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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풍경)휘태커 꿈이 투영한 셔터 속 청춘, 비틀스
2021-05-07 15:50:51 2021-05-13 15:05:43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사실, 나는 비틀스에게 포즈를 취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Let It Be’ 음악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글귀가 눈에 띕니다. 1964년부터 1966년까지 비틀스 전속 사진작가로 활동한 고 로버트 휘태커(1939~2011)가 남긴 말입니다. 비틀스와 황금기를 같이 보낸 휘태커는 컬러와 흑백을 오가며 이 네 청춘의 땀방울을 고스란히 셔터 속에 담아냈습니다.
 
비틀스가 수염과 긴 머리를 하지 않던 청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로버트는 비틀스와 매니저 브라이언 앱스타인과 함께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 음악의 미국 침공)'을 살갗으로 느낀 '제 6의 멤버'나 다름없었습니다. 1400여회의 월드투어부터 백스테이지까지, 60년이 지난 오늘도 그의 사진들은 여전히 살아 움직일 듯 생생합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 격상으로 오픈이 잠정 연기됐던 비틀즈 사진전이 서울 성수동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명반 ‘Let It Be’ 발매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는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사진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박혜진 XCI 기획팀장 "이번 비틀스X로버트휘태커 전시는 비틀스가 가장 사랑했던 사진 작가인 로버트 휘태커의 작품이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사진전입니다. 로버트 휘태커가 비틀스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함께 동행하면서 느꼈을 감정을 관람객분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동선을 꾸몄습니다. 전시에서는 작은 밴드 시절부터 문화적 현상으로 나아가기까지, 비틀스를 담아낸 휘태커의 뜨거운 청춘의 열기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시를 통해 관람객분들이 잠시 묻어뒀던 꿈을 다시 환기시켜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휘태커는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초현실주의 기법을 카메라에 접목시킨 선구자로 평가됩니다. 비틀스에게 직접 포즈를 취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대신 자신의 감각과 안목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갔습니다.
 
전시장 중반부로 가면 '눈을 감다/뜨다'라는 일명 '도살자'라 불리는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생고기와 머리가 잘린 인형 같은 소품 때문에 당시 거센 논란에 직면한 작품입니다. 실제 비틀스 LP 커버용으로 찍었으나 이 때문에 결국 싣지 못했고 현재 비틀스 팬들 사이에선 희귀본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휘태커는 생전 "지나치게 우상화되는 비틀스도 결국 우리처럼 피와 살로 이뤄진 인간임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박혜진 XCI 기획팀장 "일명 '도살자'라는 작품입니다. 비틀스 앨범 'yesterday and today' 표지로 촬영됐던 앨범입니다. 지금봐도 파격적인 소재로 촬영됐고 여러 이슈로 많이 이슈가 되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로버트 휘태커 정체성이 가장 잘 묻어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번 기회에 작품을 꼭 한번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이밖에도 전시장에는 음악팬들의 심박수를 뛰게 할 만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영국 런던 애비로드 EMI 스튜디오 녹음 현장부터 총 1400여 차례의 월드 투어와 백스테이지 멤버들의 모습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갑니다.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1965년 뉴욕 셰이 스타디움 행진 사진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1960년대 전 세계에 불어닥친 '비틀스 광풍'은 그의 필터를 거쳐 상징화됐습니다. 밤낮없이 음악의 발전을 위해 매진했던 네 청춘, 그들의 땀방울을 담은 휘태커. 오늘날 꿈을 포기하는 삶을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도 묘한 울림을 줍니다.
 
박혜진 XCI 기획팀장 "Let it be는 폴 매카트니가 개인적으로 힘든 시절에 어머니가 꿈 속에서 해주던 이야기들로 만든 노래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많은 비틀스 노래들이 그렇지만 특히 이 곡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비틀스 노래가 사랑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 노래에 담긴 노랫말과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노랫말이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는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전시는 8월29일까지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G층 3관에서 이어집니다. 정원영밴드, 메이트 등의 밴드를 거친 뮤지션 임헌일이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했습니다. 이 판매 수익금은 시각 장애인 예술 활동 지원 단체에 기부됩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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