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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줄이고 담보 누락…대출금리 올린 은행들 적발
금감원,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 발표…피해액 환급 방안 추진
2018-06-21 17:37:18 2018-06-21 17:37:18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일부 은행들이 고객의 소득을 실제보다 낮게 입력하거나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누락해 높은 대출금리를 매긴 사실이 드러났다. 영업점 직원이 전산시스템에서 산출한 금리를 적용하지 않고 내규상 최고금리를 매겨버린 사례도 적발됐다. 사실상 금리를 조작한 은행들은 지난해 37조3000억원의 막대한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 이자수익으로 손쉬운 장사를 해온 은행들은 이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잠정)'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지난 2~3월 국민·신한·하나·우리·씨티·SC·농협·기업·부산은행 등 9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금리 산정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한 바 있다.
 
점검 결과 은행들이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주먹구구식으로 산정한 탓에 소비자가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낸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 지난 2012년 마련된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구체성이 부족했던 데다, 금감원의 제재 근거가 미약해 다수의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우선 A은행은 ‘부채비율 가산금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연소득이 있음에도 소득이 없다고 입력하거나, 제출된 자료에 나타난 소득보다 적게 기재한 경우가 빈번했다. 이렇게 되면 부채비율이 정상 입력된 경우보다 매우 높게 나타나,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내게 된다. 또 B은행은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없는 것으로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부과했다. 담보대출의 경우 대출금액대비 담보물의 가액이 높을수록 낮은 가산금리(신용프리미엄)가 적용된다.
 
영업점 직원이 전산으로 산정된 금리가 아닌 동행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C은행에서는 금리산정 전산시스템에서 산정되는 금리를 감안하지 않은 채 기업고객에게 적용 가능한 최고금리(13%)를 불합리하게 부과하는 일이 다수 발생했다.
 
신용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고정값을 적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신용프리미엄은 경기 상황을 감안해 주기적으로 재산정해야 하지만, 일부 은행의 경우 수년간 동일한 고정값을 적용하거나 경기불황기를 반영해 불합리하게 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존에 적용하고 있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꼼수'를 쓴 은행도 발견됐다. 이 은행은 차주 여건이 변동되지 않았음에도 영업점장이 그간 적용해주던 우대금리를 특별한 이유 없이 축소해, 신용프리미엄 하락폭만큼 금리 인하가 반영되지 않도록 했다.
 
이번 지적 사례에 해당된 은행들은 자체 조사를 거쳐 소비자에게 피해액을 환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환급은 금감원이 제재를 통해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은행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될 전망이다. 대출금리 모범규준의 경우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반영하는 내규에 불과해, 금감원의 제재 대상에는 속하지 않는다.
 
또한 특정 소비자가 어느정도 규모로 피해를 입었는지 그 금액이 특정돼야만 환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례에 따라 환급을 못받는 소비자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 신뢰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 소비자는 "최근 신용도를 조회해보니 대출 받을 당시보다 등급이 높아져서 대출이자가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이자는 크게 변하지 않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며 "은행들이 부당하게 내 이자를 높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당한 방법을 쓰지 않고 이자장사를 해온 시중은행에 불신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의 명단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아직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점검 단계인 현 시점에선 발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오승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일부 은행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검사 대상이었던 대부분의 은행들이 부분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며 "검사서가 확정되면 공시하게 돼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추후에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를 반영해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을 추진하고, 소비자가 금리산정 내역을 알 수 있도록 정보 제공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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