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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흑자전환 하고도 "설명의무 없다"는 '휠라'
2018-03-07 06:00:00 2018-03-07 06:00:00
상장기업들의 지난해 연간 실적 발표가 마무리 단계다. 상장사들은 사업보고서 제출 전 재무제표 기준 잠정 실적을 공정공시하고 있다. 손익구조가 30% 이상 변경(대규모 법인은 15%)될 경우 의무적으로 수시공시토록 되어 있다.
 
특정 기간 실적이 유의미하게 변동한 경우 그 배경은 향후 해당 기업의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이유가 된다. 손익구조 변동폭이 클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상장 패션기업 휠라코리아(081660)는 지난달 22일 지난해 실적을 수시공시했다. 잠정 매출액이 2조5302억원으로 전년 보다 161.6% 늘었고 영업이익은 2180억원으로 전년 보다 1741.1% 급증했기 때문이다.
 
실적 발표 전부터 관심사는 연간 실적 자체 보다 지난해 4분기의 흑자 전환 여부였다. 지난 2016년 4분기 250억원의 적자를 낸 휠라코리아였지만, 지난해의 경우 브랜드 리뉴얼에 성공하며 판매 호조를 보인 슈즈 브랜드가 많았고, 4분기에는 롱패딩과 단가가 높은 의류 매출도 긍정적인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공시상의 설명으로는 미국 자회사인 아쿠시네트(Acushet) 실적이 연간으로 반영되면서 지난해 실적이 늘었다 게 전부였다. 
 
휠라코리아의 경우 재무적 이슈에 대한 설명 책임은 IR 담당자에게 있다고 한다. 하지만 휠라 IR담당자는 실적 발표 후 4분기 실적에 대한 질문에 "4분기를 따로 '발라(내어)' 얘기할 의무가 없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했다. 이미 공개된 연간 실적에 지난 1~3분기 누적 실적을 차감한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설명의 의무가 없다고 대응한 것이다. 4분기 흑자전환의 주요 배경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는 휠라코리아 분석 애널리스트와 이 기업의 지난해 주요 사업에 대한 사전 취재로 휠라코리아의 성공적 리뉴얼 전략과 4분기 510억원 흑자전환을 기사에 담았고, 이튿날 증권가의 분석들도 '4분기 턴어라운드의 정석', '예상치 상회한 4분기' 등 분기 턴어라운드에 초점이 맞춰졌다.
 
휠라코리아 IR 담당자는 아쿠시네트가 4분기 실적을 공시한 상황이 아니라고는 설명했지만, 잠정 실적을 이미 발표한 상황에서 흑자전환 규모와 주요 배경에 대해 일절 함구하는 것은 납득할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거래소 공시부 관계자는 "내부결산을 한 이후에 이뤄지는 실적 공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기본적인 설명은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의무가 아니라 하더라도 상장사라면 주요 배경을 설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시부 관계자는 "공시는 보는 입장에서 명확하게 설명돼야 하는 게 원칙이다. 연간 실적에서 4분기 실적을 별도로 알릴 수 없다는 것은 특이한 경우"라고 했다. 
 
증권사에서 패션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일부 패션기업의 경우 재무적인 설명을 하는 데 있어 폐쇄적이라 어려움이 있을 때가 있다"고 귀띔했다.
 
눈에 띄는 실적 변화의 배경에 대해 일절 함구하다가는 자칫 잘못된 정보와 이의 확산을 낳을 수 있다. 더욱이 이튿날이면 분석에 기반한 실적 평가가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의무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덮어 놓고 모른다고 대응하는 것은 상장사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김보선 산업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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