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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공익법인도 그룹 재건에 동원
재단 보유 협력업체들에게 일감 몰아주고 수익 챙겨…4년간 30억 건네받아
2018-07-17 17:50:25 2018-07-17 17:50:25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태를 계기로 박삼구 회장에 대한 퇴진론이 제기된 가운데, 그가 그룹 지배권 강화에 공익법인을 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은 아시아나항공 협력업체인 '케이' 계열 6곳의 지분을 보유, 이들로부터 출연금을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재단이 기부 형태로 되돌려 받으면서 공익법인의 목적에 부합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익법인이다. 문화재단은 미술관 운영 등 예술 활동을 영위하며, 죽호학원은 그룹의 지역 기반인 광주 금호고등학교 등을 보유한 교육재단이다. 박 회장은 문화재단 이사장과 죽호학원 이사를 맡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법인이 아시아나항공 협력업체들의 지분을 100% 보유한 데다, 일감몰아주기와 불법파견 의혹까지 받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공익법인은 '공익 목적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으로 규정돼, 각종 조세감면 혜택을 받는다.
 
17일 금융감독원과 국세청의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1분기 기준 문화재단은 아시아나항공의 협력업체 중 케이알(항공운송지원 서비스)과 케이에이(항공운수지원 서비스), 케이에프(각종 사업시설 유지관리), 케이오(항공운송지원 서비스) 지분을 100% 보유 중이다. 죽호학원은 케이아이(부동산 임대)와 케이지(경비 및 경호 서비스)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이들은 회사명이 '케이'로 시작, 이른바 케이 계열로 통칭된다.
 
사진/뉴스토마토
 
문화재단은 케이아이와 케이에이, 케이지 등 3곳에서 2014년 1억5000만원을 기부받은 이래 2015년 4억6400만원, 2016년 4억8000만원, 지난해에는 4억8012만5000원을 지원받았다. 죽호학원은 케이에이와 케이에프, 케이알, 케이오 등 4곳으로부터 2014년 1억5000만원, 2015년 5억4400만원, 2016년 7억20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협력업체들 대신 문화재단이 15억원을 출연했다. 두 공익법인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협력업체들로부터 기부받은 돈은 29억8812만5000원이다.
 
특히 케이 계열이 항공사의 주요 부대사업에 종사, 아시아나항공과의 거래비중이 뚜렷하게 높다는 점에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수익을 그룹 유동성 확보에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계열사 거래비중은 케이에이가 100% 케이에프 99.7% 등으로 절대적이다. 다른 곳들은 감사보고서 등을 공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15년 케이지의 계열사 거래비중은 78%에 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매출이 공시되지 않은 다른 케이 계열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 협력사들로부터 받은 돈은 그룹 지원에 쓰였다. 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은 2015년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각각 400억원과 150억원을 출자했다. 금호홀딩스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다. 2014년 문화재단 자산이 959억9174만9676원, 죽호학원 자산이 297억8204만3367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재단은 재산의 절반을 그룹 재건에 쏟았다.
 
협력업체들은 사정이 열악했음에도 두 재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된 케이에이의 경우 2016년 매출은 253억9300만원, 영업이익은 12억5200만원이었다. 당시 케이에이는 죽호학원에 2억40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영업이익의 20% 수준이다. 다른 협력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사회의 주요 결의 내용이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금 출연 내용일 정도로 협력업체 수익은 공익법인에 대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하청 구조 배후에는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총수일가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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