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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광주선 '전두환' 밟고 봉하선 '노무현' 띄워
광주 5·18묘지 찾아 윤석열 '전두환 미화' 비판…호남민심 다독이기
봉하마을에선 노무현 묘역 참배…'노무현의 길' 강조로 친노 표심 노려
2021-10-22 19:47:40 2021-10-22 20:07:24
[광주·김해=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광주 5·18묘지와 경남 김해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대선주자로서의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특히 이 후보는 광주에선 전두환 비석을 밟으면서 '전두환 미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차별화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선 '노무현의 길'을 언급, 민주당 원팀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이 후보는 22일 오전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5·18묘지 참배는 시작점과도 같다. 호남은 당의 지지 기반이고, 5·18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다. 이  후보는 그간 5·18과 광주를 '사회적 어머니'라고 부르면서 인생의 주요 전환점이라고 밝혀왔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광주의 피로 만들어졌다"면서 "어렸을 때는 왜곡된 언론에 의해 광주의 진상을 반대로 알고서 광주를 비난하는 2차 가해를 했지만, 나중에 광주 진상을 알게 되면서 제 인생이 통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는 제 사회적 삶을 새로 시작토록 한 사회적 어머니"라며 "오늘도 참배를 하면서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다시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두환 미화 논란을 일으킨 윤 후보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 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 분들도 그런 얘기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민심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 후보는 "특별히 놀랍지도 않다"며 "민중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라,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갖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주의는 어느날 저절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고 지켜온 것"이라며 "(윤 후보는)민주주의 또는 인권과 평화를 위해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광주시 북구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땅에 박혀 있는 '전두환 기념비'를 밟고 있다. '전두환 기념비'는 1982년 전두환씨의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해 세워졌던 비석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의 일부를 떼어내 가져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설치했다. 사진/이재명 후보캠프

이 후보는 5·18묘지 2묘역으로 이동해 입구에 박힌 '전두환 기념비'를 짓밟는 모습을 연출했다. 전두환 기념비는 1982년 전두환씨의 전남 담양군 방문을 기념하고자 세워졌던 비석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의 일부를 떼어내 가져와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이곳에 설치했다. 이 후보는 "전두환씨는 제발 오래 사셔서 법률 바꿔서라도 꼭 처벌받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오후엔 김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사저를 방문해 권양숙 여사에게 문안인사를 전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갈등, 강성 친문과의 불화,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동이 늦춰지는 점 등을 감안해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대통령님께서 열어주신 길을 따라 지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길 따라 끝까지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후보가 노무현의 길을 언급한 것은 변방의 비주류 정치인으로 출발했지만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마침내 대통령까지 당선된, 사람 사는 세상을 주창했던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잇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동시에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사태까지 겪으면서도 대선 승리를 거머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통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반이재명 전선을 정면돌파하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봉하마을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서도 "5·18의 진상을 알고 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면, 노 전 대통령께선 저에게 인권 변호사의 길을 만들어 주셨다"며 "성남에서 사회운동을 하며 토건비리 세력과의 대결로 구속되고 수배도 당하면서 한계를 느낄 때 참여정부의 정치개혁을 보면서 흔들리지 않고 정치를 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께서 열어주신 길을 따라 여기까지 왔고, 계속 그 길을 따라 가겠다"며 "국민은 결국 앞으로의 삶을 더 낫게 만들어줄 세력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김해=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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