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생활법률)공동거주자의 ‘주거의 평온’
입력 : 2021-10-22 06:00:00 수정 : 2021-10-22 06:00:00
우리 형법에서는 ‘사람의 주거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형법 제319조). 여기서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 사실상 누리고 있는 주거의 평온, 즉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의미한다(대법원 83도685). 이러한 ‘주거의 평온’은 공동거주자들에게도 당연히 적용이 되는데,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이 승낙이 있었더라도 다른 거주자 의사에 반하면 주거의 평온을 해친다고 보았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37년만에 그 입장을 변경하였다. 배우자 있는 사람과의 혼외 성관계 목적으로 다른 배우자가 부재중인 주거에 출입하여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2020도 12630).  
 
이어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실상 주거의 평온’으로,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적 지배·권리관계가 평온하게 유지되는 상태이고,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으로,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라며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거주자의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법조계에서는 거주지에 있는 사람의 승낙을 받은 상황에서 비통상적이고 물리적인 침입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부재한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전 판례대로라면 현재 집에 머무는 거주자보다 부재중인 거주자의 권리를 우선 고려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면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나오는 최근 현실에서 타인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모든 거주자의 동의를 일일이 확인해야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공동주거관계의 취지와 특성, 공동거주자 상호간에 용인한 의사, 공동주거관계에서의 사회적 한계 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로 본다.
 
2015년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불륜 행위를 처벌하는 죄목으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없지 않았다. 상대방을 형사처벌 상황에 놓이게 함으로써 형사합의금 등을 통해 민사상 위자료의 부족분을 보충하는 형태로 그 균형을 맞춰온 부분도 있었다. 현재로서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정신·육체적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상간자 위자료 청구소송' 등 민사상 보호장치만 남아있다. 위자료의 현실화를 진지하게 고민해 볼 상황이다.  
 
이진우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최기철

오직 진실이 이끄는대로…"반갑습니다. 최기철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