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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마케팅·전략·기술·외부인사’ 포스코 차기회장 후보 살펴보니
2018-06-22 16:45:34 2018-06-22 16:56:0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22일 공개한 포스코 차기 회장 최종 후보 5명은 각각 ‘철강·마케팅·기술·전략·외부인사’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선정 과정에서 혼란은 있었으나 공정성과 투명함을 내세운 승계카운슬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결정했는지를 보여준다.
 
포스코가 이날 이사회 후 발표한 후보군 5명은 김영상 포스코대우 대표이사 사장, 김진일 전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오인환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가나다 순)이다.
 
포스코 차기회장 최종 후보 5명 프로필. 사진/포스코
 
김영상 ‘대우와 포스코 화학적 결합’ 완성
‘상사맨’ 김영상 사장은 비 포스코 출신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1957년생인 그는 경남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82년 포스코대우의 전신인 (주)대우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4년차 때인 지난 2016년 가장 높은 자리인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인재가 무수한 종합상사이자 대우그룹의 모태인 포스코대우에서 캐나다 토론토 지사장, 모스크바 지사장, 철강본부장, 금속본부장, 영업3부문장, 영업1부문장 등 회사의 핵심부문장을 모두 거쳤다. 과거 대우그룹 시절, 포스코대우는 포스코가 생산한 철강제품을 가장 많이 수출했으며, 철강본부의 주요 업무가 포스코로부터의 물량을 배정받는 것이었다. 포스코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지만 가장 포스코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내세울 만한 그의 업적은 주인인 포스코와 포스코대우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되어 물리적으로 결합한 포스코대우는 ‘상업·수출·글로벌’을 특징으로 하는 상사 문화와 ‘기술개발·제품생산·내수판매’를 위주로 하는 포스코와의 화학적 결합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권오준 회장 취임 초기인 2015년 그룹 구조조정 과정의 일환으로 포스코대우가 공들여온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전병일 당시 포스코대우 사장이 이를 반대하는 ‘이메일 항명사태’를 벌여 갈등의 골이 깊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전 사장의 퇴임후 선임된 김영상 사장이었다.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융합해 사태를 조기 수습했고, 현 사명으로 바꿔 진정한 포스코그룹의 일원이 됐다. 이러한 김영상 사장의 리더십이 최종 후보에 오른 원동력이 됐다는 후문이다.
 
김진일 ‘정통 포스코맨’···판재류 부문 대표주자
김진일 전 사장은 포스코맨 가운데에서도 ‘정통 포스코맨’이라고 불린다. 1953년생으로, 용산고등학교에 이어 포스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에 입사해 제강부장, 공정출하부장, PI(프로세스 이노베이션)실장 등을 거치며, 포스코 양대 제철소에 품질 관리 프로그램인 6시그마 도입을 주도했다. 혁신부문 상무, 마케팅 부문 전무, 베트남 프로젝트 추진반장(전무) 등을 거쳐 포항제철소장, 탄소강사업부문장(이상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최고경영자(CEO) 양성 프로그램에 따라 2011년 계열사인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어, 회사 신사업인 2차전지 음극재 국산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정준양 전 회장에 이어 회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낙마했으며, 권오준 회장 체제에서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이번이 두 번째 회장직 도전인 김진일 전 사장이 최종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것은 포스코 본류인 철강, 특히 탄소강 부문을 위한 배려로 분석됐다. 특히 포스코 대표이사의 주요 경력으로 점치는 포항과 광양제철소 소장 출신 인사가 한 명도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경우 사업 규모와 역할의 특성상 가장 많은 인재가 몰려 있는 탄소강 부문의 소외감이 더욱 깊어지고 더 나아가 사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일 전 사장은 이미 CEO로서의 능력도 입증했다는 점도 승계카운슬이 그를 추천한 요소다.
 
오인환 “마케팅 전문가, 포스코 변화 주역”
차기 회장 5명 가운데에는 현직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2명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오인환 사장은 1958년생으로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적다. 경북대학교 사회학과와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981년 포스코에 입사해 포항소주기차배건제조유한공사 법인장, 포스코 열연판매실장, 자동차강판마케팅실장(상무)을 지낸 뒤 포스코P&S 전무이사, 포스코 마케팅본부장, 철강사업전략실장(이상 전무), 철강사업본부장(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철강부문장(COO)·철강사업본부장)에 올랐다. 올해부터 인재창조원장도 겸임하고 있다.
 
‘마케팅 전문가’로 불리는 그는 기존 배분 중심의 판매에서 고객의 기호에 맞춘 판매로 포스코 마케팅 전략이 대전환하는 데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고객맞춤활동(EVI)의 실질적인 안착도 오인환 사장의 공이 컸다. ‘100년 기업’ 포스코 구현을 위해서는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하며, 마케팅 역량 고도화는 필수적이다. 그런만큼 오인환 사장이 쌓은 노하우가 포스코의 큰 재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인화 “기술에 방점, 신사업 역량 강화”
또 다른 포스코 현역 대표이사인 장인화 사장은 ‘기술’에서 특화된 역량을 보여준다.
 
1995년생으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동 대학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매사추세츠대학교에서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권오준 회장이 나온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포스코와 인연을 맺은 그는 2009년 포스코로 이동해 강구조연구소장, 성장투자부문 신사업실장(상무), 재무투자본부 신사업관리실장,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이상 전무), 기술투자본부장, 철강생산본부장(이상 부사장)을 거쳐 올해 초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생산 부문이 현재의 포스코를 이루고 있다면, 장인화 사장은 포스코의 미래, 즉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전체 매출액을 10으로 했을 때, 철강 4, 인프라 4, 신사업 2 등의 비율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철강기업이지만 그룹의 모든 것을 철강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장인화 사장은 철강사업의 기술력 강화와 함께 리튬, 에너지, 건설, 바이오 등 비철강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정우 “그룹 투자·전략 조정 역할”
최정우 사장은 재무·전략에서 경력을 쌓아온 ‘위기관리’ 전문가로 불린다. 1957년생으로, 부산 동래고등학교와 부산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포스코에 입사해 재무실장을 역임했으며 2008년 포스코건설로 이동해 경영기획본부 경영전략실장(상무)을, 2010년 포스코로 복귀해 정도경영실장(전무)을 지냈다. 2014년에는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 기획재무본부장(CFO·부사장),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았으며, 이듬해 다시 포스코로 돌아와 포스코그룹이 삼성의 미래전략실을 벤치마킹해 마련한 가치경영실 실장(부사장)을, 2016년 가치경영센터장(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올해부터 계열사인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외부 활동이 많지 않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정우 사장은 포스코 그룹 전 계열사들의 투자와 사업전략을 조율하는 조정자로서 일해왔다. 권오준 회장이 취임 후 제시한 ‘포스코 더 그레이트’ 비전 달성을 위한 구조개편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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