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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차기회장 20일 윤곽…적폐·외압 끊어야
병든 포스코, 권오준 후임 선출 과정에서 또 다시 진흙탕 싸움 변질…제철보국의 실종
2018-06-19 18:11:05 2018-06-19 19:00:22
[뉴스토마토 채명석·최병호 기자] 포스코의 차기 회장이 20일 윤곽을 드러낸다. 권오준 회장의 중도 퇴진으로 진행되는 이번 차기 회장 선임은 ‘적폐’와 ‘외압’ 등의 논란으로 초반부터 진흙탕 싸움이 됐다. 후보군을 압축했다가 다시 확대하는 등 고무줄 잣대로 절차의 공정성 문제도 불거졌다. 한국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포스코의 상흔도 깊어졌다. 
 
사진/뉴스토마토
 
포스코 승계카운슬은 20일 8차 회의를 갖고 최종 면접 대상자를 확정한다. 포스코 측은 5명 내외라고 말하지만, 승계카운슬이 앞서 6명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는 점에서 3~4명으로 추려질 가능성도 있다. 승계카운슬은 명단을 CEO후보추천위원회에 건네고, 추천위는 이들을 대상으로 1차 면접을 실시, 하루나 이틀 뒤 최종 후보 2명에 대한 2차 심층 면접을 진행해 최종 1인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임시 이사회 개최 시기는 25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하면, 다음달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제9대 회장에 선임된다.
 
적폐 인사까지 후보? 중도 퇴진한 권오준의 밀어주기
권오준 회장이 사임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4월23일 1차 회의를 갖고 본격 가동된 승계카운슬은 과거 회장 선출 때마다 벌어졌던 이전투구를 없애기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유독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고질적인 병폐를 끊어버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출신의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기존 경영진이 선임한 사외이사를 통해 회장을 뽑는 절차는 문제가 있다”면서 “권 회장이 석연치 않는 이유로 그만 두는데, 그 사람이 뽑은 사외이사가 포스코 문제를 혁신할 새 사람을 뽑을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던졌다. 안 소장은 “포스코의 반복되는 낙하산 문제를 근절하려면 낙하산 사외이사가 낙하산 회장을 뽑는 적폐를 없애야 한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투명하게 선정된 사외이사들이 독립성을 갖고 회장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인물 대부분이 의혹에 연루돼 있어 이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점도 승계카운슬 제도의 문제로 지적된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조차 "승계카운슬 제도를 운영해보니 문제가 있었다. 가장 결격 사유가 없는 사람만 찾게 됐다. 개개인의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점도 알게 됐다"며 "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내부 인사인 오인환·장인화 사장은 권 회장의 대표적 라인으로 분류된다. 오 사장은 권오준 2기 체제에서 명실상부한 2인자에 올랐으며, 장 사장도 권 회장이 '내 사람'으로 챙긴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권 회장이 이들을 후계자로 직간접적으로 밀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질 않는다. 무엇보다 중도 퇴진의 불명예를 안은 권 회장이 차기 회장을 지목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이 크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도 19일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 관련해 권 회장의 영향력 배제를 주문할 정도다.  
 
황은연 전 사장에 대한 시선도 곱지 못하다. 포스코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황 사장이 2인자로 군림하면서 권 회장과 충돌이 잦았다"며 “황 전 사장이 최순실의 배드민턴팀 창단 요구를 거절한 것도 권 회장과의 파워게임 차원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승자는 권 회장이었고, 2기 체제 출범과 동시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눈엣가시였던 황 전 사장을 밀어냈다"며 “정준양 전 회장 시절 차기 회장으로 단계를 밟아온 김진일 전 사장이 정 전 회장에게 항명을 했다가 내쳐진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시 불거진 청와대 외압설…제철보국은 어디로?
회장 선임 때마다 불거졌던 청와대 외압설도 피해 가지 못했다. 박태준 명예회장의 별세 후 여과장치도 사라졌다. 포스코는 정권 교체기마다 회장이 중도 사퇴하는 잔혹사를 써야 했고, 차기 회장은 청와대 지원 끝에 선출되면서 정치적 논란을 야기했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김준식 전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지원받는 대상으로 지목됐다. 초·중학교 동창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밀고 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박태준 명예회장이 살아있을 때에는 청와대도 박 명예회장으로부터 암묵적 인정을 받은 뒤 회장을 낙점했고, 그가 인정한 사람을 포스코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정준양 전 회장과의 경쟁에서 낙마 후 강력히 반발했던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을 멈추게 한 사람도 박 명예회장이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회장이 못 되더라도 최종 후보에 이름이 오른다면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개입 의혹을 벗지 못할 것”이라면서 “적폐 청산을 외친 문재인정부조차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의 미래는 역으로 과거 '제철보국'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문도 늘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포스코 조직 내에 뿌리 깊은 파벌문화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대 공대, 특히 금속공학과 출신들로 구성된 포스코의 폐쇄적인 파벌문화 혁신 없이는 제철보국 정신의 구현도, 포스코의 미래도 없다는 주장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포스코는 유독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는 사람이 회장으로 선출돼 이러한 문화를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최병호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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