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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도 하늘의 별 따기…자치단체장 담합까지
2016-08-10 07:00:00 2016-08-10 07: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이윤 기자] 무기계약직은 기간제 근로자들의 최우선 목표다. 2년을 고생하고 기다리면 '고용이 보장'되는 직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임금이나 처우 등에서 차별이 있지만, 형식상 비정규직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현실은 비정하다. 기간제 근로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권소영씨는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부산시 영도구청 보건소 소속으로 기간제인 의료급여관리사로 일했다. 질병과 빈곤 등이 있는 지역 내 의료급여 수급자를 방문·상담해 이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각종 의료제도 등을 안내하고 의료급여일수 연장 승인, 장기입원 사례 관리 등 의료급여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다.
 
애초 간호사로 일할 정도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컸던 권씨는 2014년 영도구청의 의료급여관리사 공개채용에 응시, 그해 7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권씨는 올해 6월30일까지 2년을 채워 일했고, 무기계약직 전환 기대도 가졌다. 하지만 영도구청에서는 권씨에게 6월30일자로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했다.
 
권씨는 "영도구청 소속 의료급여 관리사 3명 중 2년을 채운 2명이 앞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제 차례가 다가오자 해고됐다"며 "정부가 2017년까지 기간제 비정규직 1만5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독려하고 있는 마당에 영도구청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근로계약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권소영씨는 2014년 7월1일부터 부산시 영도구청에서 의료급여관리사로 일하다 올해 6월30일자로 근로계약이 종료됐다. 권씨는 그 직후부터 영도구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영도구청이 내세운 해고 사유는 표면적으로 '자치단체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나 권씨는 "의료급여관리사가 수행하는 의료급여 관리는 상시·지속적인 업무임에도 근로계약이 종료된 것은 영도구청이 의도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려는 의도"라며 "해고 후 영도구청과 보건소 측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노조 이야기가 언급됐고, 노조 탈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부산 일반노조 등 노동계는 부산시 소속 16개 기초자치단체장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하지 말자고 담합을 했던 것이 영향을 줬으리라고 주장한다. 부산 방문간호사 노조 관계자는 "2014년 10월 부산시 기초단체장들은 '구청장-군수 협의회'라는 자체 회의조직을 통해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직종을 신설한 후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전환하겠다고 결정하고 담합했다"며 "당시 협의회를 주도한 어윤태 영도구청장이 현 영도구청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도구청 측은 권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론했다. 구청 측은 "권씨는 근무평점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구청에 의료급여관리사가 3명까지 필요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노조 활동이 해고사유라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어윤태 구청장을 중심으로 무기계약직 전환을 하지 말자고 담합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2014년 방문간호사에 대해서는 그런 결정을 한 게 사실이지만 별건으로 봐야 한다"며 "그런 결정이 모든 무기계약직 전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최병호 기자, 이윤(인턴)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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