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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노출 ‘제로’+야한 ‘100단’=‘연애 빠진 로맨스’
‘여자 홍상수’ 정가영 감독 연출…더 세고 더 강한 표현 ‘가득’
19금 질펀한 느낌 가득, 특급호텔 분위기+세련된 연출 ‘조화’
2021-11-23 00:00:01 2021-11-23 11:52:2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문학계 괴인이란 타이틀이 결코 모자라지 않던, 하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그 분(?)은 과거 언론을 통해 글로서 성을 즐긴다고 전한 바 있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가 이 범주 안에서 해석한다면 가장 정확한 표현을 담은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솔직함이 있지만 아슬아슬하다.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위험스럽다. 그런데 결코 난감한 상황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성은 영화 제목에도 등장한 로맨스. 로맨스가 난감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스를 꽤 노골적으로 19금스럽게 바라보고 얘기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영화가 아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19을 난감하고 난잡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란 것도 그렇다. 고인이 된 그 분은 글로서 즐긴다고 했다. 누구는 몸으로 즐기고 누구는 글로서 즐기고. 각자의 방식일 뿐이다. 그래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우리 연애’(사랑)만 빼고 한 번 즐겨 보자고. 좀 솔직해져 보자고. ‘연애 빠진 로맨스는 사랑에서조차 솔직하지 못한 우리의 로맨스를 꽤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그 방식이 앞서 언급했듯 적나라하기에 19금스럽게 다가올 뿐이다. 하지만 19금이 꼭 성인()용이란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조차 이 영화는 거부한다. 15세 관람등급이 그걸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묘하게 더 묘하고 들추고 들춰낸다.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애매한 청춘. 일도 사랑도 그 어떤 것도 애매하다. 그들의 시간이 애매한 게 아니다. 그들의 그 순간이 애매함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함자영(전종서)은 심란하다. 괜시리 심드렁하다. 근데 또 괜시리는 아니다. 사귀던 남자친구와 이별했으니 이유는 된다. 그래서 그게 이유가 된다면 또 그것도 참 서글프다. 30대를 눈앞에 두고서 아침 잠자리 기상이 몽정으로 시작하는 건 정말 너무 불쾌한 현실이다. 이런 찜찜한 욕구 불만이 가득한 아침. 이웃집 커플의 야릇한 사랑놀음은 왜 내 눈 안에 가득 들어올까. 하루 일진 꽤 사나울 전망이다.
 
하지만 함자영, 자신 있다. 애인 따위. 별거 아니다. 여전히 지금도 난 매력적이다. 친구들과 호기롭게 내기를 한다. 며칠 안에 멋들어진 애인 만들기. 하지만 마음이 급했다. 다니던 헬스장 근육질 트레이너는 알고 보니 마마보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훈남은 알고 보니 도를 아십니까등등. 함자영, 험난하다. 마지막 자존심이던 데이트 어플에 가입한다. 이것만은 최후의 보루였는데.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 사진/CJ ENM
 
잡지사 에디터 박우리(손석구). 이름이 야릇할 뿐, 의외로 순정파다. 같은 회사 여자 선배와 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뒤 핑크빛 사내 연애를 꿈꾼다. 혼자 질척거린다. 당연히 선배는 딱 선을 긋는다. 우리는 괴롭다. 실망했다. 사랑이 이런 건가. 그런데 타이밍 기 막힌다. 같은 회사 섹스 칼럼 담당자가 퇴사했다. 편집장은 박우리에게 임시 섹스칼럼을 지시한다. ‘섹스라곤 얼마 전 선배와의 뜨거운 경험뿐. 물론 여전히 세상에는 로맨스가 가득하다 믿는 박우리. 그래서 그에게 섹스칼럼은 판타지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소설가 지망생. 우리는 로맨스를 잃지 않는 선에서 현실을 부여 잡고 자신의 소설적 기질을 발휘해 섹스칼럼을 만들기 시작. 그러기 위해선 취재가 필요하다. 로맨스가 아닌 취재. 그는 데이트 어플을 돌린다. 그리고 한 여자가 레이더망에 들어온다. 이 여자, 의외로 코드가 잘 맞을 것 같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 사진/CJ ENM
 
그런함자영과 이런박우리가 만났다. 이름도 참 묘하다. 속궁합은 정말 찰떡궁합일 듯하다. 서로가 이름을 밝히면서 피식웃는다. 데이트 어플을 통해 만난 두 사람이지만 서로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두 사람은 만나서 밥 먹고 술 마시고 얘기하고 대화한다. 그러다 끌리면 한 번씩 하러간다. 로맨스? 두 사람 관계에 애초부터 그딴 건 없다. 없다고 믿어야 한다. 그게 함자영과 박우리, 두 사람 모두의 정신 건강에 더 이로워 보인다. 그들은 그렇게 필요할 때마다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그런데 멀쩡한 남자와 멀쩡한 여자가 만나서 술 마시고 웃고 떠들고 그리고 한 번 하고. 이러는 데 안 가까워 지겠나. 이들 두 사람, 서로에게 묘하게 끌린다.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한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 사진/CJ ENM
 
함자영은 그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우리가 고마웠다. 근데 그것뿐이었다. 가끔씩 한 번하는 그 맛이 짜릿하지만 그래서 그게 로맨스라고 하기엔 좀 그랬다. 근데 자꾸 그 놈이 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것 같다. 박우리는 더 난감하다. 이미 끝났다고 마음 접은 회사 선배는 오히려 질척거린다. 이젠 안 넘어간다. 우리도 이미 자영과의 실전 연애 교육이 끝났다. 문제는 자꾸만 자영이 가깝게 느껴지는 데, 자신의 목적이 뚜렷했던 접근이 걸렸다. 더욱이 자영과의 관계를 글로 옮긴 섹스 칼럼은 온라인에서 폭발적 조회수를 기록한다. 단 번에 우리는 잡지사 특급 스타가 됐다. 편집장은 본격적 칼럼 기고를 제안한다. 나아가 개인 지면 확보 제안까지 한다. 잡지사 에디터 우리에겐 천금 같은 기회다. 자영은 어쩔까. 우리는 어쩔까.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 사진/CJ ENM
 
연애 빠진 로맨스는 정가영 감독만이 할 수 있는 화법이다. 충무로에선 이미 여자 홍상수란 별칭으로 불릴 정도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직설적 화법이 정가영 감독 영화에도 담겨 있다. 그런데 오히려 더 세다. 근데 그게 하나도 야하지 않다. 문제는 야하지 않은 데 굉장히 노골적이다. ‘야하다노골적의 중간을 정확히 알고 있는 정가영 감독이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 사진/CJ ENM
 
이 영화, 구태의연하다. 그 나이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사건이다. 흔하디 흔하다. 그런데 연애 빠진 로맨스는 결코 흔하지 않다. 정말 친한 사이, 아주 굉장히 특별하게 친한 죽마고우와 함께 술 한잔 하면서 나누는 질펀한 19금 농담 같은 느낌이 강하다. 문제는 이 모든 걸 굉장히 세련되게 포장했다. 시내 특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재래시장 떡볶이를 먹는 느낌이다. 톡 쏘는 맛을 자극으로만 풀어가지 않은 감독의 연출은 그래서 꽤 기묘했다. 자극의 문턱에서 과감하게 문을 닫는 결심은 연출자로선 보통 인내가 아니다.
 
연애 빠진 로맨스에 대한 얘기다. 성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노출은 필수다. 그런데 노출은 거의 없다. 또 그런데 굉장히 야하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고자 하는 지점일 수 있다. ‘그래서 안 할 거냐라고. 야해서 피하고 야해서 고개 돌리고 야해서 숨어서 하는 게 사랑은 아니란 걸 다 안다. 우린 그걸 세련되게 로맨스라고 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선 자영과 우리는 로맨스를 소리 없이 숨어서 부끄럽게 한다. 그게 사랑이 되가는 걸 자신들도 모른 채 말이다. 사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꽤 서로에게 깊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스틸. 사진/CJ ENM
 
그냥 솔직해지면 일은 의외로 쉽게 풀린다. ‘연애 빠진 로맨스가 딱 그걸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지 않나. 마지막 두 사람이 연애가 빠진로맨스를 즐기기 위해 다시 시작하는 장면이 꽤 그럴듯하다. 그러면 되는 거다. 일도 사랑도. 24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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