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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국회만의 개헌에 반대한다
2017-01-03 13:34:19 2017-01-03 16:38:32
국회가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개헌논의를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는 대선 전에 개헌하고 새 헌법에 따라서 대선을 하자는 의견도 있고,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하자는 의견도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후자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국회 내의 합의에 따른 개헌특위 구성이라고는 하지만, ‘친문’, ‘비문’ 식으로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서 개헌의 시기나 개헌의 내용들이 모두 다르다. 개헌을 매개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지금 국회의 개헌특위에서는 광장에서 10주 동안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열망을 담아낼 것 같지 않아서 더욱 그렇다.
 
개헌은 누가 뭐래도 중차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하나의 정책이 아닌 국가의 틀과 어떤 국가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지 대통령 중임제나 내각제, 이원집정부제와 같은 최고 권력구조를 변경하는 것으로 한정될 일이 아니다. 1987년 헌법으로는 이후의 국가를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음이 입증되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서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호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정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회의 개헌특위 논의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그들만의 개헌안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말부터 광장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만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오늘의 이 사태를 낳게 한 기득권 세력, 그중에서도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광장에서 정치인들에게 마이크를 주지 않는 것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듯이 정치권은 매우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다.
 
내용에서도 국민들은 정치권력의 개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최근의 여론조사도 국민들은 권력구조보다는 기본권의 강화에 더 관심이 높다. 정치권과 국민들은 방점을 다르게 찍고 있고, 분명한 간극이 있다는 말이다.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 소수의 사람들은 귀족처럼 살고 다수의 사람들은 노예처럼 사는 불평등 구조를 바로 잡는 방법으로 기본권 조항들이 현실에 맞게 강화될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광장의 시민들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현재 헌법에는 국민소환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런 제도를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권자인 나를 대표할 것으로 알았던 그 대표들이 결국은 자신들만의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는 점에 대해 분노한다. 이를 바로 잡을 대안이 심도 깊게 논의되고 반영되어야 한다.
 
위와 같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절차와 과정도 중요하다. 국민들은 87년 6월 항쟁으로 전두환 정권을 물리쳤는데, 개헌안은 국민들이 개입할 여지없이 당시의 여야 정치권 8인의 밀실회의에서 마련되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 “죽 쒀서 개 줄 수 없다.”는 말로 집약되듯이 정치권의 들러리를 서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개헌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의견을 내고 싶어 하며,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된 개헌안을 만들고 싶어 한다.
 
“새 술은 새 부대”란 말이 있다. 술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그 술을 담아야 할 부대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이대로 국회만의 개헌은 술도 부대도 새롭지 않다. 새로 술을 만들었다고 해도 부대가 낡으면 어렵게 만든 새 술마저도 버려야 하는 일이 생길까 걱정이다. 국회는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그리고 국민들의 참여하에 개헌을 추진해야 옳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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