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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정식질환으로 인정안돼…내성·금단증상 등 명확한 규정없어"
학계 전문가 WHO의 게임 질병 분류 움직임에 "다각적 연구 필요"
2018-03-11 10:00:00 2018-03-11 10:00:00
[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질환으로 분류하려는 움직임에 나선 가운데 학계 전문가들이 이에 대해 사회전반의 역효과가 예상돼 다각적 연구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WHO가 오는 5월 예정된 11차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에 앞서 게임장애를 개별코드로 넣으려는 것은 게임 산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판단착오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의학계와 학계, 인문·사회학 등 각계 전문가들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에서 학생 및 관람객이 게임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넥슨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게임문화의 올바른 정착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에서도 전문가들은 게임을 질병과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토론회에서 게임이용 장애 인식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한덕현 중앙대학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난 2013년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서도 여전히 인터넷게임은 정식질환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며 "내성과 금단증상 등이 수반돼야 중독으로 인정할 수 있는데 게임 중독의 경우 이 부분이 규정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게임이용 장애'는 지금까지 정식 질환에 등록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체계화된 연구 부족, 중독 물질 자체 영향력 불분명성, 횡적연구 의존, 너무 많은 공존질환 등이 등록되지 않은 이유"라며 원인을 설명했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게임포비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과거부터 소설, 만화, TV, 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를 배척하기 위해 공포감을 형성시켜왔는데, 게임도 1960년대 이후 비정상적, 비교육적이며 건강과 현실적 유용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게임포비아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게임이 나쁜 것이라는 게임포비아가 만들어낸 것이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라며 "셧다운제에 이어 이번에 나온 게임 질병 분류화 움직임은 셧다운제로 게임에 대한 공포를 완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차단하는 제도로 2011년 4월 청소년법 개정안에 포함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셧다운제 규제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제 실시 후, 국내 게임시장 규모가 1조1600억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WHO가 게임장애를 개별코드로 넣을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자 국내 게임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K-GAMES)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 관련 협회 8곳은 지난 2월 ‘비과학적인 게임 질병화 시도에 반대하며, ICD-11 개정안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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