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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지금 이낙연과 황교안이 강한 이유
2018-10-01 06:00:00 2018-10-01 06:00:00
지난 추석 연휴 중 실시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나란히 1, 2위를 기록했다.
 
이 총리가 13.2%를 기록하고 이어 황 전 총리가 12.9%로 뒤쫓으며 다른 사람들을 따돌린 것. 게다가 이 총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대상에서도 22.3%로 맨 앞에 섰고 황 전 총리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42.7%로 압도적 선두였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3년 반 이상 남은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가 다음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고, 다른 주자들의 활동이 극히 미미하다는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지만 몇 가지 짚어볼 점은 있다.
 
먼저 두 사람의 장점은 겹쳐진다. 상당히 정제되고 절제된 언행과 이미지의 소유자들이다. 진보층에선 박한 점수를 주기도 하지만 황 전 총리는 재직시에 안정감이 있었다. 탄핵으로 인한 대통령 권한대행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낙연 총리도 안정감이라면 빠지지 않는 인물이다.
 
두 사람 다 경력이 화려하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총리는 4선 의원, 전남도지사를 거쳐 총리를 지내고 있다. 검사로 잔뼈가 굵은 황 전 총리는 법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냈다. 수십년 간 공적 영역에 있으면서 나름의 검증을 받았고 임명직으로는 최고 자리인 총리까지 올라간 두 사람이다.
 
그런데 왜 지금 ‘안정감’이 먹히는 것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2016년 10월이다. 그 이후로 촛불집회, 조기 대선 그리고 올해 6월 지방선거까지 정치 일정이 그야말로 빡빡하게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된 상황이다. 게다가 대선 이후에도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낙선한 대선 후보들이 그대로 무대에 남아 연장전을 벌이는 모양이 되면서 그 피로감은 더 커졌다.
 
그렇다 보니 점잖고, 말이 많지 않은 전현직 총리 두 사람이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
 
물론 이들이 스스로 구비한 장점도 있다. 일단 두 사람 다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가 높다. 그리고 이낙연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실 참 애매하고도 어려운 것이 총리 자리다. 대통령 말을 너무 잘 들으면 존재감이 없고 그렇다고 대통령과 불화하면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총리 입장에서 제일 좋은 것은 대통령이 자기 말을 들어주는 것인데, 문재인-이낙연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다. 갑자기 사이가 나빠질 가능성도 희박하다.
 
황 전 총리는 지난 대선 때도 보수층에선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다. 차출론이 비등했지만 권한대행 자리를 지켰다. 이것이 최고 강점이다. 황교안이라는 카드는 안 써 본 카드라는 이야기다. 지금 보수층에는 써본 카드는 많지만 그래서 써보니 좋았던 카드는 없다. 그렇다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안 써본 카드다.
 
두 사람 강세현상은 당분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의 경우 대통령 임기가 많이 남았고 지지율도 높기 때문에 차기 주자들의 움직임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총리는 그냥 자기 직을 수행하기만 하면 된다. 황 전 총리도 모호성만 유지하고 있으면 한국당 전당대회 때까지는 강세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게다가 총리-전 총리 경쟁구도는 서로의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도 수반하게 된다. 둘이서 선두그룹을 형성하면 다른 주자들은 더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끝까지 선두권을 형성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총리의 경우 문 대통령과 아주 가깝고 좋은 관계라는 것이 강점이지만 결국 종속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황 전 총리의 앞길은 훨씬 더 험난하다.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 써본 카드의 포장이 뜯기는 순간부터 위기가 닥칠 것이다. 전당대회에 나간다면 그 때부터 검증에, 공격이 쏟아질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생생한 사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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