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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반발로 OIT 논란 2라운드…"에어컨·청소기도 3M 사용"
"소비자 오인할 수 있게 한 부실조사" vs. "최종확인 못한 제조사 잘못은 명백"
가전업계 3M 공포 엄습…3M은 '묵묵부답' 일관
2019-03-29 10:22:45 2019-03-29 10:22:45
[뉴스토마토 임효정·이성휘기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물질과 유사한 성분인 옥티이소티아졸론(OIT)이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에어컨 필터에서 대거 검출됐다고 발표하고 “해당 제품의 회수를 권고한다”고 밝히자 해당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20일 LG전자, 쿠쿠전자, 대유위니아 등의 공기청정기 4개와 현대모비스와 두원의 차량용 에어컨 필터 3개를 5일간 가동한 결과, OIT 성분이 최소 25%에서 최대 46%까지 평균 34% 방출됐다고 발표해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OIT가 포함된 항균필터를 사용한 제품 모델도 공개했다. 일종의 혐의 제품들이다. 제조사별로 보면 공기청정기의 경우 코웨이 21개, LG전자 17개, 쿠쿠 9개, 삼성전자 6개, 위니아 2개, 프렉코 2개, 청호나이스 1개 등이다. 가정형 에어컨 모델은 2014년형 LG전자 5개, 삼성전자 5개, 2015년형 LG전자 8개, 삼성전자 5개, 2016년형 LG전자 5개 등 총 27개다. 차량용 에어컨은 현대모비스 2개, 두원 1개다.
 
이중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에어컨에 장착된 항균필터 제조사는 한국3M과 두원전자 등 2곳이다. 자동차 에어컨 필터 1개 모델을 제외하고, 모두 3M 제품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방출된 OIT가 공기 중에는 별로 검출되지 않아 실제 인체에 얼마나 위험할지는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일단 유독물질 방출이 확인된 만큼 선제적으로 제품명을 공개하고 수거 조치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부 조치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코웨이는 정부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사의 공기청정기 중 어떤 제품도 OIT가 함유된 필터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강력 반발했다. 최근 정수기 일부 모델의 니켈 검출로 홍역을 치렀던 코웨이로서는 소비자 신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악재였기에 신속히 대응했다.
 
그외 업계 관계자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부 발표가 일부러 논란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실제 실험한 것은 7개에 불과하고, 검출된 수치도 미량이었다”며 “위해성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마치 모든 제품이 문제인 것처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3M 필터를 사용한 제품이 모두 유해물질이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게 했다”며 “필터보다는 항균제를 어느 회사 제품을 쓰느냐가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업계 불만을 일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OIT라는 성분을 사용한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일부 제품만 조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차피 항균필터 제조방식은 유사해 모든 제품에서 OIT가 방출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회사는 필터 제조사에게 잘못이 있고, 자신들도 피해자인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며 “상품에 유해물질이 나오는 것을 최종 확인하지 않은 제조사의 잘못은 분명하다”고 못을 박았다.
 
문제의 필터를 제조해 납품했던 3M은 “정부 발표를 존중하고 해당 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항균필터를 자진 회수하겠다”면서도 “최종 회수는 3M 혼자는 불가능한 일로, 고객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M 관계자는 정부와 업계 간 논쟁에 대해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식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입을 닫았다. 문제가 된 필터에 어떤 항균제가 사용됐는지, 그 필터들이 공기청정기 외에 에어컨, 제습기와 진공청소기 등 다른 가정용 생활가전에 사용됐는지 사실확인 문의에도 “추가확인이 필요하다”며 대답을 피했다. 
 
한 완성품 제조사에서 품질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한 관계자는 "가정용의 경우 이번에 문제된 공기청정기 외에도 에어컨, 진공청소기 등에 대부분 3M의 헤파필터가 사용된다"며 "문제가 여타 제품들로 확대될 경우, 가전업계에 핵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불안은 끝나지 않았다.
 
임효정·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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