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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블록체인, 신뢰 기반 '가치거래' 시장 열 것”
서영일 KT 블록체인센터장
“4차산업혁명시대 통신사 패러다임 바꿀 핵심기술”
"블록체인 최고기술 보유자가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할 것"
2018-03-14 06:00:00 2018-03-14 06:00:0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우리 주변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사업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금융권은 물론 전자상거래, 공공서비스, 부동산, 국제무역, 사물인터넷(IoT)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업모델이 등장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액센츄어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억8000만달러 규모에 불과하던 블록체인 시장은 오는 2024년 607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가트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블록체인을 10대 전략기술 트렌드로 선정했다. 서영일 KT 블록체인센터장은 국내에서 인정받는 블록체인 전문가다. 블록체인 연구 초기단계부터 이 기술에 주목했고, 2015년 KT에서 블록체인 연구개발팀을 이끌다 블록체인센터가 독립하면서 현재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 센터장에게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놓여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영일 KT 블록체인센터장. 사진/KT
  
올해 KT 블록체인센터가 출범했다. KT와 같은 통신사가 블록체인 전담조직을 꾸린 계기는 무엇인가?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한계를 극복해 차세대 신뢰 인터넷을 제공할 혁신적인 기술이다. KT가 블록체인에 투자하는 목적은 인터넷 망 사업자가 덤파이프(dump pipe·네트워크 인프라 구축과 유지에 매년 수조원을 쓰지만 정작 돈을 버는 건 그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인터넷 사업자인 통신사 처지를 이르는 말)로 전락하며 빼앗긴 망 운영 주도권을 되찾아 오는 것이다. 완성도 높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상용화한다면, 통신사는 단순 전송 역할에서 벗어나 사용자와 서비스 사이에서 가치를 신뢰할 수 있게 교환하는 사업자로 거듭날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꼽힌다. KT 블록체인센터는 블록체인 기술의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나.
 
블록체인은 거래 이력을 거래 참여자들이 나눠 갖는 방식으로 신뢰와 안정성을 담보하는 기술이다. 지금은 A가 B에게 100원을 송금하면 거래를 담보해 주는 건 은행 같은 중개자이고, 이 중개자가 모든 거래내역을 관리한다.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A와 B 사이의 거래를 암호화한 데이터 블록이 거래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분산돼 저장된다. 수많은 곳에 거래 기록이 뿌려져 있어서 위·변조를 걸러낼 수 있다. 인터넷이 정보 공유의 장을 열었다면, 블록체인은 신뢰 기반의 가치 거래 시장을 열어준다.
 
다들 블록체인 기술이 중개자들을 없앨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디지털 중개자로 바뀌는 것이다. 블록체인이라는 디지털 중개자가 나타나면서 사업 주체들의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예를 들어 ‘리플’이라는 스타트업이 XRP라는 암호화폐로 해외 송금시장에 큰 포문을 열었다. 현재 리플의 시가 총액은 10억달러 이상이고 글로벌 75개 이상의 은행과 송금 및 결제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리플이 저렴한 수수료나 개인정보 보호, 안전한 거래 등을 만족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들도 참여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진행형인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권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물류 유통시장에서도 현재 혁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IBM과 월마트가 식품의 원산지, 유통기한, 배송과정 등의 세밀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유통 안정성을 제공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블록체인 기반의 에너지 거래가 실증사업 형태로 진행 중이다. 금융을 넘어 모든 산업분야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KT는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자 관점에서 데이터 이용 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 핵심기술로 보고 있다. 지금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들은 사실상 무제한으로 복제돼 창작자에게 대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콘텐츠 제공 대가가 코인 등으로 쌓이는 시스템을 구축해 공평하고 정당한 부의 분배가 이뤄질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대부분 가져가는 수익을 데이터의 원 소유주에게 되돌려 주는 셈이다. 이같은 변화는 콘텐츠뿐 아니라 IoT, 인공지능(AI) 등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모든 산업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도 최근 한국블록체인협회가 설립되는 등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반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함께 논의되면서 여러 규제 논란도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 현황은 어떻게 보나.
 
3년만에 수십배 폭등한 비트코인, 이제 시골에 사는 노인분들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시대다. 암호화폐 가치가 폭등하고 ICO(암호화폐공개) 광풍이 불었다. 이것은 분명 버블이다. 20여년 전 인터넷 붐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정확히 닷컴 버블을 봤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 닷컴 버블이 꺼지고 아마존과 구글, 애플이 3차 산업혁명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일어날 새로운 사업구조에서는 블록체인의 최고기술을 보유한 사업자가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투기 열풍이 잠잠해지고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막 시작했는데, 마치 30년 전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느낌이다. 기업들이 과감한 도전을 통해 블록체인을 산업 전반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러 규제를 조정하고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KT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전자서명 이미지(ESC)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BC카드에 적용했다. 사진/KT
 
KT블록체인센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나.
 
KT는 세계 최초로 문서 저장에 특화된 블록체인 기술인 ‘데이터체인(Data Chain)’을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BC카드에 이 기술을 적용해본 결과, 전자서명 이미지 파일을 처리하는 시간이 최대 70%, 서버 사용용량은 최대 80%까지 줄었다. 또 자회사인 엠하우스와 함께 KT의 암호화폐 플랫폼 ‘K-코인’을 적용해서 각종 포인트 발행과 적립, 결제가 가능한 자체 포인트 관리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온라인 상거래 이용 시 안전하고 편리하게 포인트를 적립하고 결제할 수 있다. 가맹점들에게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정산 기능을 제공한다. 현재 포인트뿐만 아니라 상품권, 암호화폐 등 다양한 전자화폐 유통 및 고객간 직거래까지 가능한 차세대 금융거래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은 획기적인 서비스 확장성과 운영 효율성을 가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통신사들과 협력해 블록체인 기술 교류에 나서기도 했는데.
 
최근 글로벌 통신사간 블록체인 협력기관인 CBSG에 합류했다. 블록체인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생태계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다양한 글로벌 통신사들과 강력한 통신 인프라와 블록체인간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원천기술과 서비스들을 개발해나갈 계획이다. 가령 로밍 고객들이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금전적·시간적 비용, 품질 저하 등의 비효율성을 블록체인 기술로 해소할 수 있다. 블록체인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KT가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 제안한 글로벌감염병확산방지 플랫폼(GEPP)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다. GEPP는 평상시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감염병 정보 제공을 하지만,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확산할 때는 동의와 관계없이 전 세계 모든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감염병 발생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고객정보에 해당되는 데이터 보안이 무척 중요한 요소인데, 블록체인 기반 개인정보 보안 기술로 글로벌 통신사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할 생각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전망은. 또 KT 블록체인센터가 가진 향후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미국의 경우 IT기업들의 기술 개발과 더불어 기업과 벤처캐피탈들이 다각도의 리서치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평가하고 투자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유럽연합 역시 블록체인 기술 표준을 제정하고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법률 초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세계가 블록체인 기술 및 주도권 확보를 위해 소리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블록체인센터도 금융, 스마트 에너지, IoT, 헬스케어 등 KT의 주요한 신사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블록체인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인터넷에서 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한계들을 차별화된 기술로 극복하고 세계적인 블록체인 기술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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