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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합 중복할증 불인정에…노동계 "국회와 주고 받은 정치 판결"
2018-06-22 11:17:41 2018-06-22 11:17:41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중복할증(휴일근로수당 할증률 200%)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대해 노동계가 대법원을 거세게 비난했다. 대법원이 KTX 해고 승무원 판결에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한 의혹에 이어, 중복할증 판결까지 더 해져 사법부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1일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선고를 했다. 사진/뉴시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중복할증 판결을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판결을 "재계가 우리편인 걸 증명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국회와 사법부가 주거니 받거니 한 사상유래 없는 짬짜미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이 이번 판결과 관련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건, 판결이 지난 2월 국회의 근로기준법 개정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단축했다. 국회는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논란이 됐던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았다. 중복할증은 한 주 40시간을 초과해 이뤄진 휴일근로는 연장수당과 휴일수당을 합산해 통상임금의 200%를 주는 내용이다. 노동계는 중복할증을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1주는 주말을 제외한 5일)으로 중복할증이 인정되지 않았다. 수년 째 논란을 거듭한 사안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중복할증의 인정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국회가 선제적으로 입법을 통해 중복할증을 금지하면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노동계는 승소할 경우 중복할증의 체불임금소송(3년치)이 가능해지고, 향후 법 개정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법원이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노동계의 기대는 무산됐다. 
 
대법원은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 경위를 고려할 때 당시 입법자(구 근로기준법)의 의사는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지 않겠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휴일근로는 1주의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중복할증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판단 근거로 올해 개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들었다. 개정안에는 '1주는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를 토대로 볼 때 개정 전 근로기준법은 1주간 휴일근로는 연장근로(12시간)·기준근로(40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고용부는 1주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뺀 주5일로 해석했다. '월·화·수·목·금(40시간)'을 제외한 토·일요일에 각각 8시간씩 추가로 근무할 수 있다는 근거가 성립됐다. 주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까지 늘어난 이유다. 40시간을 초과해 휴일에 근무할 경우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의 150%)만 지급하면 되는 셈이다. 휴일에 근무해도, 연장근무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아전인수격으로 판결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이 판결의 법리가 궁색하자 올해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근거로 제시했다"며 "법 개정 이전의 사안을 개정법 이유로 판단하는 건 전형적인 정치적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대통령이 (고용부의) 행정해석이 잘못된 사실을 인정했는데, 적법하다고 한 건 사법부가 경영계에 봉사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10년 전 소송의 선고를 미루다 국회가 법을 개정하고 나서 개정법에 맞춰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이 노동계의 손을 들어주면 노동계가 체불임금 소송을 할 것으로 예상해 재계의 손을 들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우리나라가 기업공화국인지 민주공화국인지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소수의견을 낸 대법관의 판단에서도 이번 판결의 문제점을 엿볼 수 있다. 김신, 김소영, 조희대, 박정화, 민유숙 대법권이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한 주에 토요일과 일요일이 포함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휴일근로는 기준근로와 연장근로에 포함, 중복할증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이들 대법관의 판단이다.
 
5명의 대법관은 "(중복할증은) 연장근로를 규제하는 취지"라며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준 근로시간을 거듭 축소한 근로시간 규제의 변천 과정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김신 대법관은 "법원은 국민의 권리 보호 요구에 경제적·정치적 타협을 고려해 정당한 법해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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