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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인트’ CGV 단독 개봉 놓고 영화계 내부 '마찰음'
영대위 "스스로 위상과 힘 약화시키는 자충수"
리틀빅픽쳐스 "중소 배급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 방식"
2018-03-16 15:11:17 2018-03-16 15:13:37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이 개봉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심심치 않게 불거진 제작진과 배우들의 마찰도 아니다.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배급 방식을 놓고 군말이 터져 나왔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영화와는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단체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CJ CGV에서의 ‘치인트’ 단독 개봉에 불만을 표출했다.
14일 개봉한 ‘치인트’는 CGV 극장 147개와 개인 극장 45개 등 총 192개 스크린으로 출발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는 15일 오전 “한국영화 ‘치즈인더트랩’ CGV 단독 개봉을 심각하게 우려하며”란 입장문을 발표했다. 100억대가 넘는 블록버스터 혹은 성수기 4대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아닌 제작비 40억대 중소 규모 영화 한 편 개봉을 두고 영화인 단체가 우려를 표명한 생경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기존에 예술성 강한 외화 혹은 IPTV용 수입영화 등이 단독 개봉이란 타이틀로 극장에 내걸린 적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국내 상업영화가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을 이용해 단독 개봉을 하는 것도 ‘치인트’가 처음이다.
 
이날 반독과점 영대위도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지점을 전제로 우려를 표했다. ‘치인트’의 이번 CGV 단독 개봉이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가 장악한 영화 시장에 더욱 심한 경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배급 시장의 불공정 문제를 더욱 고착화 시킬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단 점도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반독과점 영대위는 이번 ‘치인트’의 단독 개봉이 스스로의 위상과 힘을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반독과점 영대위가 문제로 지적하는 점은 ‘치인트’의 배급사가 리틀빅픽쳐스란 점이다. 2013년 10월 출범한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는 영화 제작사 10개 사가 주주로 참여한 회사다. 대기업 계열 투자 배급사가 장악한 투자 배급 시장의 불합리한 환경 개선을 위해 출범시킨 성격이 강한 기업이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이 같은 성격의 리틀빅픽처스가 시장 파급력이 가장 강한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단독 배급하는 방식을 취한 점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주장했다. 시장 흐름을 공정한 방향으로 정화시킬 목적의 회사가 독과점의 중심에 선 회사에 단독 배급을 한 것은 출발 부터가 잘못됐단 지적이다.
 
리틀빅픽처스는 강하게 반발했다. 권지원 리틀빅픽처스 대표는 이날 밤 반박 성명을 냈다. 권 대표는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이 가능한 단독 개봉이 적절한 판단이라고 여겼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개봉을 앞두고 이번 문제 제기 분위기를 알게 됐다”면서 “충분히 논의 되지 못했고 우려를 느끼게 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1년에 수백편이 쏟아지는 영화 시장에서 중소 배급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단독 개봉의 경우 홍보마케팅(P&A) 비용이 3억~4억원대 정도다. 반면 와이드 배급 방식을 취하면 10억원대로 훌쩍 뛴다. 또한 단독 개봉의 경우 경쟁력이 약한 중소규모의 장르 영화는 상영 시간에서도 집중력이 강해진다. 반면 와이드 배급 방식은 스크린이 분산돼 교차 상영 등이 불가피하게 된다.
 
영화 관계자들은 “사실 결과적으로 이 문제는 문제 제기를 위한 제기에 불과한 것 같다”면서 “중소 배급사에게 종속적 운영 방식을 강요한 것 아닌가”라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월 비수기 시즌 40억 대 장르 영화 개봉 일에 맞춰 반대 성명을 내는 것 자체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치인트’ 자체만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치인트’는 3만 2805명으로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했지만 15일에는 1만 664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실시간 예매율은 13%(2만 2215명)를 기록 중이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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