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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악은 분위기가 있거나 없거나 둘중 하나"
2012 야마하 콘서트살롱 시리즈 선발주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
2012-07-06 11:00:16 2012-07-06 13:31:04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야마하뮤직코리아의 '2012 콘서트 살롱 시리즈'가 5일 시작됐다. 클래식 애호가들과 연주자들을 위해 열리는 이번 시리즈에 선발주자로 나선 이는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이스라엘 출신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다.
 
깊이 있는 곡 해석과 탁월한 테크닉으로 유명한 그는 굵직굵직한 국내외 콩쿨에서 우승을 거머쥔 실력자다. 이날 연주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No.14, 월광>과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No.2>였다.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열정적인 연주를 선사했다. 소규모 공연장이란 게 무색할 만큼 관객들은 열렬한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 시작 전 야마하홀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만났다. 공연을 앞두고 있어 예민한 상태일지 모른다고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지성적일 뿐만 아니라 유쾌한 연주가였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야마하 플래그십 CFX'라는 최상급 모델을 연주하게 돼 흥분되고 행복하다는 그는 연신 서툰 한국말로 '소름돋는다'고 표현했다. 
 
 
 
 
 
 
 
 
 
 
 
 
 
 
 
 
 
 
 
 
 
 
 
 
  ▲야마하 콘서트홀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아비람 라이케르트.
 
- 동아콩쿨 이후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어느덧 햇수로 17년째다. 여러 국제콩쿨에서 우승했는데 특별히 한국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가 궁금하다.
 
▲ 17년이나 됐다니! 사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웃음). 한국 관객은 클래식을 매우 좋아한다. 젊은이에서부터 나이 많은 사람들까지 모두가 그렇다. 그리고 한국 음악가들은 아주 환상적이며 한국에 게스트로 오는 음악가들도 아주 많다. 유럽, 호주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다. 이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다(웃음). 조금 더 진지하게 말하자면 인생에서 갈림길에 서 있었을 때 한국으로 오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아주 행복하게 여기고 있다.
 
- 좋아하는 동시대 음악가는 누구인가?
 
▲ 어려운 질문이다. 위대한 작곡가들이 대부분 죽었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 대부분이 아쉽게도 죽었다.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쇼팽,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과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유감이다. 동시대 음악인 중에서는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머레이 페라이어
아르투르 루빈스테인(사망)을 좋아한다. 그러나 대답하기 어렵다. 살아계신 분들도 좋지만 죽은 이들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김대진 교수가 아주 전문적이라고 생각한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아주 좋은 그룹이다. 첼리스트 송영훈,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등의 음악가들도 좋다. 이들과 많이 연주했다. 젊은 피아니스트들 중에는 손열음, 조성진 등을 꼽겠다. 모두 멋지고 또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나도 물론 성장 중에 있다.
 
- 이스라엘과 비교할 때 한국의 음악환경은 어떤가? 두 나라 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 약간 다를 뿐이지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다. 관객들은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가들도 훌륭한 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을 느낄 때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다. 한국 학생은 대부분 말을 안한다. 그리고 진짜 열심히 연습한다. 또 지적이고, 음악을 잘 이해한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부족하다. 예를 들면 창의성이나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반면 이스라엘 학생은 자기 의견을 많이 말하고, 자유로우며, 연습을 안 한다(웃음).
또 한 가지 더 차이점이 있긴 하다. 이스라엘에서는 음악가가 되기 어렵다. 삶을 꾸려가기 힘들 뿐 아니라 스스로를 지원해야 한다. 정말 작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작은 도시에도 많은 학교와 콘서트홀이 있다. 이게 가장 큰 차이다. 이스라엘에만 산다면 전문 음악가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매니저와 아티스트 간의 관계도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은 아티스트를 상위에 두지만 이스라엘은 매니저가 상위다. 그야말로 '가시방석'이다.
 
- 한국학생들을 가르쳐본 소감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교습 중인가?
 
▲ 답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학생들이 저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장점과 약점들이 각각 다 다르다. 훌륭한 학생들이지만 모두들 보완해야 할 점을 가지고 있다. 가르칠 때는 그 부분에 중점을 둔다.
 
- 음악가 중 슈베르트를 가장 좋아한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에 매료되었나?
 
▲ 내 '자기'에 대한 이야기 하고 있는 건가? (웃음) 그냥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연주가와 작곡가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연인 간의 사랑과도 같다. 아름답거나 친절하다는 이유를 들며 서로를 좋아한다고 얘기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 대답은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내게 슈베르트는 시적으로 생각된다. 어떤 곡은 순수한 아기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어떤 것은 복잡하고 어둡다. 마치 베토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연주자로서 이런 저런 슈베르트를 다 좋아한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사실 다 설명이 되지 않는다. 난 가끔 슈베르트 곡을 연주할 때마다 울고 싶다. 연주가의 깊은 곳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 이번 야마하 살롱 콘서트에서는 베토벤과 쇼팽을 선택했다. 관객들이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가 있다면?
 
▲ 두 곡 모두 소나타인데 별명이 붙어 있다. 하나는 '월광 소나타', 다른 하나는 '장송행진곡'이다. 사실 베토벤과 쇼팽이 이런 별칭을 붙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 모두 이렇게 부른다. 두 곡의 공통점은 '바보 멜로디'를 지녔다는 점이다. 농담이 아니다. 진짜로 바보같은 멜로디다. '월광'은 '빰빠밤', '장송행진곡'은 '빰빰바밤', 이게 다다. 나도 작곡할 수 있을 거다(웃음). 놀랍거나 복잡하거나 아름다운 라임이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단지 3노트, 4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곡들이 왜 유명한가? 베토벤과 쇼팽이 분위기를 만드는 데 대가라서 그렇다. '월광'이 마법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면 '장송행진곡'은 끊임없이 침전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분위기는 배울 수 없는 것이다. 분위기가 있거나 없거나, 둘 중 하나일 뿐이다.
 
- 분위기 있는 연주가 기대된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 일단 오늘 저녁에는 리사이틀을 할 거고, 그 다음에 집에 갈 거고(웃음), 토요일에는 미국 콜로라도에 갈 거다. '뮤직 인 더 마운틴'이라는 페스티벌이 있다. 그곳에 서울대 학생들과 같이 가서 7월 한달 동안 머물 것이다. 8월에는 한국에 와서 계절학기 강의를 하고 그 후 소규모 개인 리사이틀도 할 계획이다. 그 다음 9월에는, 입시가 시작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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