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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소득주도성장 성과도 있다
2018-09-12 06:00:00 2018-09-12 06:00:00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소득주도성장이 연일 공격받고 있다. 그리스 도시국가 연합군이 트로이성을 공격할 때처럼, 야당과 일부 언론이 틈만 나면 공격에 나선다.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라는 주장도 끊임없다.
 
지난 5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은 이 같은 비판의 완결판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이라고 낙인찍고 문재인정권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현란한 수사를 동원하며 '소득주도성장 굿판'을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
 
소득주도성장이 이토록 강렬한 비판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이해도 된다. 무엇보다 고용상황이 악화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폭이 올 들어 계속 감소하더니 지난 7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고용참사' 수준이다. 산업생산도 원활하지 못하다. 달마다 증가율 0%대의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가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사실을 공정하고 사심 없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고용상황을 비롯해 경제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냉철하고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자동차와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위기에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종의 고용인원이 지난달 8900명 줄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조선업이 속한 기타운송장비 제조업의 취업자도 29개월째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업계는 올 상반기 내내 미국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계 역시 수주 부진과 일감 부족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 대형 굴뚝산업을 상징하는 이들 업종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다. 각종 '악재바이러스'를 쏟아내고 있다.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도소매 등 소비재 부문에도 그 바이러스를 뿌리면서 국가경제를 늪으로 몰아간다. 그런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가운데 가계 부문의 내성은 몹시도 취약하다. 한 나라의 경제는 가계와 기업, 정부가 만들어내는 삼각형과 비슷하다. 밑변이 튼튼해야 삼각형도 튼튼한 법이다. 그러나 경제의 밑변을 이루는 가계 부문은 몹시 허약하다. 삼각형 내부도 메말라 있다.
 
반면 기업들, 특히 대기업은 막대한 규모의 내부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도 기대 이상의 세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비해 가계는 지금껏 경제 운용의 종속변수에 머물러 있었던 탓에 언제나 소외돼 왔다.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털리기만 했다. 그래서 가계소득은 부진하고, 이는 내수 부진으로 이어졌다. 소득주도성장이란 바로 그 허약한 밑변을 튼튼하게 하고 메마른 삼각형 내부를 선순환으로 돌려보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기상으로도 지금이야말로 가계소득 강화 정책을 추진할 만한 때다. 1990년대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 부실이 극심하거나 재정과 세수가 미약하면 가계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 한정된 재정으로 기업 부실을 해결하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그런 최악의 조건은 아니다. 기업이나 재정에는 그래도 여유가 있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시기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점차 나타나는 듯하다. 하나금융투자의 분석에 따르면 소매판매가 지난해 중반 이후 꾸준히 회복되고 있다. 올 2분기 2인 이상 도시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근로소득은 11% 늘어났다. 정부 정책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소득주도성장의 기치 아래 추진돼온 정책들이 차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주장하듯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거나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그 대신 대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꺾이고 소비도 날개 없이 추락할 것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지도 못한다. 이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이미 입증됐다. 결국 경제는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자해행위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의 기조를 밀고 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충분한 정당성을 갖고 있다.
 
더욱이 지금 자동차나 조선과 달리 반도체와 석유화학, 화장품, 제약 등의 산업은 양호하다. 올해 국내외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서도 3% 가까운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업종 덕분이다. 이제 자동차와 조선 등 부진업종이 재도약하고 소득주도성장 효과까지 곁들여지면 우리 경제는 다시 날개를 펴게 되지 않을까 한다. 어쩌면 내년쯤에는 오히려 경기과열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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