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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잡학사전)청신경으로 인공와우 이식 결과 예측
고해상도 MRI 확인 '나선형 크고 굵은 청신경' 수술 결과 좋아
2021-11-10 06:00:00 2021-11-10 06:00:00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최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청신경의 보존 형태를 확인하면 인공와우(달팽이관) 이식수술 결과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9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박홍주 이비인후과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성인 난청 환자 83명의 청신경 MRI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청신경의 굵기가 굵을수록 수술 결과가 좋았으며 꼬리 부분이 나선형 형태로 잘 유지된 경우 언어 인지 능력의 호전 효과가 약 28% 더 높았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고도 이상의 양측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달팽이관의 나선신경절세포(spiral ganglion cells)나 말초 청각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하는 와우이식기를 이식함으로써 대뇌 청각중추에서 이를 소리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중등도의 난청 환자는 보청기를 사용하지만, 난청이 심한 돌발성 난청이나 중이염 환자들은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입원 후 전신마취 후 진행되며 한 쪽에 2시간가량 소요된다. 인공와우 이식은 환자의 청신경 상태에 따라 수술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수술 후 대략 4~6주가 지나 수술 부위가 완전히 치유된 것이 확인되면 전문 청각사에 의한 조율이 시작된다. 달팽이관 안에 이식된 각각의 전극에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역치인 T-레벨과 편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최대 수준인 C-레벨을 구하고 컴퓨터에 프로그램화해 조율한다. 초기 조율이 완성되면 어음처리기를 작동시켜 환자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추가적인 조율을 시행한다.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조율을 시행하며 약 1개월이 소요된다.
 
언어치료의 경우 수술 후 인공와우이식기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는 일반인들이 듣는 소리와는 다르게 인식되므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언어치료가 필요하다. 언어습득 전 청력 상실이 있었던 어린이는 말을 배우고 발음을 교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통 주 1~2회 실시하며, 충분한 기간 동안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박홍주 교수의 분석은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MRI 영상에서 나타난 청신경의 굵기와 보존 형태를 기반으로 한다.
 
청신경은 달팽이관을 따라 약 2.5바퀴 회전해 분포하며, 전정신경과 와우신경으로 나뉜다. 전정신경은 평형감각을 감지하는 신경의 집합체이며, 와우신경은 달팽이관의 청세포가 감지하는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 대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청신경에 장애가 생겨 난청을 앓고 있는 환자들 중에는 소리를 증폭해 크게 들리게 하는 보청기를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많다. 이 경우에는 청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직접 제공함으로써 손상되거나 상실된 청신경 세포의 기능을 대행하는 장치인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수술로 치료한다.
 
최근에는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고해상도 MRI 기기를 통해 난청 환자들의 청신경 모양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다.
 
박홍주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은 난청 환자들의 MRI 영상을 비교 분석한 결과 환자마다 남아 있는 청신경의 굵기와 보존 형태가 다양하며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에도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난청 기간이 오래된 환자일수록 청신경의 굵기가 얇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장기적인 난청으로 청신경이 가늘어진 환자들은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도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주파수를 담당하는 청신경 꼬리 부분의 형태도 수술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청신경의 꼬리 부분이 나선형 형태로 잘 유지된 환자의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통한 언어 인지 능력의 호전 효과가 약 28% 더 높았다.
 
그동안 난청 환자의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에 대해 환자의 나이, 난청 기간, 청력 손실 등의 임상 정보를 기반으로 예측했는데 이제는 고해상도 MRI 영상 정보를 추가해 청신경의 굵기 및 보존 형태를 근거로 더 과학적인 결과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박홍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청신경의 나선형 형태가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영상 지표라는 것이 처음 확인됐다"라며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난청 환자들에게 적절한 수술 효과 기대 정도를 알려줌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다른 연구를 통해 대뇌피질의 변화 양상이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라며 "여기에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청신경 MRI 영상까지 함께 활용한다면 훨씬 높은 정확도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귀 질환을 연구하는 미국이과학회 공식학회지 '이과-이신경학(Otology & Neurotology)'에 최근 게재됐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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