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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BTS, 그래미 대중음악 분야 한국인 첫 수상 이뤄낼까
'베스트 팝 그룹/듀오' 2연 연속 도전…본상 후보는 오르지 못해
'철옹성' 그래미…'버터' 이중계약·보수적 선정방식 변수
2021-11-24 11:40:53 2021-11-24 11:40:5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대중음악계 에베레스트로 꼽히는 그래미의 벽은 여전히 가팔랐다.
 
24일(현지시간)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당초 기대를 모았던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4대 본상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 후보에 들지 못했다. 
 
4대 본상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를 일컫는다. 당초 미국 대중음악 매체 빌보드를 비롯해 경제지 포브스 등은 BTS가 '올해의 레코드' 등 본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BTS는 앞서 지난 22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 대상 격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Artist Of The Year)'에 오르며 4년 연속 수상이란 쾌거를 달성해, 이번 그래미 어워즈 본상 후보에 오를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졌으나 결국 불발에 그쳤다.
 
2020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62회 그래미어워즈'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뉴시스·AP
 
'철옹성' 그래미…지독하게 보수적인 선정방식
 
1958년 시작된 그래미 어워드는 미국 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 Science, ‘NARAS’)에서 주최하는 음악상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세 시상식 중 음악성, 역사적 측면에서 가장 큰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타 음악 시상식과 비교해 지독하리만치 보수적인 선정방식을 고수한다. 한 해 동안 차트를 휩쓴 가수도 그래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무관 뿐 아니라 후보에 오르지도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올해부터 대중 투표 방식으로 전환한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차트 성과를 기반으로 두는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다르다.
 
차트 성적이나 음반 판매량 등 상업적 성과보다는 음악성과 작품성, 사회적 영향까지 시상에 포괄한다. 실제로 보수적인 40대 이상 백인 남성이 주 선정위원으로, 실제 회원 가운데 아시아 지역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세계 최고 팝 디바 비욘세의 '레모네이드'가 영국 출신 백인 가수 아델에게 밀려 수상하지 못하자, 미국 네티즌들은 온라인에 '너무 하얀 그래미상(GRAMMYsSOWHITE)'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로 비판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미국 차트를 휩쓴 위켄드 역시 이 시상식에서 1개의 부문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자, 자체 보이콧을 선언해 큰 논란이 일었다.
 
BTS의 경우도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는 등 활약을 펼쳤음에도 지난해에야 비로소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 중 하나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당시 트로피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Rain on Me’)에게 돌아갔다.
 
올해 초 진행된 '63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다이너마이트' 단독 무대를 꾸미는 방탄소년단. 사진/뉴시스·AP
 
BTS, 대중음악 분야 그래미 한국인 첫 수상 이뤄낼까
 
올해도 이 부문 후보에 2년 연속 오른 BTS는 대표곡 '버터'로 콜드 플레이 '하이어 파워', 토니 베넷·레이디 가가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 저스틴 비버·베니 블란코 '론리', 도자 캣 '키스 미 모어'와 경합한다.
 
BTS는 2019년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자로 나서며 처음 이 시상식과 연을 맺었다. 지난해 제62회 시상식에서는 릴 나스 엑스와 합동무대를, 올해 3월 제63회 시상식에서는 후보 자격으로 히트곡 '다이너마이트' 단독 무대로 나섰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버터' 무대를 꾸밀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대중음악 분야 한국인 첫 수상도 이뤄낼지 관심이 크다.
 
다만 보수적인 그래미 선정방식 외에 '버터'의 경우, 올해 초 메인 멜로디의 이중계약으로 구설에 올랐다는 점은 BTS와 하이브 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네덜란드 출신 뮤지션 루카 드보네어는 2019년 동일 메인 멜로디를 이미 구매했었다는 점을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소속사는 이에 대해 "권리 측면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고 했지만, 음악성과 작품성을 중시하는 그래미가 이를 간과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중음악 부문 이외 그래미 클래식 분야에서는 이미 한국인 수상자가 나온 바 있다. 1993년 제35회 시상식에서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와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이 그해 클래식 오페라 부문 '최고 음반상(Best Opera Recording)'에 선정됐다.
 
음반 엔지니어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미국 작곡가 로버트 알드리지의 오페라 '엘머 갠트리'를 담은 음반으로 2012년 제54회 시상식에서 그래미 클래식 부문 '최고 기술상(Best Engineered Album, Classical)'을 받았다.
 
2016년 제58회 시상식에서 그는 찰스 브러피가 지휘하고 캔자스시티합창단과 피닉스합창단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베스퍼스: 올 나이트 비질'로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Best Choral Performance)' 부문을 수상했다.
 
'62회 그래미어워즈'에서 릴나스엑스와 합동 무대를 꾸미고 있는 방탄소년단. 사진/뉴시스·AP
 
올리비아 로드리고·실크 소닉 각 4개 부문 후보
 
올해 그래미는 총 86개 부문을 시상한다. 4대 본상 '제너럴 필즈'(General Fields) 외에 예년처럼 팝, 록, 컨트리, 랩, 댄스, 클래식 등 음악 장르별 세부 부문이 있고 작·편곡, 앨범 패키지, 프로듀싱까지 아우른다.
 
18세의 괴물신인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올해 제너럴 필드 4개 부문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베스트 뉴 아티스트' 후보에 모두 올라 파란을 일으켰다. 한 해에 상을 4개 휩쓴 빌리 아일리시를 이을 새로운 신예 탄생일지 주목된다.
 
지난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데뷔한 듀오 가수 실크 소닉(Silk Sonic)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베스트 R&B 노래', '베스트 R&B 공연'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래미상을 11번 수상한 브루노 마스와 4번 수상한 앤더슨 팍으로 구성된 이 그룹이 또 역사를 만들지 관심이 크다.
 
그룹 아바(ABBA).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올해의 레코드상 부문 후보에는 거장들의 진입도 눈에 띈다.
 
그래미상을 18번 수상한 토니 베넷이 레이디 가가와 함께 부른 'I Get a Kick Out of You'로 후보에 올랐다. 40년 만에 돌아온 스웨덴 4인조 그룹 아바(ABBA)도 'I Still Have Faith In You'로 후보에 지명됐다. 
 
비틀즈 폴 매카트니 역시 'McCartney III' 앨범으로 '베스트 록 앨범',  곡 'Find My Way'로 '베스트 록 송'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후보 지명 후 수상자를 결정하는 최종 투표가 진행된다. 해당 부문에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가 수상하게 되며 득표수가 같을 경우 공동으로 수상한다. 수상자는 축음기를 형상화한 트로피 '그라모폰'(Gramophone)을 받는다.
 
제64회 그래미 시상식은 내년 1월31일, 한국 시간으로는 2월1일 열린다.
 
올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한 올리비아 로드리고. 사진/뉴시스·AP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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