그 힘들이 모여 베비리지 보고서를 낳았고 국민적 공감을 얻으며 노동계급의 연합을 통해 근대 정치를 변화시켰다. 한국 생태 문명에도 희망은 있다. '포럼 지구와사람'이라는 생각공동체는 최근 생태 문명 전환을 위한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의 노력을 담아 '파주선언'을 발표했다. 이런 작지만 새로운 노력들은 생태 문명의 꿈을 현실정치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9월30일 저녁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빔 프로젝션을 투사해 서울 용산구 남산에 '기후변화 대응 지금부터' 등의 메시지를 새겼다. 인류와 지구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기후변화를 극복하려면 기술 문명을 생태 문명으로 전화하는 노력과 생태 문명의 가치를 현실정치에서 실현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토마스 베리가 쓴 <우주 이야기>에서 가장 매력적인 개념은 아마도 곡률(Curvature)일 것이다. 토마스 베리는 "우주의 곡률과 지구의 곡률 그리고 인간의 곡률이 마치 고대 샤먼처럼, 아메리카 인디오처럼 하나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다"고 말했다. 생태대의 마지막 완성은 시간과 공간의 곡률과 관련 있어야 한다. 이 곡률의 본성은 우주가 탄생할 때 나온 태초의 찬란한 불꽃과 밀접하다. 균형 잡힌 교란 운동으로 지구에서만 생명체가 나타날 수 있었다. 산업시대에는 이 균형이 무너지고 산업적 약탈이 지구를 중독시켰다. 이제 지구는 스스로를 창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우주와 지구, 인간의 곡률이 다시 한번 관계를 맺는다면 지구는 지구적 경험의 완성인 축제의 경험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임채원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 필자 소개 : 필자는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 중이다. 또 문재인정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공공정책분과 위원장으로 국가 미래전략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30년 후의 국가비전을 모색하는 이번 기획은 격주로 총 15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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