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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경쟁력·순자산·이익률도 좋지만 가격이 중요해”
2017 버크셔 주주서한 “대출은 장기투자에 걸림돌”
2018-03-07 08:00:00 2018-03-07 08: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BRK)가 워렌 버핏의 주주서한이 실린 2017년 연간보고서(annual report)를 공개했다. 전 세계에서 버핏에 관한 수많은 책이 출간됐지만 실제로 그가 직접 쓴 글은 주주서한이 유일해 매년 투자자들은 주주서한을 통해 그의 생각을 엿보고 있다.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BRK는 2017년 650억달러의 순이익을 벌었다. 그러나 이중 290억달러의 이익은 트럼프정부의 세제개편 등으로 인해 생긴 착시라며 실제 사업으로 번 이익은 360억달러에 그친다고 강조했다. BRK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 플로리다 등에 대형 자연재해로 보험 사업에서 32억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대규모 M&A나 지분투자도 성공하지 못해 영업성적은 좋지 않았다.
 
버핏은 대형 인수에 성공하지 못한 원인이 ‘가격’이라고 밝혔다. 맷집 좋은 경쟁력, 경영능력, 순자산, 매력적인 이익률도 중요하지만 지난해 검토한 모든 거래에서 가격이 걸림돌이었다는 것. 저리 대출을 활용해 기업을 인수할 경우 주당순이익을 키울 수 있겠지만 BRK는 레버리지 쓰는 것을 피했고 그 영향으로 수익도 악화됐다.
 
그럼에도 버핏은 단호했다.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기 위해 전 재산과 미래를 갈아 넣으면서까지 위험에 몸을 맡기는 것은 미친 짓”이라며 “수년간 인수 가뭄에 시달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좋은 건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버핏은 매매 신호, 차트 패턴, 애널리스트의 목표가, 언론에 나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그 자체에 집중한다며 벤자민 그레이엄의 말을 인용했다. “자본시장은 단기로는 수익률이 높고 낮음을 결정하는 투표기와 같지만 장기로는 그 가치의 무게를 재서 보여주는 계량기와 같다.”
 
버핏은 BRK의 주가가 급락했던 네 번의 시기를 예로 들었다. 반토막 넘게 하락했던 시기도 있으나 주가는 꾸준히 올라 수백 배가 됐다. 그는 “포트폴리오에 대출이 있다면 증시가 폭락할 때 대출이 당신의 멱살을 잡고 흔들 것“이라며 대출의 위험성을 다시 강조했다.
 
이밖에도 주주서한에는 헤지펀드 프로테제파트너스(Protege Partners)와의 10년 대결을 최종 정리하는 글도 실렸다. 헤지펀드는 5개의 펀드로 구성된 펀드의 성과가, 버핏은 비싼 수수료를 받지 않는 S&P500지수가 앞설 것이라며 각각 50만달러씩 100만달러를 모아 기부하기로 내기를 벌였다. 결과는 버핏의 승. 내기 상금 100만달러는 중간에 BRK.B 주식으로 바꿔 보유했던 터라 222만달러로 불어나 기부됐다.
 
버핏은 내기의 교훈을 이렇게 설명했다. “돈 벌 기회를 찾는 데는 높은 IQ, 경제학위, 월스트리트의 전문용어가 없어도 충분하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몇 가지 기본사항에 집중하는 것이다.”
 
BRK는 미국 동부 현지시각으로 5월5일 주총을 개최한다. 버핏의 은퇴가 멀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 투자자들이 오마하로 몰려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직접 가지 못해도 인터넷(finance.yahoo.com/brklivestream)을 통해 현지시각 오전 8시45분부터 시작되는 생방송을 볼 수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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