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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국제행사 참가는 꿈같은 일"
2018-03-07 17:07:47 2018-03-07 17:07:47
최병호 산업1부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3월2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8 일본 태양광 전시회(PV EXPO)'. 각국 260여개 태양광업체가 참가해 성황을 이룬 당시 행사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팸플릿을 살피던 기자는 특이한 부스를 발견했다. 특정 업체명보다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운 한국관 부스였다. 이곳은 한국에너지공단을 중심으로 11개 중소기업들이 옹기종기 모인 곳이었다. 태양광 엑스포와 같은 기간 도쿄에서 열린 스마트그리드 엑스포, 배터리 엑스포에서도 한국전력과 한국전지산업협회가 각각 10여개 중소기업과 함께 한국관을 따로 차렸다.
 
이런 행사에서 중소기업들이 한국관으로 모인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회사 이름보다 '한국산'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는 게 마케팅에 더 유리해서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 있었다. 국제행사에 참가하고 싶어서도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공기관이나 협회 지원을 받아야 부스를 내고 행사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신쟁에너지 분야만 아니라 전자나 IT 등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국제 전시회라고 하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대기업의 참가와 출품 위주로 쏠리지만, 거의 항상 한국관도 같이 차려진다"며 "중소기업들은 비용 지원이 없으면 국제행사에 나가는 것은 꿈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국제행사는 글로벌 산업동향을 익히고 해외 바이어·소비자들과 만나면서 기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회가 아닌 해외 개최 행사라면 출장비와 비행깃값은 물론 행사 참가비와 전시 부스 임차비, 장비 설치·운송료 등 제반 비용 지출에 대한 부담이 뒤따른다. 이번 태양광 엑스포에서는 에너지공단이 중소기업의 출장비용 중 75%를 지원했다. 그나마 한국관에 참여한 기업은 형편이 낫다. 자비로 부담해야 할 25%가 없어서 국제행사에 가보지 못하는 기업이 더 많단다.
 
물론 중소기업이 무턱대고 정부나 협회의 지원만 바라고 있어서는 안 된다. 시장은 냉정한 경쟁이다. 정부의 지원은 모두 혈세다. 중소기업 스스로 적극적인 R&D와 마케팅, 자비를 들이고 발품을 팔아서라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국제 전시회 참가 등에서까지 생기는 점은 고민해 볼 지점이다. 마침 문재인정부에서는 대·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줄이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했고, 중소기업 R&D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나왔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통한 일자리창출 연계는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 중 하나다. 이런 맥락에서 FTA를 통한 시장개척, 중소기업 수출 컨설팅 등에 못지않게 국제 전시회 등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글로벌 시장과의 접촉을 넓혀주는 지원도 필요하다. 수출은 책상에서 만든 보고서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최병호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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