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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3·1보수 집회, 손익계산서 따져보면
2018-03-05 06:00:00 2018-03-05 06:00:00
대한애국당, 박근혜 전 대통령 무죄 석방운동본부 등이 주도하고 개신교 교회가 적극 합류한 지난 3월1일 서울 도심 집회는 규모부터 만만치 않았다. 참석자들은 “연인원 등으로 계산했던 촛불집회 기준으로 하면 100만명을 넘겼다”고 주장했고 경찰은 3만7000명으로 추산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현장 경찰관을 넘어뜨려 밟고 폭행하는 한편, 채증카메라를 빼앗아갔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해당 채증자료와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하는 등 불법행위자를 검거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
 
사실 이 정도 물리적 충돌은 전 정부나 전 전 정부 때 대규모 시위와 비교하면 심하다 할 정도는 아니다.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면 전반적으론 평화롭게 진행된다 할지라도 국지적 충돌은 벌어지곤 했다. 3월1일 보수 집회도 그 수준 내였던 것이지, 전체가 폭력적으로 진행됐다 보긴 힘들다. 촛불 형상 조형물 방화, 세월호 관련 전시물 파손은 심했지만.
 
이 집회에서 어떤 이야기들과 그림이 나왔는 진 상당히 알려졌다.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인사들은 ‘빨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무죄’가 핵심 주장이었다. 이스라엘 국기가 점점 늘어난 것은 약간 이채로 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대와 달리’ 문재인정부와 그리 사이가 나쁘지 않아서 벌어진 현상으로 보인다.
 
그러니 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정권이 바뀌었으니 집회 내용과 구성원만 바뀌었다고 보면 될까?
 
정부나 여당 입장에선 별 문제가 아닐 것이다. 아니, 실은 상당한 도움이다.
 
3월1일 집회와 같은 모습이 정권 반대자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일수록 정치적으로 이득이다. 정권 반대 세력의 주류가 태극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조기도 아니고 이스라엘기 국기를 들고 나와서 “너희들은 빨갱이다” “교회 세금 부과는 빨갱이 공작”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라고 가정해보자.
 
상식적인 사람들 중 누가 거기 합류하고 싶겠나? 같은 편으로 보일까 겁나서 멀찍이 피해다니겠지.
 
이런 그림이 계속될수록 가장 손해 볼 쪽도 자명하다. 거리의 1야당 자리를 대한애국당에 빼앗긴 자유한국당이다. 안보와 경제에 위기감을 느끼는 사람들, 현 정부의 국정 방향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꽤 많다. 언제나 그렇다. 이들을 대표하고 대변하고 선거에서 조직화하고, 정권 탈환을 준비하는 집단이 야당이다. 그 중에서도 제1야당이다.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면 초강경파, 음모론자들이 주도권을 쥐기 마련이다. 다수의 지지자들은 떨어져나가고 답답증을 느끼는 소수는 거리로 뛰쳐나간다.
 
떨어져 나간 다수와 거리로 나간 소수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는 사이 스텝은 꼬인다. 여권의 실책만 기다리는 천수답식 정치에 매몰된다. 실은 지금 여당도 오랫동안 그랬다.
 
하지만 지금 자유한국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홍준표 대표나 ‘겐세이’로 대표되는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상대적으로 조금 점잖을 뿐이지 3월1일 집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미래를 준비하는 비주류, 개혁파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법조나 관료 출신 ‘품격’ 있는 정통파들이 뒤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간판도, 미래도, 뿌리도 다 문제다.
 
이 상황이 너무 오래가면 국민도 손해다, 결국엔 여권에게도 좋을 게 없다. 여당에겐 약한 야당만한 독이 없다.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30%라고 가정해볼까? 자유한국당이 시큰둥해도 청와대가 일대일 영수회담을 자주 제안할거다. 그런데 지금은? 자유한국당 대표 안 만나도 아무 문제될게 없고 손해 볼 일도 없다.
 
그래서 말인데, 자유한국당 정신 차려라. 아니면 바른미래당, 당신들이 치고 올라가던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정말, 정말 문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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