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가 보류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업비트 독주 속 업계 2위 사업자인 빗썸 신고 수리가 보류되면서 투자자 리스크 확대를 비롯해 암호화폐 시장 축소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심사위원회를 열어 빗썸과 코인원의 신고 수리 여부를 논의해 빗썸에 대해선 신고 수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3위 사업자인 코인원은 심사를 통과했다.
지난달 12일 빗썸은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신논현역 소재에 대형 고객지원센터를 오픈했다. 사진/빗썸
이에 따라 현재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한 상태로 원화마켓 운영을 하면서 신고 수리가 된 거래소는 업비트, 코인원, 코빗까지 총 3곳이다.
빗썸은 실명계좌를 확보했지만 신고 수리가 보류되면서 초조해진 모양새다. 신고 수리 보류와 관련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놓고 보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빗썸 대주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은 현재 1000억원대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이 전 의장 측은 지난 8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에 대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4대 거래소는 무리 없이 신고 수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 밖의 전개에 업계에서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2위 사업자이자 경쟁업체인 빗썸의 운영에 제동이 걸리면 거래량 1위 사업자인 업비트의 독주 체제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기준 업비트 총 회원수는 890만명으로 일 최대 사용자수만 400만을 넘는다. 반면 빗썸은 10월 기준 총 회원수가 680만명, 코인원은 210만명이다. 그나마 빗썸이 업비트와 대적해 일정정도 규모의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인데, 최종 문턱에서 좌초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빗썸 보류와 관련 "업비트 독주 속 경쟁할 만한 대항마로 빗썸이 꼽히는데 이렇게 되면 더욱 시장 축소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일정 정도 회원수 규모를 가진 경쟁업체가 있어야 그나마 견제가 되는데, 세간에는 정부에서 대놓고 업비트를 밀어주고 있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상 업비트 독주가 더욱 굳건해지는 데도 공정위 측에서의 제재조치도 전혀 없다. 한쪽만 열어주는 형태로 운영되면 산업 진흥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위 측에선 빗썸과 추가로 소통하며 신고서 수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수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으며 고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의 실명계좌 확보 문턱도 넘지 못한 중소 거래소들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특금법 시행 이후 원화거래가 아닌 코인간 거래로만 운영되면서 거래량이 급감해 적자 운영을 이어가는 실정이다. 게다가 현행 특금법상 신규 가상자산 사업자의 진입 자체가 불가해 특금법 개정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소 거래소 한 관계자는 "은행과 추가 협상을 토대로 원화마켓 오픈을 위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며 "중요한 것은 산업 진흥을 위한 토대가 잘 마련되는 일이다. 산업진흥을 위한 업권법과 관련해 여러 경우의 수를 찾아 촘촘히 잘 정비해나가야 하는데 제대로 되는 것 같지 않은 분위기"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산업 진흥 측면에서도 다양한 거래소들이 시장에 진입해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구축돼야 하는데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평가하고 있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고려대 특임교수)는 "공정거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은 문제가 된다"면서 "결국 더 많은 거래소들이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독과점 현상이 해소된다. 그런데 (금융당국에서는) 사람은 더 못 들어오게 해놓고 '문제가 있다'고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연내 업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하는데 통과가 안 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면서 "현행 특금법으로는 신규 가상자산 사업자 진입이 어려운데 현행 특금법을 개정하든지 새로운 법을 만들어 문제점을 해결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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