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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응봉대림1차, 알고 보면 '입지 깡패'
초품아·중랑천·서울숲·강건너면 압구정
'20년이면 어때' 재건축 기다리는 실수요자 많아 거래 적어
2021-11-01 06:30:00 2021-11-01 06: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응봉대림1차아파트는 서울 중랑천이 한강을 만나는 자리, 성동구 응봉동에 자리 잡고 있다. 성수대교와 응봉교를 차례로 지날 때 왼쪽으로 보이는 단지다. 거꾸로 한강을 건너면 압구정동이다. 
 
1986년 10월에 준공한 10동짜리 855세대 단지로 응봉사거리에 접한 단지 중에서는 제법 큰 편에 속한다. 85㎡, 103㎡, 133㎡, 147㎡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40평형대가 거의 절반에 달한다. 
 
응봉대림1차가 주변 단지들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점이 바로 재건축 가능성이다. 35년이나 된 구축답게 재건축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재건축 추진위나 준비위원회 같은 것이 구성돼 있는 것은 아니고 기대감과 말만 무성한 상태다. 용적률은 208%로 충분치는 않지만 40평대가 많고 대지 모양도 좌우로 길게 펼쳐져 있어 사업성은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응봉대림1차의 또 하나 장점은 학군이다. 단지 정문 앞이 광희중학교, 후문 앞은 응봉초등학교다. 두 학교가 나란히 붙어 있다. 진짜 후문은 단지 뒤편 독서당로 쪽인데 경사지라서 계단을 올라야 한다.   
 
또 아파트에서 봤을 때 광희중학교 뒤편, 응봉교 옆에 경의중앙선 응봉역이 있다. 도보 5분거리 역세권 아파트인 셈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노선에 비해 배차간격이 벌어져 이곳보다는 도보 15~20분 거리의 5호선 행당역이나 4개 노선 환승역인 왕십리역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많다. 물론 버스가 다닌다. 
 
응봉역 토끼굴을 지나면 중랑천 산책로가 나오고 길을 따라 중랑천교를 건너면 서울숲이다. 서울숲과 응봉역 사이에 연결 공중보행교를 놓을 예정이라고 하니까 접근성은 더 좋아질 것이다. 
 

응봉교에서 바라본 응봉대림1차 아파트. 단지 앞에 광희중학교가 있다. <사진/ 김창경 기자> 
 
주차장은 세대당 1대로 되어 있지만 구축 아파트가 겪는 주차난에선 예외일 수 없다. <사진/ 김창경 기자>
 
비탈에 지은 아파트인 탓에 동 사이에도 옹벽이 있다. <사진/ 김창경 기자>
 
독서당로 쪽에서 바라본 응봉대림1차. 도로에 접한 동들은 복도식으로 되어 있다. <사진/ 김창경 기자>
 
단지 안에서는 당연히 지대가 낮고 학교와 마주한 동들이 인기가 높다. 133㎡(전용면적 113㎡), 147㎡(126㎡) 대형 평형이 전면에 배치돼 있는데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아 일부 동은 대기자가 밀려있다고 한다. 단지 앞 중개업소에서는 “대기줄에 선 단지 주민들도 꽤 있어서 외지인에게 차례가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단지에서 올해 신고된 실거래 건수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거래는 적고 인기는 높다 보니 거래가 한번 나올 때마다 시세가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133㎡(전용 113㎡)형의 매매 호가는 18억원이다. 저층(3층) 매물인데도 정면이 광희중학교 운동장이라 시야가 트여 있는 7동에서 나온 매물이다 보니 시세가 만만치 않다. 전세 시세는 7억원 수준이어서 갭이 10억원을 넘는다. 이 평형의 대지지분은 17.5평이다. 
 
응봉초등학교를 바라보는 2동 3층 147㎡(126㎡)형 매물은 19억5000만원에 나와 있다. 최근 실거래라고는 반년 전에 올라온 15억원 건이라서 적정시세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지만 다른 평형들의 거래가격을 보면 과하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85㎡형과 103㎡형은 독서당로를 등진 10동과 11동, 9동에 배치돼 있다. 지대도 높고 복도식이란 단점이 있지만 지난해, 올해 작은 평형을 구하는 ‘영끌족’, ‘몸테크족’들로 인해 손바뀜이 있었다고 한다.  
 
85㎡(63㎡)형도 호가는 13억5000만원에 달한다. 7월 실거래가는 11억6000만원, 12억8500만원이었고, 그 전 거래가 작년 6월의 9억4000만원이었다. 9동의 103㎡(75㎡)형 매물의 호가는 14억4000만원이다. 
 
단지를 통틀어 매매로 나온 건이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인터넷에 매물이 많아 보이는 것은 중복 매물이기 때문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아파트에 오래 거주한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이 분들은 ‘살다 보면 언젠가는 재건축하겠지’하며 이사 나갈 생각도 없어 보이는 데다 자녀에게 응봉현대나 응봉대림2차의 작은 평형을 사주고 싶어 한다”며 “앞으로 15년, 20년 재건축할 때까지는 계속 이럴 것 같다”고 말했다.  
 
응봉대림1차와 독서당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응봉대림2차 아파트. 3개동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사진/ 김창경 기자>
 
응봉대림1차 아파트 시세에 부담을 갖는 이들이 대안으로 찾는다는 응봉현대아파트(우)와 응봉신동아아파트(좌). <사진/ 김창경 기자>
 
응봉대림1차 아파트 뒤편, 독서당로 너머에 위치한 응봉대림2차와 응봉현대, 응봉신동아에는 중소형 평형이 조금 더 있고 시세도 응봉대림1차보다는 낮다. 준공연도도 3~4년 차이가 있어 재건축 ‘범프’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응봉현대아파트의 경우 32평 호가가 12.5억~13억원, 25평형은 11억~11억2000만원이다. 전세 시세는 4억5000만원이다. 단지 내 비탈이 큰 편이라 생활하는 데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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