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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3%대 물가, 서민경제 '근심' 커진다
2021-11-03 06:00:00 2021-11-03 06:00:00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다양한 리스크 요인 중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여파로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국제 유가 상승에 환율까지 뛰면서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물가 상승폭은 3.2%로 9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2일 한국은행도 "당분간 물가가 2% 상당폭 상회하고 이같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반기 내내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던 정부는 최근 들어서야 올해 물가가 2%를 상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찍이 제기된 것에 비하면 정부의 진단은 뒤늦은 감이 있다.
 
물론 정부가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진단한 데도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상반기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산란계 개채수가 줄면서 달걀 값이 폭등하는 등 몇 가지 두드러지는 지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상치 않았던 국제유가 상승폭이 하반기 들어 심화되고 환율상승으로 수입품목 가격도 상승하면서 물가는 전년비 6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지난달 3%대를 기록했다. 
 
특히 달걀, 우유, 석유 등은 다른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품목들이 물가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달걀값 상승으로 인해 달걀을 원료로 하는 물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 우윳값 상승으로 빵, 과자류 등의 가격이 오르는 밀크인플레이션(milk+inflation)' 경향도 나타났다.
 
정부는 10월 고물가의 원인으로 지난해 통신비 지원 등의 기저효과를 지목했다. 하지만 물가는 전방위적으로 오르는 모양세다.
 
정부가 상반기 대대적인 달걀 수입으로 가격안정화에 나섰지만 달걀 한판(30구) 가격은 현재 6000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33.4% 높은 수준이다. 또 돼지고기(12.2%), 국산 쇠고기(9.0%), 마늘(13.1%) 등 축산물은 13.3% 올랐다. 원달러 환율까지 오르면서 수입 쇠고기(17.7%) 등 수입품 가격도 올랐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석유류 가격도 27.3% 올랐다. 가공식품가격도 3.1%상승하면서 공업제품 가격도 4.3% 올랐다.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는 각각 5.4%, 2.7% 올랐다.
 
기저효과 영향이 있더라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더욱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이제는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테그플레이션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 "전체적으로 2%나, 2%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한 뒤 역대 최대폭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취해졌듯이, 정부의 진단은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과도한 기대인플레이션 심리'를 지적하기보다는 현상황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수반돼야 한다. 정부가 물가를 '일시적'이라고 주창하는 사이 서민경제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용윤신 경제부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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