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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수주 대박 1년 후 페인트가 뜬다
선박용도료 전문 IPK→노루홀딩스·조광요턴→조광페인트 연결실적 반영
2021-11-01 03:00:00 2021-11-01 09:07:2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조선사들이 밀려드는 선박 건조 주문 덕분에 턴어라운드 초입에 들어서면서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페인트 업체들도 그중 하나이지만 주가는 아직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1년 이상 기다릴 수 있는 투자자에겐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전망이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한 달 간 페인트 업체들의 주가는 그동안의 하락을 마감하고 바닥을 다지거나 살짝 고개를 드는 흐름을 나타냈다. 올 상반기만 해도 건설경기 부활의 기대감이 확산되며 주가에 힘이 실리는 것처럼 보였으나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락 반전, 지금은 상승분을 반납한 모습이다. 
 
노루페인트는 올 초 급등하기 전의 주가로 돌아왔고 삼화페인트는 작년 말 급등했던 전력 때문에 지금은 주저앉은 모양새가 됐다. 그나마 조광페인트만 반등할 태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출과 시가총액이 가장 크지만 기업 내에서 페인트 매출 비중이 적은 KCC의 경우엔 전업 페인트업체들과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주가만 보면 아직 무언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반대로 여기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은 조금씩 늘어나는 분위기다. 올해 국내 조선업체들의 턴어라운드를 눈으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 2452만CGT의 약 44%인 1088만CGT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조선산업이 대호황을 누렸던 2000년대 중후반 당시의 실적에 해당한다.  
 
조선해운업 특성상 대규모 발주와 수주는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선박 수주로부터 1~2년 후에 투입되기 때문에 아직은 관련 실적이 미미한 선박용 페인트 관련주에까지 시선이 도달하게 된 것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가 올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는 실적과 주가에 반영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 선박 한 척에 쓰이는 페인트가 50종에 달하며, 컨테이너 선박 한 척에 들어가는 특수페인트 비용만 50억원 규모라고 하니까 수주만 받쳐주면 페인트업체들의 실적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장기업 중 국내 선박용 도료 시장은 KCC(39%), 삼화페인트(21%), 노루페인트(17%) 등 3사 점유율이 높다. 하지만 비상장기업을 포함할 경우엔 구도가 확 달라진다. 
 
 
선박용 도료 시장 1위는 아이피케이와 KCC가 다투고 있다. 아이피케이는 네델란드 기업 악조노벨과 노루홀딩스가 각각 60% 대 40%의 지분비율로 설립한 선박용 도료 전문업체다. 지난해 매출액 1308억원, 당기순이익 15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하자 발생 건으로 먼저 지급했다가 보험사에서 보상받은 돈 170억원이 영업외수익으로 잡힌 결과였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보면 선박용 페인트 부활을 기대하며 종목을 고른다면 노루페인트가 아니라 노루홀딩스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조광페인트도 선박용 도료 전문 비상장사가 있다. 조광페인트와 노르웨이 기업 요턴(JOTUN A/S)이 50%씩 출자해 설립한 조광요턴이다. 홍민규 조광페인트 상무가 조광요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991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으로 아이피케이에 비해 괜찮았다.  
 
삼화페인트와 일본 츄고쿠마린페인트의 합자회사 츄도쿠삼화페인트의 경우 삼화페인트 지분은 16.24%에 불과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012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올렸다. 
 
기업의 덩치만 보면 비교불가 1위 KCC의 경우 여러 사업 중에서 페인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이 걸린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을 고객사로 둔 덕분에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704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것이 전체 매출의 24.5% 비중에 그쳐 선박용 페인트에 주목해 종목을 고른다면 선택을 망설일 만하다.   
 
전체적으로 페인트 업체들의 실적은 2019년보다 2020년에 더 나빴다. 1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곳들이 있다. 하지만 상장업체들의 상반기 실적 추이를 보면 작년 동기보다는 증가한 곳이 많다. 여기에 올해 수주한 선박을 2023년경부터 본격 도색할 거라고 가정한다면 실적은 2023년이나 이르면 2022년 말부터 증가하고 주가는 그보다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환경규제 강화로 기업들이 친환경 도료를 개발 중이라는 점도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루페인트는 친환경 방오도료를 올해 안에 개발할 계획이다. 노루페인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 도료는 배에 칠한 코팅막이 바닷물에 벗겨지는 것을 막아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고, 선박마찰저항을 4% 감소시켜 대형 컨테이너선박 기준 28억원 정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필름 형태라서 건조 기간도 줄일 수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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